동학개미운동 이후 주식 투자 열풍
‘빚투’ ‘영끌’ 등 신조어까지 생겼어
버핏지수·후행 PER·자산의 주식화
세 가지 지표 통해 증시 살펴본 결과
거품 징조 나타나고 있는 국내 증시
위험 신호 감지하고 투자 유의해야

지난 1년여 동안 국내 증시는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었다. 2020년 3월 한때 1500선 밑으로 내려갔던 코스피지수가 반년도 채 되지 않아 2400선을 돌파하더니 올해 6월에는 3300선까지 돌파했다. 여기엔 주식시장에 대거 뛰어들어 증시를 지탱한 ‘동학개미(개인투자자)’들의 공이 있다.

하지만 개미들이 지금처럼 ‘빚투’ ‘영끌’ 등 무모한 수단을 동원하면서 자산을 주식시장에 쏟아부어도 될지는 미지수다. 증시의 흐름을 가늠하는 여러 가지 지표들이 ‘거품’의 징조를 가리키고 있어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버핏지수, 후행 PER, 자산의 주식화 세 지표를 통해 한국의 증시를 분석했다.

지난해 3월 동학개미운동이 촉발한 주식 투자 열기는 1년 여가 흐른 지금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해 3월 동학개미운동이 촉발한 주식 투자 열기는 1년 여가 흐른 지금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폭락장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주식 투자에 뛰어들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팬데믹(사회적 대유행)이 덮쳤을 때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위기는 누군가에게 기회를 주기도 한다. 2020년 3월 국내 증시의 폭락장은 ‘폭락과 위기’의 상관관계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코로나19 패닉으로 외국인과 기관이 앞다퉈 국내 주식을 팔아치울 때 개인투자자들은 저가에 주식을 매수하며 상승장을 노렸다.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의 시작이었다. 개미들의 예상은 적중했다. 풍부한 유동성이 증시를 뒷받침하면서 코스피지수는 2020년 8월 11일 2400선을 돌파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지수(2020년 1월 7일 · 2175.54포인트)를 훌쩍 뛰어넘은 수치였다.

동학개미운동이 불러일으킨 주식 투자 열풍은 그로부터 1년여가 흐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주식이 국민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 잡으며 ‘빚투(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주식에 투자)’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실제로 지난 9월 기준 국내 주식신용거래 금액은 25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3월까지 이 금액이 6조60 00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6개월 만에 20조원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따져봐야 할 문제가 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빚투나 영끌까지 해가면서 주식 투자에 올인해도 괜찮느냐는 거다. 증시 폭락 후에는 반등이 있게 마련인 만큼 반대의 경우도 존재해서다.

더구나 지금은 유동성이 줄어드는 시기다. 세계 각국이 ‘돈을 끌어들이는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어서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 Fed)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개시한 건 대표적이다. 연준은 올 11~12월에 한해 150억 달러씩 자산매입을 줄인 뒤 상황에 따라 그 규모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우리나라도 유동성 축소 흐름에 놓여있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26일 기준금리를 기존 0.5%에서 0.75%로 인상한 데 이어 올 11월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살펴보지 않으면 개인투자자들의 ‘빚투’나 ‘영끌’은 부메랑을 맞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증시는 어떤 상황일까. 거품이 잔뜩 끼어있을까 아니면 아직은 안전한 상황일까.

증시 거품일까 아닐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거품의 징후를 살펴보기 위해 버핏지수, 후행 PER, 자산의 주식화 등 세 가지 지표를 살펴봤다. 버핏지수는 주식시장의 거품 여부를 판별하는 전통적인 척도다. 후행 PER(주가수익비율) 지수와 가계의 자산 중 주식이 차지하는 비율을 살펴보는 것도 증시의 과열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방법이다.

다만 여기서 염두에 둘 건 주식시장에서 거품을 정확하게 진단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투자자마다 기대하는 가격이 다르고 그에 따라 시장을 해석하는 시각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세 지표는 글로벌 평가기관이 운용하는 것이다. 거품을 판단하는 최소한의 잣대론 충분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세가지 지표를 통해 살펴본 국내 증시는 과연 어떤 상태일까. 하나씩 살펴보자.

■거품의 징조❶ 버핏지수 = 버핏지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증시의 시가총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낸 지표다. 2001년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처음 이 개념을 제시한 이후 시장 관계자들은 경제 규모와 비견해 주식시장의 가치를 평가하는 전통적인 척도로 이를 활용해왔다.

통상적으로 버핏지수가 70~80% 이하면 주가가 저평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100%가 넘으면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의미다. 전 세계 증시를 뒤흔들었던 2000년 닷컴버블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버핏지수는 각각 140%, 130%였다. 이는 거품이 끼어있던 당시의 증시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 수치였다.

그렇다면 국내 증시에 대입해본 버핏지수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지난 10월 22일 기준 국내 버핏지수는 135%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2000~2019년 우리나라 평균 버핏지수가 66%, 동학개미운동이 가속화했던 2020년 말 버핏지수가 104.2%라는 점에 견줘보면 현재 주식시장은 어느 때보다 과열돼 있는 상태라고 해석할 수 있다.

버핏지수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괴리가 크다는 뜻이다. 경기는 나쁘지만 금융자산의 가격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는 얘기다. 그 배경에는 ‘과잉 유동성’이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경기 회복을 위해 정부는 시장에 돈을 풀고 금융당국은 저금리 기조를 이어갔다. 그럼에도 실물경제가 나아지지 않으니 소비는 늘지 않았다. 갈 곳 잃은 유동성은 주식시장으로 흘렀다. 주식수는 똑같은데 사려는 사람은 많아지니 가격이 오르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유시용 중앙대(경영학부) 교수는 “경기가 나빠도 주식으로 얻는 수익은 늘어나니 개인투자자들이 빚을 내면서까지 주식시장에 자산을 집중시킨 것”이라며 “반면 GDP가 계속해서 제자리걸음을 걷는 등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탓에 실물경제와 주식시장의 갭이 점점 벌어지니 주가에 거품이 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금융위는 오는 25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추가적인 금리 인상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위는 오는 25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추가적인 금리 인상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사진=연합뉴스]

■거품의 징조❷ 후행 PER = 물론 버핏지수만으로 증시 상황을 전부 대변할 수는 없다. GDP를 활용하는 버핏지수는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보편화한 현실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국내 증시에 거품이 끼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근거는 또 있다. 후행 PER (Price Earning Ratio · 주가수익비율) 지수다. 후행 PER은 기업의 현재 주가를 직전 12개월간 주당순이익(EPS · Earning Per Share)으로 나눈 값으로, 주가가 실제 기업의 이익에 비해 얼마나 부풀려져 있는지 판별할 수 있는 지표다.

여기서 PER 값은 주당순이익이 적을수록 높아진다. 따라서 PER 값이 높으면 해당 기업이 거둔 이익에 비해 주가가 고평가 돼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반대로 PER 값이 낮으면 기업의 이익에 비해 주가가 낮고, 해당 기업의 가치가 저평가돼 있는 상태로 볼 수 있다. 통상적으로 PER 값이 15배면 주가가 적정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이를 적용해 국내 증시를 들여다본 결과는 놀라웠다. 코스피 상장기업 중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산출한 후행 PER 지수는 22.03배로 나타났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전 국내 증시가 고점을 찍었던 2007년 11월(22.88배)에 근접한 수치다.

2000년 1월 닷컴버블 전 고점 시기(27.48배)와도 큰 차이가 없다.[※참고: 여기서 후행 PER 지수는 시총 상위 50개 기업의 평균값이 아닌 중위값을 활용했다. 매각 · 상장 등 개별 기업이 처한 환경이 각기 다른 만큼 일반적인 경향성을 보여주기에는 중위값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해서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유동성을 감안해도 현재의 주가가 기업의 이익 등 실물경제 지표를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 “현재 국내 증시는 이미 상당한 거품이 끼어있는 미국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참고: 김영익 교수에 따르면 미국 증시의 버핏지수는 지난 10월 기준 330 %, 후행 PER은 지난 1월 기준 39배다.]

향후 증시가 본격적인 버블 국면에 진입하지 않으려면 실물경제와의 괴리가 좁혀져야 한다. 문제는 실물경제의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실물경제의 성장 둔화와 민간소비의 감소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올 3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0.3%로 앞선 1분기(1.7%), 2분기(0.8%)와 비교해 떨어졌다. 민간소비도 0.3% 감소하면서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1.3%)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반면 주식시장의 전망은 나쁘지 않다. 증권업계는 내년 코스피지수가 최대 3500선까지 도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10월 29일) 코스피지수가 3000선을 밑돌고 있지만 일시적인 조정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본다”면서 “반도체업종에 몰려있던 이익 집중도가 과거보다 하락하면서 코스피에도 체질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수소에너지 등 신성장 산업이 국내 투자 사이클을 이끌면서 내년에도 코스피지수는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말했다.


■거품의 징조❸ 자산의 주식화 = 이처럼 증권업계는 내년까지 주식 투자 열기와 증시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긍정적인 시그널로 보지 않는 시각도 있다.

양대천 중앙대(경영학부) 교수의 우려를 들어보자. “지금처럼 실물경제의 부진한 흐름 속에서 또다시 증시에 자산이 집중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개인투자자가 대거 주식 거래에 몰린 상태에서 주가가 급등하면 향후 버블로 번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산의 주식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10월 기준 가계의 금융자산 중 주식(국내 · 국외 모두 포함)이 차지하는 비율은 21.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2분기 가계가 보유한 주식 규모도 1032조원을 기록하며 사상 첫 100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한편에선 우리나라 경제가 구조적으로 저금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금융자산의 일부를 주식에 배분하는 방향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은행 이자보다 주식 배당수익률이 높아서다.  

향후 빚투의 역풍을 맞지 않으려면 증시가 보내는 위험 신호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향후 빚투의 역풍을 맞지 않으려면 증시가 보내는 위험 신호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전문가들은 “2000년 닷컴버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모두 단기간에 급속도로 이뤄진 자산의 주식화가 거품 붕괴로 이어진 사례”라며 가계의 주식투자 열기에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2000년, 2008년 버블 붕괴 당시 미국 증시의 주가는 가계 금융자산 중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고치(48%)를 기록한 후 급락하기 시작했다.

김영익 교수는 “거품이 발생했다고 당장 붕괴하는 건 아니지만 거품을 초래했던 요인이 변하면 거품이 생각보다 쉽게 무너질 수 있다”면서 “향후 한국은행의 금리 추가 인상 조짐이 보이는 데다 미 연방준비제도의 테이퍼링 개시도 임박해 증시 변동성이 큰 상황이라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고 경고했다.

우려되는 점은 또 있다. 금리 상승, 테이퍼링 등 유동성 축소 요인은 과열됐던 주식시장의 하락세와 함께 누적된 부채 문제를 터뜨릴 수도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우리나라의 민간신용(가계 · 기업의 부채)은 GDP 대비 211%로 외환위기(1997년 2분기 93.1%) 당시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위험 신호 넘겨선 안 돼

양대천 교수는 “주가상승이 동반되지 않으면 빚투는 장기적으로 부실화할 수밖에 없다”면서 말을 이었다. “가계부채 뇌관이 터지는 순간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못 갚는 ‘좀비기업’들의 연쇄 도산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지금은 가계와 기업이 벼랑 끝에 있는 건 아닌지 짚어봐야 할 시점이다.”

물론 주식시장의 흐름을 단정해서 예측할 수는 없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현재 국내 증시가 거품의 징조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증시 역사를 되짚어 보면 버블의 신호가 여러 번 울렸음에도 미리 대비하지 못한 사례가 숱하다. ‘신산업의 등장’ ‘패러다임의 변화’ 등을 이유로 치솟는 주가를 합리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0년 닷컴버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볼 수 있듯 그 믿음은 번번이 깨졌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은 증시에 울리는 위험 신호를 감지하고 미래에 대비해야 할 때다. 무리한 빚투, 묻지마식 투자를 줄이고 불확실성에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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