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LINC+ 사업단 공동기획
학생·연구원·CEO 삼각 인터뷰
가톨릭대 + 포스코경영연구소 콜라보

코로나19 국면에서 마스크가 필수품이 됐으니, 마스크 생산업체는 모두 호재를 누렸을까. 산소발생 마스크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스타트업 O2M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생산·재고관리의 문제점은 더 심각하게 대두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스코경영연구소의 연구원과 가톨릭대 학생들이 머리를 맞댔다.

프로보노 프로젝트에서 머리를 맞댄 김호인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서정언 가톨릭대 학생, 서준걸 O2M 대표(왼쪽부터).[사진=천막사진관] 
프로보노 프로젝트에서 머리를 맞댄 김호인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서정언 가톨릭대 학생, 서준걸 O2M 대표(왼쪽부터).[사진=천막사진관] 

✚ 오투엠(O2M)은 마스크 제조업체라 코로나19 국면에서 호황을 누렸을 것 같은데요. 별도의 경영 컨설팅이 필요했나요.
서준걸 O2M 대표(이하 서준걸 대표) : “우리는 산업현장에서 사용하는 분진 마스크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업체예요. 마스크를 생산하긴 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마스크만 만드는 건 아니죠. 그래서 코로나19 국면에서도 생산·재고관리 등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어요. 경영 컨설팅이나 조언이 절실한 상황이었죠.”

✚ 가톨릭대와 포스코영경연구소의 프로보노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됐나요.
김호인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이하 김호인 연구원) : “포스코경영연구소가 프로보노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업을 모집했어요. 기업이 요청한 컨설팅 분야와 맞는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원을 매칭했고, 이후 가톨릭대 학생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어요.”

✚ 학생이 기업경영에 필요한 컨설팅을 한다는 건 쉽지 않았을 텐데요.
서정언 가톨릭대 학생(이하 서정언 학생) : “처음엔 막막했어요. 프로젝트의 멘토 역할을 맡아주신 연구원이 계셨지만 뭘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죠.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들과 열심히 소통한 덕분에 프로젝트를 무사히 끝낼 수 있었어요.”

✚ 프로젝트 진행 과정이 궁금해요.
김호인 연구원 : “O2M을 방문해 회사의 현황을 꼼꼼하게 파악했어요. 그다음 회의를 통해 O2M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 함께 고민했죠. 서준걸 대표도 이런저런 부문에서 도움을 달라고 적극적으로 요청했어요,”

서준걸 대표 : “2주에 한번씩 만나 회의를 진행하고 전화·문자 등을 활용해 수시로 소통했어요. 마케팅, 재고관리, 생산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조언을 구했죠.”

✚ 우선순위가 있었을 듯한데요.
서정언 학생 : “먼저 생산관리 분야를 살폈어요. ‘생산단가를 낮추고 싶다’는 서 대표의 니즈가 있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만 해도 생산량이 많지 않아 깊이 있는 해결책을 도출하진 못했어요. 그래서 자금조달, 재고관리, 해외 판로개척 등 다양한 분야를 살펴봤지만,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얻진 못했어요.”

서준걸 대표 : “현실적인 문제가 컸어요. 일례로 해외 판로 개척을 두고 의견을 공유했는데, 우리 회사가 해외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매출 등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어요. 서정언 학생은 ‘내 탓이다’고 아쉬워했지만 그렇지 않아요. 회사가 부족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저는 이 과정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회사 차원에서 ‘해외 판로’를 파악하려 했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 했을 거예요.

✚ 실제로 진행된 현실적인 컨설팅은 어떤 게 있나요?
김호인 연구원 : “경영진단, 제조원가 점검, 경영혁신 등이 제 전공 분야인데, 당시 O2M의 생산 규모가 크지 않아 노하우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어요. 대신 프로젝트 과정에서 재고관리 원칙이나 방법 등의 컨설팅은 의미 있게 진행했다고 생각해요.”

서준걸 대표 : “맞습니다.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이전에는 생산단가 등을 구체적으로 살피지 않았어요. 재고관리도 잘하지 못했죠. 김호인 연구원의 조언을 받아들여 지금은 마스크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자재를 미리 주문·결제하고 필요할 때마다 받는 시스템으로 변경했어요. 이 과정에서 여유 공간이 생겼고, 지금은 그곳을 활용해 재고를 관리하고 있어요.”

사실 100여일에 불과한 대학의 한 클래스에서 특정 기업의 경영을 완벽하게 컨설팅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서정언 학생과 김호인 연구원은 ‘설문조사’ 방법을 활용해 보기로 했다. O2M 마스크를 사용해본 소비자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한 뒤, 거기서 ‘맞춤형 솔루션’을 찾아보자는 거였다. 서정운 학생은 “회사원, 교사, 수험생, 특수직 종사자 등 소비자 1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88명에게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 어떤 내용을 조사했나요.
서정언 학생 : “성능, 모양, 크기, 마스크를 장시간 착용했을 때의 문제점, O2M 마스크 재구매 의사 등 15개의 항목을 조사했어요.”

✚ 결과가 궁금한데요.
김호인 연구원 : “산소발생 마스크에서 산소를 만들어내는 에어캡의 모양이 투박하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산소발생 마스크지만 성능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사람도 많았죠. 가장 큰 문제는 가격대(장당 3500원)였어요. 설문에 참여한 사람들은 2000원 이하의 가격을 원했어요. 하지만 가격대를 2000원 이하로 낮추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죠.”

✚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나요.
서정언 학생 : “발상을 바꿔봤어요. 특정 직업군을 타깃으로 삼으면 어떨까란 전략을 세워봤죠. 가격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O2M 마스크가 꼭 필요한 직업군을 상대로 수요를 이끌어 내자는 거였죠.”

✚ 어떤 직업군이 선정됐나요.
서정언 학생 : “설문조사 결과 마스크를 쓰고 말을 많이 하는 교사와 강사들이 가장 적합했어요. 산소가 발생해 숨 쉬는데 도움을 주고, 그 과정에서 습기를 제거해 주기 때문에 마스크가 젖는 걸 방지할 수 있다는 점은 어필할 만한 포인트였죠.”

✚ 학생과 전문가가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제안한 솔루션이 회사에 도움을 줬나요.
서준걸 대표 : “당연하죠. 스타트업 입장에선 이같은 설문조사를 진행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돼요. 예전에 20~25명의 임산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을 때 수천만원의 비용이 들었죠. 그래서 스타트업에서 사용자 데이터를 확보하는 건 쉽지 않아요.”

✚ 그럼 이번에 얻은 설문조사 데이터를 경영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나요?
서준걸 대표 : “물론입니다. 이번에 진행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다양한 이들과 판매 관련 미팅을 하고 있어요. 가능성 있는 시장을 발굴한 셈이죠.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해 제품의 디자인을 변경했고, 산소 발생량을 높이는 등 성능도 개선했어요. 제품에 아로마향을 첨가해 산소 발생을 체감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고요.”

✚ 의미 있는 성과를 이뤘네요. 그래도 아쉬움은 남았을 것 같아요.
김호인 연구원 : “네, 처음엔 M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 전략까지 세우는 것이 목표였어요. 하지만 쉽지 않았어요. 3개월은 참 짧더라고요(웃음).”

서정언 학생 :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데 필요한 전문지식이 있었더라면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러지 못한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아요.”

서준걸 대표 : “프로젝트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어요. 한달 정도의 시간만 있었어도 회사의 비즈니스 일정과 맞춰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럼 회사의 현안에 맞는 컨설팅이 가능했겠죠.”

✚ 프로젝트를 진행한 소감이 궁금해요.
서정언 학생 : “힘들었던 만큼 큰 여운이 남은 프로젝트예요. 학생들의 의견이 기업 경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기 때문이죠.”

김호인 연구원 : “신선한 경험이었어요. 스타트업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죠. 학생들이 프로젝트에 진지하게 임하는 것을 보고 느낀 점도 많아요.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서준걸 대표 : “스타트업을 5년 정도 운영하다 보니 하다못해 사무실 벽지 색깔까지 전부 제가 결정해야 했어요. 그러다보니 다른 시각을 가진 전문가의 진심 어린 조언이 그리워졌죠. 이번 프로젝트는 그런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제가 놓치고 있던 부분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어요.”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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