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동현 ㈜데즐인더스트리 대표

김동현(41) ㈜데즐인더스트리 대표는 LED 조명 전문가다. 조명업체에서 일한 경력만 15년이 넘는다. 그가 창업시장에 뛰어들며 자신감을 가졌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제아무리 오랜 경력이라도 창업시장에선 새내기일 뿐이었다. 산업용 조명, 미용기기에 이어 반려동물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그의 이번 도전은 성공으로 장식할 수 있을까.

LED 조명 전문가인 김동현 대표가 반려동물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사진=천막사진관]
LED 조명 전문가인 김동현 대표가 반려동물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사진=천막사진관]

✚ LED 조명업계 경력이 상당합니다.
“15년 이상 LED 조명업계에 몸담으며 LED를 응용한 다양한 제품을 개발했습니다. 휴대전화 백라이트, 실내조명, 경관조명, 서치라이트는 물론 가장 열악하고 위험한 환경에 설치되는 방폭등까지…, 안 해본 게 없네요.”


✚ 경력이 아무리 많아도 창업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창업이 두렵진 않았나요?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설계해서 3D 프린터로 뽑아보고 그랬습니다. 그러다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어서 회사를 그만두고 나왔죠. 지금 생각해보면 참 겁이 없었습니다.”


✚ 창업을 해보니 어땠는지요.
“LED 실내 조명시장은 포화상태입니다. 경쟁이 치열하죠. 반면 건설장비나 농기계, 선박 등 각종 산업현장에서 쓰는 장비엔 아직도 할로겐 전구를 많이 사용합니다. 할로겐 전구는 수명, 소비전력, 밝기 문제 등 단점이 명확해요. 그런 단점을 개선해 고효율·고성능 제품을 만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겠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시작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 어느 정도 준비한 상태로 창업을 해도 어렵던가요?
“방수성능이 개선되고 부식이 발생하지 않는 솔루션으로 특허 등록까지 마쳤습니다. 하지만 제품의 브랜드가 전혀 알려지지 않은 데다가 제품의 품질과 기능에만 집중한 나머지 원가가 크게 뛰었죠.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시장에서 외면받았습니다.”


✚ 어떻게 해결했는지 궁금합니다.
“방향을 바꿨습니다. 시장에서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었죠. 첫 제품과 달리 반응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만족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매출도 어느 정도 발생했고요. 하지만 이 제품 역시 오래가지 못할 사업모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왜죠?
“시장엔 하루가 멀다 하고 품질 좋고 저렴한 상품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산업용 조명도 마찬가지고요. 저가 중국제품들이 물밀듯 들어와요. 저렴하게 만든 제품이라 해도 이내 가격경쟁력에서 밀리는 거죠.”


✚ 그래서 어떻게 했나요?
“박람회에 나가고 대기업 임원들도 만나봤는데, 도리가 없었습니다. 중국제품 몇 천원이면 사다 쓰는데 누가 몇만원씩 줘가며 국산제품 쓰겠어요.”


✚ 중국산 저가 제품과 경쟁해야 하는 건 산업용 조명시장도 마찬가지군요.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그러던 중 지난해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입교해 LED 미용기기를 개발했습니다. 사람에게 사용하는 거라 LED 관련 논문들을 많이 찾아봤는데, 보면서 동물에게 적용해봐도 괜찮겠단 생각이 계속 들더라고요.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는 것도 영향을 미쳤고요. 그래서 올해 초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에서 진행하는 반려동물창업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돼 제품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 시행착오 끝에 나온 제품은 무엇인가요?
“반려동물의 Pet에 ‘눈이 부시다’는 의미의 Dazzle을 붙여 펫데즐(Petdazzle)이란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그 첫번째 제품이 ‘개빛나브러시’입니다.”


✚ 반려동물용 브러시인가요?
“네, 맞습니다. 개나 고양이 관리에 없어선 안 될 빗에 광테라피를 접목한 제품입니다. 반려동물의 죽은 털을 걸러주는 동시에 마사지를 해주고, LED로 피부도 개선해주는 1석 3조의 빗입니다.”


✚ 반려동물 관련 용품 시장도 경쟁이 치열하긴 마찬가지일 텐데요.
“시중에 LED를 활용한 빗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죽은 털을 걸러주는 제품은 아닙니다. 그런 제품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있다고 봅니다.”

✚ 제품은 처음 구상한 대로 나왔는지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제품 자체는 만족합니다. 교체할 수 있는 실리콘 브러시도 있고요.”


✚ 과정이 쉽지 않았다는 건 무슨 이유에서인가요?
“복잡한 기능이 들어간 건 아니지만 개빛나브러시에 반도체가 하나 들어갑니다. 개발을 마치고 양산을 위해 발주를 넣었는데 반도체 수급이 어렵다는 거예요. 1년 후에나 가능하대요.”


✚ 1년이요? 그럼 1년 동안 제품을 못 만든다는 얘기잖아요.
“눈앞이 깜깜했죠.”


✚ 어떻게 했나요?
“방법이 있나요? 다시 해야죠. 수급이 가능한 반도체로 바꿔서 다시 개발했습니다. 쓰지 않아도 될 돈을 쓴 셈이죠. 제품 개발을 하다 보니 이런 중복 투자가 빈번하게 일어나더라고요. 조직이 더 다양해 충분한 검증을 거쳤다면 분명 일어나지 않을 일이자 스타트업의 한계죠. 비싼 수업료 냈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 가격경쟁력은 어떤가요? 산업용 조명은 가격경쟁력에서 밀렸잖아요.
“여전히 숙제입니다. 풀기가 쉽지 않아요.”


✚ 무엇이 문제죠?
“개빛나브러시를 4만원대에 판매하고 있는데, 어떤 분들은 가격을 더 내려야 한다고 합니다. 저도 그러고 싶죠. 판로만 확보된다면 개당 1000원씩만 마진을 남긴들 어떻겠어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가격 정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 대량생산을 하면 가격을 더 떨어뜨릴 수 있지만, 스타트업은 그게 아니니까요.
“그래서 여기저기 많이 기웃거리고 있어요. 우수상품전시회, 펫페어 등에 참가해 제품을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 마케팅도 숙제네요. 
“초기 산업용 모델은 눈에 보이는 차별점이 있기 때문에 특별히 마케팅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람에게 사용하는 미용기기나 반려동물용 제품은 바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잖아요. 그렇다 보니 기능을 입증할 만한 임상데이터나 의료기기 인허가증을 요청하는 곳들이 많아요. 문제는 그 비용이 또 만만치 않다는 겁니다. 그런 이유로 지금은 공산품으로 판매를 하고 있는데, 그게 결국엔 판로를 확보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 같아 자금이 확보되는 대로 동물용 의료기기 인증과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 후속 제품도 연구 중인가요?
“처음 만들었던 산업용 제품엔 더 투자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반려동물 시장에 발을 들인 만큼 여기에 집중하고 싶어요. 빗으로 시작했지만 LED를 활용한 제품군을 하나둘 늘려가 볼 생각입니다. 아직 공개하긴 이르지만 금형 단계까지 간 제품도 있습니다.”


✚ 중국제품과의 경쟁도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제품으로 개발해볼까 하고 검색해보면 이미 시중에 나와 있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속도가 너무 빨라요. 그래도 시중에 없는 걸 만들어봐야죠.”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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