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LINC+ 사업단 공동기획
학생ㆍ연구원ㆍ본부장 삼각 인터뷰
가톨릭대 + 포스코경영연구원 콜라보

경영에 문외한인 대학생들이 한 기업의 마케팅 전략을 컨설팅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컨설팅을 받겠다는 기업이 있을지조차 의문이지만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물론 전문가가 학생들의 멘토로 참여하긴 했지만 이것만으로도 도전이었다. 중요한 건 학생들의 컨설팅을 받은 기업이 이를 ‘꽤 의미 있는 프로젝트’로 평가했다는 점이다. 그 의미를 짚어보기 위해 프로젝트에 참여한 가톨릭대 학생,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원, 기업 임원을 만났다.

김용식 포스코경영연구원 소속 연구원, 현수미 가톨릭대 학생, 심형은 휠링보장구협동조합 본부장(왼쪽부터).[사진=천막사진관]
김용식 포스코경영연구원 소속 연구원, 현수미 가톨릭대 학생, 심형은 휠링보장구협동조합 본부장(왼쪽부터).[사진=천막사진관]

✚ 프로젝트는 어떻게 추진된 건가요?
김용식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원(이하 김용식 연구원) : “올해 2월 가톨릭대 LINC+ 사업단과 포스코경영연구원이 사회적기업을 돕는 ‘프로보노(Pro Bono) 프로젝트’를 기획했어요. 가톨릭대는 이 프로젝트에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게 수업을 개설했습니다.”

✚ 마케팅은 상당한 전문성을 필요로 합니다. 학생들로선 부담스러웠을 것 같은데요. 
현수미 가톨릭대 학생(이하 현수미 학생) : “마케팅이라고 하니까 좀 쑥스럽습니다. ‘수업을 통해서라도 사회적기업에 도움이 돼보자’는 취지로 이해해주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도움이 안 될까봐 걱정이 컸습니다.”

학생들의 팀명은 ‘지화수’다. 최세진(바이오메디컬화학공학)ㆍ김양환(경영학)ㆍ현수미(사회복지학) 학생의 이름에서 자음과 모음을 따서 지은 이름인데,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2013년 설립한 휠링보장구협동조합의 컨설팅을 맡았다. 2017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휠링보장구협동조합은 전동휠체어용 급속자동충전기를 제조ㆍ판매하고, 휠체어를 수리ㆍ대여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엔 장애인을 위해 ‘높낮이 조절 싱크대’를 개발ㆍ론칭했다. 

✚ 비전공 학생들의 참여가 기업으로선 달갑지 않을 것 같기도 한데요. 
심형은 휠링보장구협동조합 본부장(이하 심형은 본부장) : “학생들에게 정말 미안한 얘기지만, 솔직히 회사로선 별 기대를 안 했습니다. 마케팅 전공자가 아니니까요. 그래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를 찾는 데만 3주가량이 걸렸죠.”

✚ 지속적인 미팅을 통해 ‘높낮이 조절 싱크대’ 마케팅 전략을 세워보자 하게 된 건가요?
심형은 본부장 : “그렇습니다. 이 싱크대가 지난해 8월 정도에 출시돼서 저희로선 마케팅 아이디어가 필요했거든요. 사실 중소기업은 늘 마케팅 전략에 목말라 있지만 여러모로 여력이 부족합니다. 저희로선 나쁠 게 없었죠. 혹시 모를 신선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도 있었으니까요.”

✚ 혹시 모를 신선한 아이디어는 나왔나요?
심형은 본부장 : “기대 이상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어떤 점이 신선했나요?
심형은 본부장 : “우선 학생들이 회의 때마다 각종 자료를 한뭉치씩 갖고 왔어요. 아마 저희도 그렇게 하긴 힘들 거예요. 진심이 보였어요. 그중엔 저도 처음 보는 자료를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그 자료들을 토대로 학생들이 이런저런 방법을 제시하는데 묘하게 설득이 되더라고요.”

현수미 학생 :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그런 것들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항상 사전에 김용식 연구원께 이건 어떤지, 저건 어떤지 여쭤보고 피드백을 받아서 말씀을 드렸죠. 연구원님이 없었다면 미움을 받았을지도 몰라요. 연구원님이 큰 맥락을 잘 잡아주셨죠.”

✚ 학생들이 또 어떤 도움을 줬나요. 
심형은 본부장 : “리플릿을 말하고 싶네요.” 

✚ 리플릿이요?
심형은 본부장 : “학생들이 새로운 방식의 리플릿을 제안했어요. 3단으로 접어서 영업에 사용할 수 있는 리플릿이었는데, 맘에 쏙 들었습니다. 그 리플릿은 지금도 저희가 영업을 할 때 활용하고 있습니다.”

✚ 어떻게 기획한 건가요?
김용식 연구원 : “사실 해당 리플릿은 학생들이 직접 디자인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만든 건데, 전 그런 프로그램이 있는지도, 다룰 줄도 몰랐어요. 결과물을 보니 정말 강점을 알아보기 쉽게 만들었더라고요.”

✚ 어쨌거나 ‘높낮이 조절 싱크대’의 마케팅 전략을 짜는 게 중요했을 것 같아요. 이 분야에선 어떤 아이디어가 나왔나요?
심형은 본부장 : “저희가 제품 가격이 높다고 생각해서 고민을 했어요. 제품 가격은 규모의 경제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낮추기가 쉽지 않은데, 상부장과 하부장을 분리해서 판매하면 어떻겠느냐는 아이디어를 주더라고요. 프로젝트 전에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겁니다. 또한 ‘장애인을 위한 싱크대’지만, 노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의 아이들까지 고객층을 넓힐 수 있다는 제안도 좋았습니다.”

이는 김용식 연구원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토대로 나온 제안이다. 

✚ ‘맞벌이 가구의 아이들’도 고려한 건 무엇 때문인가요?
김용식 연구원 : “정확히 말하면 맞벌이 가구의 아이들만을 대상으로 한 건 아니고, ‘스스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아이들’에 초점을 맞춘 겁니다. 아이들이 주방에서 안전사고를 많이 겪는다는 통계를 학생들이 찾아냈고, 이를 토대로 ‘아이들’도 포함해 맞벌이 부모들을 공략할 수 있겠다고 본 겁니다.”  

✚ 타깃을 장애인에서 비장애인으로 넓힐 수 있다는 거군요.
김용식 연구원 : “맞습니다.” 

✚ 타깃을 ‘비장애인’으로 완전히 확장할 수도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장애인이 사용하기 쉬운 싱크대라면 비장애인에게도 편리할 테니 수요가 있을 것 같은데요. 
김용식 연구원 : “맞습니다. 그래서 완전한 고객층 확장도 생각을 했습니다. 프리미엄 라인으로 갈 수도 있죠. 하지만 그러려면 좀 더 투자가 필요한데, 중소기업엔 쉽지 않습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죠.”

심형은 본부장 : “아무래도 프리미엄 제품으로 가려면 디자인이나 안전성, 성능, 원자재 등에 더 신경을 써야 하니까요. 그래서 연구원님이 고객층 확장을 제안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워 조절을 했습니다.”

현수미 학생 : “사실 저도 제품을 본 후에 많은 비장애인이 이 제품을 알게 돼서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엄마가 싱크대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으면 허리에도 무리가 덜 갈 것 같다는 가정도 해봤죠. 언젠가는 더 많은 비장애인에게 제품이 알려질 거라 생각합니다.” 

✚ 대외적인 성과도 있었나요?
심형은 본부장 : “네. 이번 프로젝트로 공기업이 관심을 갖게 됐어요.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장애인이나 고령자 등 주거약자들을 위해 주택 내 설비를 개조해주는 사업을 하고 있는데, 그 설비 항목에 ‘높낮이 조절 싱크대’가 들어갈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어요. 우리 회사가 장애인을 고용하는 사회적기업이고, 장애인과 노인들에게 꼭 필요한 싱크대라는 걸 잘 홍보한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참, 상ㆍ하부장 분리 판매로 가격도 줄일 수 있게 됐으니 그것도 성과네요.”

✚ 한 학기 동안 이처럼 다양한 고민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현수미 학생 : “시간이 더 많았다면 더 많은 걸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아쉬움이 커요. 사실 어른들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아서 겁이 조금 났는데, 많은 분이 저희를 응원해주셔서 가벼운 마음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어요.”

김용식 연구원 : “기간이 짧다 보니 실제로 기업이 당장 적용해서 할 수 있는 것에 컨설팅의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설문조사도 해보고, 시장의 반응을 검토해 가면서 좀 더 깊이 있는 내용을 논의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그게 좀 아쉽습니다. 이런 한계가 있었는데도 기업에 도움이 됐다니 저도 뿌듯합니다.”

심형은 본부장 : “프로젝트를 통해서 나온 결과를 토대로 장애인학회나 공기관, 장애인센터 등과 마케팅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어요. 가톨릭대와 포스코경영연구원에 감사합니다. 지화수팀에도요.”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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