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대세론 위협하는 하이브리드차
에너지·가격경쟁력·사용자 편의 따져보니
전문가 관점 따라 주장도, 결론도 달랐어
결국 미래차 시장 향방은 소비자 선택에

모두가 전기차의 시대가 왔다고 말한다. 숫자를 보면 그 말을 실감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1~7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순수전기차(BEV) 판매량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171% 증가했다. 하지만 전기차의 미래를 단정하기엔 아직 이르다.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차의 판매량도 전년 대비 105.7% 증가하며 급성장하고 있어서다. 그만큼 하이브리드차의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미래차 시장을 둘러싸고 때아닌 헤게모니 전쟁이 일어난 이유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미래차 ‘전기차 · 하이브리드차 논쟁’을 취재했다.

미래차 시장의 주인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소비자다.[사진= iaa 제공]
미래차 시장의 주인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소비자다.[사진= iaa 제공]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은 전기차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습니다. 나는 하이브리드차를 이렇게 정의해요. ‘평생 내연기관 연구만 해왔던 기계공학자들의 마지막 발악’이라고요(전기차 전공 K교수).”

“하이브리드 기술력이 뒤떨어지는 유럽 · 미국이 자국 완성차 기업들 ‘밀어주기용’으로 밀어붙인 게 전기차 아니겠어요? 친환경과 탄소중립은 그저 미명일 뿐입니다(하이브리드차 전공 C교수).”

지금 자동차 업계에서는 미래차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헤게모니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하이브리드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전기차 대세론’을 위협하고 있는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렇다면 미래차 시장을 주도하는 건 어느 쪽일까. 현시점에서 더 경쟁력 있는 차종은 전기차일까 하이브리드차일까.

논쟁적 주제를 두고 더스쿠프(The SCOOP)가 에너지 · 가격경쟁력 · 사용자 편의라는 세가지 측면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전문가들은 예상보다 더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웠다.  

물론 어느 한쪽의 견해가 정답이라고 단언하긴 어렵다. 하지만 양측의 공방을 통해 미래차 시장의 향방을 가늠해 볼 수는 있다. 자, 이제 더스쿠프가 마련한 가상의 공론장을 펼쳐놓겠다. 어떤 관점으로 미래차 시장을 바라볼지는 독자의 몫이다. 어차피 시장의 판도를 결정하는 건 전문가가 아니라 소비자니까.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가 동반 성장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사진= 폭스바겐 제공]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가 동반 성장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사진= 폭스바겐 제공]

■기준➊ 에너지 =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경쟁력을 따져보기 위해 가장 먼저 살펴본 항목은 에너지 부문이다. 에너지양에 따라 자동차가 갖는 힘(출력 · 토크)이 달라지고, 이는 자동차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주행성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먼저, 하이브리드차 전문가들은 엔진의 주 연료인 가솔린의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강점으로 꼽았다. 박정규 한양대(기계공학) 겸임교수는 “가솔린의 질량당 에너지는 1000 Wh/㎏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밀도가 높은 연료”라면서 “반면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리튬이온전지(배터리)의 질량당 에너지는 100Wh/㎏으로 가솔린 연료의 10분의 1 수준”이라고 설명했다.[※참고: 박 교수는 “환경문제로 자동차 산업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긴 하지만, 과거 100년간 가솔린 연료가 자동차 업계를 지배한 나름의 이유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배터리는 상대적으로 낮은 에너지 밀도 탓에 에너지양을 늘리려면 배터리 크기를 키워야 하는데, 이는 전기차의 증량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자동차는 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에너지 효율이 떨어진다. 하이브리드 측 전문가들이 “전기차는 배터리 용량 대비 가용할 수 있는 에너지양이 많지 않고, 따라서 주행거리도 하이브리드차에 비해 떨어진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하이브리드차 진영이 강조하는 건 또 있다. 하이브리드차에서 엔진이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기존 내연기관차는 엔진이 출발부터 가속 · 고속 · 정지 등 주행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수행해 과부하가 걸릴 우려가 있다. 반면 하이브리드차는 모터가 엔진의 기능을 분산한다.

가령, 모터가 출발과 가속을 담당하면 엔진은 고속운전이나 발전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필요할 때만 힘을 쓰니 엔진의 효율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박 교수는 “하이브리드차는 엔진을 한정적인 영역에서만 가동하면 되기 때문에 열효율을 더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참고: 내연기관차의 엔진과 전기차의 모터를 모두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차는 엔진과 모터의 역할에 따라 ▲일반 하이브리드(HEV)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등으로 분류한다.]

이런 주장에 전기차 진영은 완전히 다른 의견을 냈다. 유지상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차세대전지연구센터장은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낮은 것은 인정하지만 고전압화 · 소재 교체 등 제조기술에 따라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우진 숭실대(전기공학) 교수도 “알루미늄을 사용한 배터리는 이론상 에너지 밀도를 2000Wh/㎏까지 높일 수 있는데, 이는 가솔린 연료의 2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전문가들은 하이브리드차는 엔진을 구동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일어난다고 지적하며 반론을 이어갔다. “엔진의 효율은 30%를 넘길 수 없는 반면 배터리와 모터의 효율은 90%를 상회하기 때문에 실제 주행 시 에너지 가용량과 효율성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최우진 교수).”

흥미롭게도 하이브리드 측 전문가들은 재반론을 펼쳤다. 하성용 중부대(자동차시스템공학) 교수는 “현재 일본의 완성차 기업인 닛산에서 열효율성을 50%까지 높인 하이브리드용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이론상으로는 하이브리차의 엔진 역시 얼마든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기준➋ 가격경쟁력 = 이렇듯 에너지 측면에서는 양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그렇다면 자동차를 구입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인 가격은 어떨까.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모두 출시하는 차종인 기아의 ‘니로(2022년형)’를 살펴보자.

니로 전기차(BEV)의 가격은 세부 성능과 사양에 따라 4590만~4790만원으로 가격이 형성돼 있다. 최대 800만원의 구매보조금을 감안해도 최소 3790만원이다. 이는 니로의 일반 하이브리드(HEV) 모델 중 최상위 등급(모델명 시그니처 · 3017만원)보다 26% 비싼 가격이다.

니로의 하이브리드 모델 중 PHEV(3939만원)의 가격은 전기차의 최소 가격(3790만원)보다 조금 높긴 하지만 1회 충전 · 주유 시 주행거리(니로 전기차 385㎞ · 하이브리드 PHEV 878㎞)를 감안하면 비싼 것도 아니다. 전기차가 가격경쟁력에서 다소 앞서도 주행거리가 가격의 메리트를 상쇄하는 셈이다.[※참고: 하이브리드 모델 중 PHEV는 독자 편의를 위해 하이브리드 PHEV라고 기술했다.]

이를 전제로 하이브리드차 전문가들은 전기차가 앞으로도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성용 교수는 “전기차 가격의 50%는 배터리 값”이라면서 “배터리 가격이 획기적으로 떨어지지 않는 이상 전기차 가격을 낮추는 길은 요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하이브리드차 전문가는 “향후 정부의 구매보조금이 지속적으로 줄어서 일몰 단계에 이르면 전기차는 지금보다 더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누가 더 경쟁력 있을까

이런 주장에 전기차 진영의 유지상 센터장은 “배터리는 셀 · 팩 · 모듈의 세 가지 단위로 나뉘는데, 현재 모듈을 생략한 셀투팩(CTP · Cell To Pack) 등의 기술을 통해 부품을 간소화해서 배터리 가격을 대폭 낮춘 상태”라고 말했다.

유동주 선문대(기계공학) 교수는 “현재 배터리 가격은 1㎾h당 100달러(약 12만원) 수준으로 10년 전 가격(100만원)에 비해 88% 낮아졌다”면서 “향후 기술 개발을 통해 배터리 가격은 지금의 절반 수준인 55달러(6만6000원)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의 관점에 따라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경쟁력은 다르게 해석됐다.[사진= 폭스바겐 제공]
전문가들의 관점에 따라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경쟁력은 다르게 해석됐다.[사진= 폭스바겐 제공]

전기차 측 전문가들은 한발 더 나아가 보조금 혜택이 사라져도 기술을 통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최우진 교수는 “전기차 수요가 증가하고 대량 생산이 늘어나면 규모의 경제가 일어날 것”이라며 “생산 과정에서 수율 개선을 통해 가격 저감 속도를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진영의 반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전기차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자. “하이브리드차가 모터를 사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전기차의 장점을 수긍한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하이브리드차를 만드는 완성차 기업들은 연비와 효율을 높이기 위해 배터리의 용량을 키우고 모터 기술을 개발한다. 결국 하이브리드차의 종착지는 모터만으로 주행하는 전기차가 될 거다. 현재 하이브리드차는 전기차의 하위호환에 불과할 뿐이다. 전기차가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순간 하이브리드차가 설 곳은 없을 것이다.”

■기준➌ 사용자 편의 = 하이브리드차 측 전문가들은 전기차 진영이 펼치는 다소 도발적이면서도 비관적 전망에 반론을 펼쳐놨다. 하성용 교수의 말이다. “운전자 편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연비인데, 뛰어난 연비는 하이브리드차의 가장 큰 장점이다. 전기차가 좀처럼 하이브리드차의 연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만큼 하이브리드차는 되레 장수하는 차종이 될 가능성이 높다.”

누구 말이 옳을까. 그럼 니로를 통해 두 차종의 연비를 비교해보자. 수치상으론 하이브리드차 중 가장 연비가 높은 하이브리드 PHEV의 복합연비(18.6㎞/L)가 전기차의 최상위 등급(모델명 노블레스 · 5.3㎞/㎾h)보다 3.5배 높다.

하지만 이 비교엔 한계가 있다. 두 차종을 비교한 단위 기준(전기차 ㎾h · 하이브드차 ㎞/L)이 다르다. 이 때문에 전기차 진영에선 ‘에너지 순발열량’을 활용해 연비를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휘발유 · 경유 · 전기 모두 에너지원의 일종이고, 이들 모두 공통적으로 에너지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순발열(연료의 연소과정에서 발생하는 순수 발열)이 발생하므로 그 양을 기준으로 삼자는 거다.

전기차 진영의 주장대로 순발열량을 적용하면 휘발유 1L는 전기의 8.4㎾h에 해당한다. 이를 적용해 계산한 니로 전기차의 연비는 44.5㎞/L로 하이브리드 PHEV(18.6㎞/L)보다 2.4배 높다.[※참고: 환경부의 ‘자동차의 에너지소비효율, 온실가스 배출량 및 연료소비율 시험방법 등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휘발유(1L당)와 전기(1㎾h당)의 순발열량은 각각 7230㎉, 860㎉이다. 이를 바탕으로 휘발유 1L가 전기 8.4㎾h에 해당한다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전기차 측 전문가들은 “연비의 기준을 무엇으로 삼느냐에 따라 두 차종의 경쟁력을 달리 해석할 수 있다”면서 “설사 연비가 하이브리드차보다 낮다고 해도 총 연료비에서는 전기차가 더 우위에 있다”고 공세를 이어갔다. 실제로 기아가 공식적으로 제공한 니로의 제원에 따르면 1년에 2만㎞를 주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총 연료비는 ▲하이브리드 PHEV 181만7204원 ▲ 일반 하이브리드 173만3333원 ▲전기차 46만2258원으로 전기차가 가장 낮았다.

그러나 하이브리드 측 전문가들은 전기차의 낮은 연료비가 언제까지 유지될지 불투명하다고 반박했다. 익명을 요청한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자. “현재 하이브리드차 유류비의 80% 이상이 세금이다. 반면 전기차는 보급 확대를 명목으로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받고 있다. 향후 전기차의 세제 혜택이 줄어드는 게 확실한 데다가, 2030년까지 전력요금이 30%가량 오를 전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 차종의 총 연료비는 되레 비슷한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

하이브리드차 진영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전기차의 부족한 충전 인프라를 지적했다. 연료비가 저렴해도 정작 충전할 곳이 없으면 무의미하다는 거다. [※참고: 전기차 진영은 “정부 차원에서 2025년까지 거주지 · 직장 중심으로 50만기 이상의 충전소를 설치할 예정”이라며 “아울러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늘어날수록 충전과 관련한 불편은 빠르게 해소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자동차 시장 향방 소비자에 달려


자, 어떤가. 앞서 살펴봤듯 관점과 기준에 따라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장래성을 향한 평가는 달랐다. 양쪽 진영에 선 전문가들은 서로의 주장을 일부분 인정하면서도 끝내 이견을 좁히지는 못했다.

그만큼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성패를 예견하고 결론을 내리기란 쉽지 않다. 전기차 대세론과 하이브리드차 강세론이 동시에 쏟아지고 있지만 아직 두 차종의 미래는 미지수라는 얘기다.

여기서 마지막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라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중 누구의 손을 들어주겠는가. 전기차의 독주와 하이브리드차의 생존 중 어느 쪽의 확률에 베팅하겠는가. 결국 미래차 시장의 향방은 소비자인 당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시장의 무게추는 이미 어디론가 움직이고 있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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