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폴더블 시대
치열한 폴더블 노트북 개발 경쟁
폴더블에선 기기 간 경계 무의미
폴더블 폼팩터 상용화 쉽지 않아

‘접는 휴대전화’를 넘어 이번엔 ‘접는 노트북’ ‘접는 태블릿’ 시대가 올까. 폴더블 트렌드가 스마트폰을 넘어 노트북, 태블릿으로 옮겨가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개한 시제품을 보면 머지않은 미래처럼 보이기도 한다. 스마트폰도 접었는데 노트북이라고 못 접을 이유는 없지 않을까.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제품으로 구현해내는 건 또다른 문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 5월 열린 SID 디스플레이 위크 2021에서 멀티 폴더블폰과 폴더블 노트북을 공개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 5월 열린 SID 디스플레이 위크 2021에서 멀티 폴더블폰과 폴더블 노트북을 공개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지난 5월 열린 ‘세계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 디스플레이 위크 2021’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선보인 신기술에 시장의 이목이 쏠렸다. 그럴 법도 했다. 두번 접는 멀티 폴더블(Foldable) 기술 ‘S-폴더블’, 노트북 크기의 화면을 접는 ‘17인치 폴더블’, 옆으로 화면을 확장할 수 있는 ‘슬라이더블(Slidable)’ 등 폴더블폰과 롤러블(Rollable)TV의 뒤를 이을 새 폼팩터(제품의 물리적 형태)의 등장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아직 프로토타입 모델이었지만 시장은 기대감으로 들썩였다. 

그로부터 6개월여, 차세대 폼팩터의 실체가 점점 가시화하고 있다. 지난 11월 22일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기술ㆍ트렌드ㆍ뉴스 등 OLED 관련 정보만 전달하는 ‘마이크로사이트’를 오픈했는데, 이곳 메인화면에 또다시 ‘폴더블 노트북’이 등장했다.

더 나아가 삼성디스플레이가 해당 홈페이지에서 공개한 ‘삼성 OLED 플렉스 디스플레이 시리즈’엔 폴더블폰을 비롯한 ▲롤러블(시리즈명 Rollable flex) ▲슬라이더블(Slidable flex) ▲폴더블 노트북(Flex Note)의 실루엣이 포함됐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 “차세대 폼팩터를 적용한 기기가 곧 시장에 공개될 수 있다는 시그널”이라면서 “스마트폰 시장에서 시작된 폴더블 트렌드가 내년엔 태블릿과 노트북 시장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충분히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세트업계 안팎에선 폴더블 태블릿ㆍ폴더블 노트북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글로벌 PC 제조업체 델과 종합반도체기업 인텔은 이미 지난해 폴더블 노트북 시제품을 선보였다. 제품 전면이 디스플레이 패널로 이뤄져 있지만 반을 접으면 화면 일부에서 키보드가 생성돼 노트북과 동일하게 쓸 수 있다.

특히 인텔의 폴더블 노트북 ‘호스슈 벤드’는 지금껏 공개된 폴더블 노트북 중 가장 큰 17인치 제품이었다.[※참고: 세계 최초로 폴더블 노트북을 출시한 건 중국 레노버다. 레노버는 지난해 폴더블 노트북 ‘싱크패드X1폴드’를 출시했다. 다만, 노트북치고는 크기가 작다. 완전히 펼쳤을 때 13.3인치, 접었을 때 화면 크기는 9.6인치다.]

 

폴더블폰으로 재미를 본 삼성전자가 내년께 폴더블 태블릿ㆍ폴더블 노트북 경쟁에 뛰어들 거란 전망도 심심찮게 쏟아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멀티 폴더블폰과 폴더블 태블릿의 디자인 특허를 취득한 게 ‘새로운 폼팩터의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시그널로 읽힌 셈이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스마트폰을 비롯한 태블릿ㆍ노트북 등의 폼팩터 다변화는 향후 몇 년간 가장 중요한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건 폼팩터 다변화가 불러올 나비효과다. 남 연구위원은 “(폼팩터 다변화가 진행되면) 스마트폰ㆍ태블릿ㆍ노트북 등 각각의 제품이 분화되고 통합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제품군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멀티 폴더블폰ㆍ폴더블 태블릿ㆍ폴더블 노트북의 등장으로 디스플레이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건데, 지난 5월 SID 디스플레이 위크 2021에서 기조연설에 나선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도 같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메타버스 시대에 접어들면서 디스플레이 산업 내에 새로운 트렌드와 혁신이 일고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 모니터 등 전통적인 IT기기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개인의 사용 환경과 니즈에 따라 분화되고 맞춤화된 새 IT기기가 등장할 것이다.”

폼팩터 변화가 제품 간 경계를 허물 것이란 의견은 나름의 근거를 갖고 있다. 폴더블ㆍ롤러블ㆍ슬라이더블ㆍ스트레처블(Stretchable) 등 기술이 기기의 물리적 형태를 다양하게 바꿀 수 있다면 각 제품의 정체성을 규정지었던 크기와 용도에 따른 분류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개한 S-폴더블은 접었을 땐 스마트폰이지만 두번 접힌 화면을 완전히 펼치면 태블릿처럼 사용할 수 있다. 17인치 폴더블도 마찬가지다. 접으면 13인치 크기의 태블릿, 반쯤 펼치면 노트북, 180도로 펼치면 17인치 모니터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새 폼팩터의 등장 시기가 예상만큼 빠르진 않을 거란 반론도 많다. 태블릿ㆍ노트북을 접는 게 스마트폰과는 차원이 다를 가능성이 높아서다. 기술적인 문제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태블릿ㆍ노트북용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개발하는 것과 이를 기반으로 폴더블 태블릿ㆍ폴더블 노트북을 구현해내는 건 전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남상욱 연구위원의 설명을 들어보자. “가장 큰 문제는 힌지(경첩ㆍhinge)와 레이어다. 접었다 폈다를 반복할 때 디스플레이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형태로 힌지를 만들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아울러 디스플레이는 다양한 레이어로 구성되는데 각각의 레이어가 접히는 정도가 다르다. 이를 관리할 수 있는 물리적 시스템을 만드는 게 어렵다. 이를 구현해낼 기업이 얼마나 있을진 의문이다.” 

실제로 엣지 디스플레이로 시작해 폴더블폰, 롤러블TV로 많은 노하우를 쌓은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제외하곤 폴더블 폼팩터를 제대로 구현해낼 기업이 아직 많지 않다. 굴지의 IT기업 구글도 올해로 예정돼 있던 폴더블폰 ‘픽셀 폴드’의 출시일을 내년 하반기로 연기했는데, 기술력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물며 태블릿과 노트북에서 폴더블 폼팩터를 구현하는 건 더욱 쉽지 않을 공산이 크다. 스마트폰을 넘어 태블릿, 노트북 시장에서도 폼팩터 다변화가 대세라고 하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는 미지수인 이유다. 

남 연구위원은 “폴더블폰이 이제 막 개화하는 단계라고 한다면 폴더블 태블릿ㆍ폴더블 노트북 시장은 아직 싹이 돋지도 않은 상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접었다고 노트북까지 접길 기대하는 건 아직 시기상조일지 모른다는 얘기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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