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 속 스타트업
기술력 앞세워 도전하고 있지만 가시밭길

높은 정확도와 신속한 진단으로 K-진단키트가 날개를 달았다. 관련 제품이 수출 효자품목에 오르면서 국내 진단키트 업체들은 소위 ‘대박’을 쳤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숱하다. 소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기술력을 앞세워 제품 국산화를 꾀하고 있는 스타트업이 ‘외로운 도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코로나19로 진단키트 업체가 호재를 누렸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로 진단키트 업체가 호재를 누렸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국면에서 국내 진단의료기기 업체들은 눈에 띄는 성장을 이뤘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2021년 1~7월 국내 진단키트 수출액은 총 4조1083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2조5000억원을 돌파하며 수출품목 상위 10위 안에 오른 뒤 성장세를 이어갔다.

국내 진단키트 대표 업체들의 실적도 고공행진이다. 2019년 73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SD바이오센서는 지난해 1조686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00% 이상 성장한 거다. 올해 상반기엔 1조9595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일찌감치 전년 매출을 뛰어넘었다. 영업이익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2019년 9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7383억원을 기록했고, 올 상반기엔 9667억원을 올렸다. 

또 다른 진단키트 업체 씨젠도 마찬가지다. 2019년 1220억원이던 씨젠의 매출액은 지난해 1조1252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224억원에서 6762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처럼 진단키트 업체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에 없던 수혜를 누렸지만 숙제도 남겼다. ‘K-진단키트’로 수출에 날개를 달았지만, 정작 진단키트의 핵심 소재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선 원재료를 미리 확보해놓지 않으면 주문이 들어와도 원활하게 수요에 대응하기 어렵다. 최근 계속되고 있는 글로벌 공급 대란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핵심 소재 국산화를 통해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래야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도 있다. 


문제는 소재 국산화가 진단키트를 포함한 바이오헬스만의 숙제가 아니라는 거다. 2019년으로 돌아가보자. 2019년 7월 일본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스 생산에 필수적인 포토레지스트(PR),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FPI) 품목의 한국 수출을 규제했다. 곧이어 백색국가 명단에서도 제외했다. 우리나라도 맞대응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한동안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쳤던 게 사실이다. 그해 10월 정부는 대통령 직속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경쟁력 위원회’를 출범했다. 

올해만 해도 차량용 반도체 수급이 어려워 신차를 수개월 이상 기다려야 했고, 하반기엔 ‘요소수 대란’이 일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1~10월 특정국 수입의존도가 80% 이상인 품목이 총 3911개에 달한다. 그중 중국 의존도가 80% 이상인 품목이 1856개로 가장 많았다.

반도체와 고강도 철강 생산에 쓰이는 산화텅스텐,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 등을 중국에서 80% 이상 수입한다. 중국이 빗장을 걸어 잠그거나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 언제든 제2, 제3의 요소수 사태가 터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박천일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최근 요소수 사태를 겪으면서 특정 국가에 의존도가 높은 산업용 원자재 수급을 둘러싸고 업계의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정부, 업계와 조직적으로 협력해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공급망 불확실성에 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정부는 핵심 소재의 수입의존도를 개선하고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소부장 및 전략 핵심 소재 기술개발 예산을 확대 편성했다. 소재부품 기술개발(R&D) 내년 예산은 8410억원으로 올해 예산 7109억원보다 1301억원 증액했고, 전략 핵심 소재 자립화(R&D) 예산은 1757억원에서 85억원 증가한 1842억원으로 최종 의결됐다.

K-국산화를 위해 혼신의 힘을 쏟는 스타트업도 곳곳에 있다. 바이오산업용 멤브레인 전문 스타트업 ㈜움틀은 창업 1년 만에 바이오산업용 멤브레인 필터와 체외진단기기의 원부자재인 NC멤브레인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해 시장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표면처리(코팅) 전문 스타트업 이노션테크 역시 1년 만에 해외 기술에 의존하던 플라즈마 코팅 기술을 국산화했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스타트업들은 기반이 전혀 없어 맨땅에 헤딩해야 하는 일이 부지기수인 데다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기도 버겁다. 정부가 소부장 국산화를 위해 스타트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나섰지만 핵심 소재가 어디서 얼마나 수입되고 있는지 등 현황 파악조차 제대로 돼있지 않은 분야가 숱하다. 

바이오산업 분야는 그중 하나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품목별로 국산화율이 몇 퍼센트인지, 해외 수입의존도는 어느 정도 되는지 파악에 나섰지만 쉽지 않다”면서 “원부자재를 수입하는 업체가 하나둘이 아니다 보니 통계를 만드는 것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소부장 국산화를 위해 작은 기업들이 곳곳에서 땀 흘리고 있지만 그들의 앞길은 아직 험난하기만 하단 얘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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