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The Scoop | 박근혜와 공자를 잇다

시사경제지 더스쿠프가 독자들의 요구로 ‘Again The Scoop’를 주1회 연재합니다. 더스쿠프가 ‘네이버 뉴스스탠드’와 ‘기사검색 시스템’에 진입하기 전 기사들입니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특종과 단독도 있고, 읽을만한 ‘거리’도 있습니다. 그 1편 ‘박근혜와 공자를 잇다’입니다. 당선자 시절 박근혜 대통령의 콘셉트와 철학을 읽을 수 있습니다. 현재와 얼마나 다를까요?


18대 대선은 분열의 씨앗을 뿌렸다. 국민 51%는 환호하고, 48%는 침묵한다. 대선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세대갈등은 도를 넘어선 듯하다. 부유층 1%와 서민층 99%의 감정싸움은 식을 줄 모른다. 혼돈의 도가니다. 국민통합 솔루션이 필요하다. The Scoop가 공자의 지혜를 빌렸다.

대통령 당선인은 말했다.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 거듭 약속했다. “국민 100%를 통합하겠다.” 말은 아름답고 포부는 창대하다. ‘말의 성찬’이다. 문제는 냉혹한 현실이다. 한국의 서민 대부분은 “행복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정부는 “국가경제가 성장했다”며 호들갑인데, 가계살림은 악화일로를 걸어서다. “왜 나만 그럴까. 나라는 부강해졌다는데.” 간극은 좌절을 부른다.

국민통합도 난제다. 남북관계는 4년 넘게 빙하기다. 동서는 소백 산맥보다 가파른 ‘정치의 벽’을 넘지 못한 채 갈수록 멀어진다. 세대갈등도 심각하다. 2030세대(2030)와 5060세대(5060)의 성향•이념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소득 낮을수록 국가자긍심 높아

설문조사기관 미디어리서치가 18대 대선 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자. 2030 응답자 10명 중 6명은 정권교체를 원했다. MB정부에 대한 분노가 표출된 결과다. 5060의 63.9%는 정권재창출을 바랐다. MB정부가 민생을 파탄내긴 했지만 야권보단 여권이 낫다는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에 대한 호불호好不好도 크게 엇갈린다. 5060 응답자 10명 중 7명은 박 당선인에게 호감을 느꼈다. 2030의 호감도(36.9%)보다 훨씬 높다[닐슨컴퍼니코리아 설문조사 결과].

이뿐이랴. 부유층 1%와 서민층 99%의 계층갈등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이념갈등보다 더 심각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자료(2011)에 따르면 계층갈등의 심각성은 3.92점(5점 만점)을 기록했다. 이념갈등 3.41점보다 0.51점 높다.

양극화는 분열의 씨앗이다. ‘내 재산이다’는 부유층과 ‘분배해야 할 재산이다’는 서민층은 벌써부터 가치관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국민의 약 70%는 고소득층의 세稅부담이 적다고 생각한다. 10명 중 8명은 고소득층의 기부가 사회통합에 기여한다고 확신한다. 고소득층에게 ‘오블리제 노블리주’를 원하는 것이다.

고소득층은 다른 생각을 한다. 가구당 월 500만원 이상을 버는 계층 가운데 나눔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은 68.4%에 이른다. 300만~400만원 미만(62.7%)ㆍ400만~500만원 미만(66.7%)보다 나눔에 인색하다. 그렇다고 고소득층이 국가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도 아니다. 월 소득 200만원 미만 계층의 국가자긍심은 3.61점(5점 만점)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500만원 이상 계층은 3.43점으로 평균(3.51점)보다 낮았다[이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

문제는 갈등을 해소하고 간극을 메워야 할 주체가 불신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4.2%가 사회통합관리를 맡아야 할 제1 주체로 정부를 꼽았다. 하지만 정부의 신뢰도(2.19점)는 시민단체(2.65점)ㆍ종교단체(2.58점)ㆍ학계(2.56점)ㆍ대기업(2.26점)보다 턱없이 낮았다. 기댈 언덕을 잃어버린 서민은 정치에 둔감해질 수밖에 없다. 누가 집권하든, 누가 정치를 하든 ‘살림살이’가 펴질 리 없다고 생각해서다.

박근혜 당선인에겐 끔찍한 사실이다. 그가 약속한 ‘국민행복’ ‘국민통합’이 쉽게 풀릴 만한 과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확실한 솔루션은 물론 있다. 박 당선인이 좋은 국가 리더가 되는 거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다. 좋은 리더의 자격과 기준이 계층ㆍ세대마다 달라서다.

The Scoop가 공자의 「논어論語」를 책장에서 꺼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자의 혜안을 빌려 난국을 타개할 방법을 찾자는 취지다. 누군가는 핏대를 올리며 성을 낼지 모르겠다. 강산이 1년마다 바뀌는 요즘 같은 시대에 ‘고서古書’에서 솔루션을 찾는 게 난센스라는 것이다. 양의학자들이 말하는 것과 비슷한 논리다. “언제까지 수백년 전 집필된 동의보감東醫寶鑑에 의존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 과거 없는 현재가 어디 있으며, 현재 없는 미래는 또 어디 있겠는가. 서양에 성경이 있다면 「논어」는 동양의 스테디셀러다. 평생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던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는 「논어」를 수차례 필독했다.

The Scoop는 공자와 박근혜를 잇겠다는 발칙한 상상을 지면에 담는다. 혼돈의 도가니에 빠진 한국의 과제와 박 당선인이 나가야할 길을 공자에게 물었다. 답은 20편ㆍ499장ㆍ1만2700자로 구성된 「논어」에서 찾았다. 공자와의 가상대담을 시작한다. 18대 대선의 후유증을 첫 질문으로 던졌다. 

- 18대 대선이 막을 내린 지 20여일이 흘렀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누가 집권하든 나라 사정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흐릅니다. 국가 리더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입니다. 당선인은 어떤 철학을 가져야 할까요.
“노자안지老者安之, 붕우신지朋友信之, 소자회지少者懷之(공야장編)라는 말이 어울리겠군요. 어르신을 편하게 해주고, 친구를 믿게 만들고, 어린 후배를 품어야 합니다. 사회가 암울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이유를 무엇으로 보십니까. 첫째 이유는 노소의 세대차에서 기인한 이념적 갈등이 아닐까요. 둘째는 친구나 동료의 계급적 격차와 불신 때문일 겁니다. 국가를 이끄는 리더는 어르신과 선배를 대접하고, 친구를 믿고, 후배를 품어야 합니다. 그러면 갈등의 실타래가 조금씩 풀릴 겁니다.”

- 구체적인 조언이 필요합니다. 세대계층간 갈등이 너무 심각합니다.
“제나라의 지도자인 경공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제나라는 당시 강대국을 꿈꾸고 있었죠. 어쩌면 한국의 지금 상황과 비슷하네요.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안연編).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는 뜻입니다. 군군신신부부자자 8자八字는 나라를 강성하게 만드는 핵심열쇠입니다. 국가 리더가 리더답지 못하고, 최고경영자(CEO)가 CEO답지 못하면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죠.”

세대간 간극 메울 대책 필요

- 너무 원론적인 이야기입니다. 국가 리더가 리더다워야 한다는 의미가 대체 무엇입니까.
“국가 리더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존재가 돼야 합니다. ‘절망의 대상’이 돼선 곤란하죠. ‘어떤 리더가 국민에게 존경받을까’라는 질문을 진지하게 고민하다보면 답이 나올 겁니다. 그래도 답을 못 찾는다면? 부족한 사람(역부족자ㆍ力不足者)이 천명을 바랄 수는 없겠죠.”

▲ 국가성장이라는 하나의 목표로 달려가던 시절,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 다시 한번 국민통합이 필요할 때다. 사진은 이명희作 청담램프.
리더가 리더답게 행동하는 것만큼 중요한 게 있다. 리더를 리더로 인정하는 거다. 대한민국의 정체政體는 민주주의다. ‘다수결의 원칙’으로 국가의 대소사를 결정한다. 합리적인 것 같지만 한계가 있다. 다수가 찬성하면 안건이 옳지 않더라도 채택해야 한다. 소수의견은 묵살될 여지가 있다. 특히 다수와 소수의 차이가 크지 않다면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승복은 그래서 어렵다. 승복은 그래서 ‘관용의 산물’이다. 공자에게 물었다.

- 18대 대선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어떻게 5년을 더 기다려야 하느냐’며 목숨을 끊은 노동자까지 있습니다. 최근에는 수개표에 문제가 있다며 재개표를 주장하는 청원운동까지 전개되고 있습니다. 대선결과에 승복하는 게 여간 어렵지 않아 보입니다.
“춘추시대 노나라의 정치 지도자인 계강자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군자지덕풍君子之德風, 초상지풍草上之風, 필언必偃(안연編). 군자의 덕은 바람이고, 소인의 덕은 풀이라는 뜻입니다. 풀은 바람이 불면 반드시 눕습니다. 국민은 바람이라는 정치에 기꺼이 승복할 줄 압니다. 풀이 눕듯 말입니다.”

‘측근정치’ 하는 리더 자격 없어

- 국민은 무조건 수긍한다는 말입니까. 지나치게 권력친화적인 말로 들립니다.
“대선이 끝난 지 20일밖에 지나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나요?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겁니다. 지금은 의사문疑思問이 필요한 시기로 보입니다. 의심나는 것은 꼭 물어보십시오. 대화의 물꼬를 터야 승복을 하든지 말든지 할 게 아닙니까. 지금은 박 당선인을 뽑은 쪽이든 그렇지 않은 쪽이든 듣고 싶은 말만 듣는 듯합니다. 묻고 따져야 답이 나옵니다. 침묵은 더 큰 재앙과 분열을 부를 수 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국가 리더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갈등이 발생하면 툭 터놓고 소통하겠다는 마음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 나라의 리더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국민이 승복할 수도, 저항할 수도 있다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국민이 풀처럼 눕느냐, 들불처럼 일어나느냐를 결정하는 주체는 국가 리더입니다. 덕풍이 불면 국민은 눕지만 악풍이 몰아치면 성난 파도가 됩니다. 이는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정치는 바로 잡는 것(정야ㆍ正也)입니다. 무언가 잘못됐거나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면 원래의 자리로 되돌리는 게 정치인의 몫입니다. 국가 리더를 역부족자가 맡아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 국민통합을 위해선 박 당선인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 그렇다면 보수주의자인 박 당선인이 진보진영을 어떻게 통합해야 할까요.
“진정한 보수주의자의 면모를 보여주면 됩니다. 수구와는 다르다는 걸 말이죠.”

- 어떤 보수관觀을 펼쳐야 합니까.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가이위사의可以爲師矣라고 했습니다. 낡은 것만 붙잡지 말고 새로움을 받아들일 마음을 갖고 있다면 그가 보수주의자라고 할지라도 ‘스승이 될 만한’ 자격이 있습니다. 박 당선인이 버려지고, 외면당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보듬으면서 새로운 환경을 만든다면 박수받을 겁니다. 덕장德長이 되라는 말입니다.”

「논어」 위정爲政편은 영향력 있는 정치가를 ‘위정자’라고 표현하고 있다. 공자가 말하는 영향력은 권력이 아니라 덕德이다. 공자는 이를 시로 표현한 적 있다. “위정이덕爲政以德, 비여북신譬如北辰, 거기소이중성공지居其所而衆星共之(덕으로 정치하는 것은 북극성이 제자리에 있으면 뭇별이 그것을 향해 절을 하는 것과 같다ㆍ위정編)”

- 문제는 이념적 성향이 아니라 철학이라는 말이군요.
“맞습니다. 하지만 철학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리더에게 진짜 필요한 건 추진력입니다.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선 강단이 있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제아무리 반대해도 옳다고 생각하면 밀어붙여야 한다는 겁니다. ‘망왈불극罔曰弗克’이란 옛말이 있습니다. 풀이하면 ‘잘 하지 못한다고 말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리더가 귀담아들어야 할 말입니다.”

- 하지만 그 추진력이 어디로 향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국민 99%가 반대하는 데 밀어붙이면 후유증이 남을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당연한 말입니다.”

이념보다 중요한 건 철학

- 그런데 박 당선인의 요즘 행보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선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는데, 박 당선인은 꿈쩍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측근정치에 집착한다는 분석까지 나옵니다.
“나라의 리더는 측근에 의존해 정치를 하면 안 됩니다. ‘권력자의 주위에는 측근밖에 없지만 권위자의 능력은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고 했습니다. [※ 여기서 참고해야 할 게 있다. 행정학에서 권력자와 권위자는 다르다. 권력자는 정당한 힘을 가진 이가 아니다. 정당한 권력을 권위라고 하고, 이런 힘을 가진 이를 권위자라고 부른다. 권력자는 부정적, 권위자는 긍정적 의미를 갖고 있다.] 박 당선인이 권위자라면 인재를 등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겁니다.”

공자의 인사철학을 읽을 수 있는 예는 또 있다. 공자 말년 노나라에는 국정을 농단하는 ‘계강자’라는 권력자가 있었다. 계강자는 공자를 찾아가 이렇게 물었다. “어찌하면 백성이 최고 지도자를 존경하고 열심히 일할 수 있을까요?” 공자가 답했다. “능력자를 등용해 능력이 모자란 사람을 가르치면 좋은 세상이 올 겁니다.”

▲ 이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박근혜 대선캠프를 옮겨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부적절한 인사가 발탁됐다는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사진은 김용준 인수위원장과 윤창중 수석대변인.
공자의 말처럼 인사를 잘해야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특히 정권 초기 인사는 중요하다. 향후 5년의 성패를 좌우해서다. 불통과 독선에서 기인한 인사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이런 면에서 박 당선인의 최근 인사는 우려스럽다. 선거기간 수차례 약속한 ‘대탕평론’과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인수위는 박근혜 대선캠프를 옮겨 놓은 것과 다를 바 없다. 야권 대선후보에게 막말을 던진 윤창중 인수위 수석대변인은 잘못된 인사의 전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국가 리더가 경쟁자에 적대적인 인사를 중용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을 텐데요.
“제자 염구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역부족자, 금녀획今女畵(옹야編).’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선을 긋게 마련이라는 뜻입니다. 국가를 키우고 민생을 안정시킬 책임이 있는 나라의 리더가 ‘뺄셈정치’에 집착하면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국가 리더의 자격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통합마인드를 갖고 있느냐 입니다.”

- 박 당선인에게 새로운 인사철학이 필요할 듯합니다. 인사는 단발로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국가 리더는 어떤 인사철학을 가져야 할까요.
“인사원칙의 핵심은 무구비어일인無求備於一人입니다.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요구해선 안 된다는 말입니다. 성향과 이념이 달라도 인재라면 발탁해야 합니다. 인재풀은 좁혀선 안 됩니다. 그래야 적재적소에 걸맞은 인재를 발탁할 수 있습니다.”

- 부적절한 인사가 국정운영에 관여하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소인지과야필문小人之過也必文(자장編). 소인은 잘못을 저지르면 꾸미려고 합니다. 부적절한 인사가 국정운영에 참여하면 ‘꾸밈’과 ‘거짓말’이 난무할 겁니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꾸며대는 탓에 분열이 초래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 더 많은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제자인 자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여위군자유女爲君子儒, 무위소인유無爲小人儒(용야編). 너는 군자의 선비가 되고, 소인의 선비는 되지 말라는 뜻입니다. 군자와 소인의 차이점은 간단합니다. 지식과 행동이 일치하면 군자고, 일치하지 않으면 소인이죠. 그래서 군자는 의義에 밝고 소인은 이利에 밝다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군자유어리君子喩於義, 소인유어리小人喩於利). 쉽게 말하면 소인은 의롭지 않기 때문에 사리사욕을 채울 가능성이 큽니다.”

소인은 사리사욕 챙기고 편 갈라

인사만큼 중요한 건 또 있다. 바로 민생이다. 민생을 살리지 못하면 “국민 100%를 통합하겠다”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박 당선인의 약속은 ‘말의 성찬’으로 끝난다. 이 역시 쉽지 않은 과제다. 무엇보다 글로벌 불황터널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칠흑같이 어두운 터널에서 얼마나 더 버텨야 할지조차 예측하기 힘들다.

▲ 월드컵만 열리면 모든 국민은 대한민국을 외쳤다. 이제 스포츠가 아니라 국가발전을 위해 대만민국을 외칠 때다.
세계적인 경제예측가 헤리덴트는 자신의 저서 「2013~2014 세계경제의 미래」에서 향후 10년간의 경제흐름을 ‘경제의 겨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세계경제를 쥐락펴락하는 경제강국의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다. 미국은 재정절벽(fiscal cliff)을 해소하는 데 성공했지만 ‘정부부채 감축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재정절벽은 피했지만 또 다른 난관 ‘재정언덕(fiscal slope)’이 기다리고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정부부채 때문에 미국경제는 부활하기 어려울 수 있다. 국가 신용등급 가능성도 남아 있다. 유로존은 회생 자체가 불가능해 보인다. 경제성장률에서 ‘마이너스 꼬리표’만 떼어 내도 다행이다. 경제성장률을 조금씩 회복하고 있는 중국은 ‘부동산 거품’이라는 뇌관이 걱정이다. 중국의 새로운 국가지도자 시진핑의 ‘도시화 전략’ 이면엔 ‘죽어가는 도시’가 도사리고 있다.

한국은 수출주도형 국가다. 대외환경이 악화되면 경제가 침체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최근엔 원•달러 환율하락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수출기업의 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덩달아 민생은 또다시 곤두박질칠 것이다.

- 박 당선인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민생을 살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부자독父子篤, 형제목兄弟睦, 부부화夫婦和’에서 답을 찾아야 할 겁니다. 한번 풀어보겠습니다. 부모와 자식의 정이 돈독하지 못한 이유, 형제들이 화목하지 못한 이유, 부부가 화합하지 못하는 이유는 빈곤에 있습니다. 박 당선인은 무엇보다 ‘가사족민可使足民(선진編)’을 꾀해야 합니다. 백성들이 만족하면서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 18대 대선의 이슈는 경제민주화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선거기간에 복지공약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성장론자들은 여전히 복지예산을 늘리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합니다. 지금 같은 침체기에 복지를 늘렸다간 국가경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주급불계부周急不繼富(옹야編)라고 했습니다. 주급周急은 긴급한 처지에 놓인 사람을 구제하는 것을 말합니다. 계부繼富는 부자에게 보태주는 걸 의미하죠. 복지는 생활고로 고통받는 서민을 구제하는 겁니다. 반대로는 고소득층이 더 많은 돈을 벌어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겁니다.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게 있습니다. 혜이불비惠而不費입니다. 은혜는 베풀되 낭비를 해서는 곤란하다는 뜻입니다. 박 당선인은 복지에 대한 소신과 원칙을 굳건히 해야 합니다. 그다음 시행하는 게 맞습니다.”

공자의 지적이 옳다. 복지정책은 한번 실시하면 중단하기 어렵다. 예산을 섣불리 늘리면 재정부담이 따라오게 마련이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새로운 국제기준에 따른 재정통계를 발표했다. 새로운 기준으로 산출한 결과, 국내 정부부채는 468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규모는 37.9%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02 .9%)보다는 훨씬 낮지만 위험요소가 없는 건 아니다. 숨은 부채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집계에서 한국LH공사ㆍ한국수자원공사 등 시장형 공기업의 부채는 빠졌다. 대부분 부채 규모가 큰 공기업들이다. 방심하면 재정위기가 몰려올 수 있다는 얘기다. 복지만큼 국가곳간 관리 역시 중요하다. 박 당선인과 새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 한국에는 성공한 정권이 없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한민국은 법치국가 아닙니까. 그런데 법치가 다 좋은 건 아닙니다. 한계가 있죠. 바로 ‘민면이무치民免而
無恥ㆍ위정編)’입니다. ‘백성들이 법에 따른 처벌만 면하려 하고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는 국가 리더와 정부에도 해당되는 말입니다. 집권자와 정부는 법망을 피할 수만 있다면 할 짓 안 할 짓을 다 하니까요. 한국에 성공한 정권이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을 겁니다.”

면免보다 중요한 것은 격格


- 박 당선인과 새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성공한 정권이 되려면 ‘덕으로 이끌고 예로 다스려야 합니다(도지이덕道之以德, 제지이례齊之以禮)’. 법을 피하고 보자는 식의 ‘면免’으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면免보다 중요한 것은 격格입니다.”

공자의 핵심사상은 ‘인仁’이다. 어진 정치를 하면 국민이 통합되고 국민행복시대가 열린다는 게 공자의 생각이다. ‘인’을 박근혜 당선인에 맞춰 풀어보면 ‘대통령(人)이 꼭 해야 할 두가지(二) 정책’이 된다.

박 당선인이 생각하는 두개의 정책은 뭘까. 답은 ‘박근혜’만이 알고 있을 게다. 하지만 그게 무엇이든 국민과 소통하면서 정책을 펼치면 성공할 거다. 인재와 함께 정책을 수립하고 덕으로 집행하면 박수갈채를 받을 거다. 이게 바로 박근혜가 경청해야 할 공자의 조언이자 지혜다.
이윤찬 더스쿠프 기자 chan4877@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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