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출 新전략

중국은 기회의 땅이다. 시장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죽음의 땅이기도 하다. 국내외 기업의 경쟁이 치열해 살아남기 쉽지 않다. 현지기업의 텃세 또한 만만치 않다. 최근 새로운 중국시장 진출전략이 각광받고 있다. 마스터프랜차이즈인데, 텃세를 부리던 현지기업을 되레 활용하는 방법이다.

▲ 더페이스샵이 중국 현지업체와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영역을 넓히고 있다. 사진은 더페이스샵 중국 베이징점 플래그십 매장 오픈식 사진.
인구수만 한국의 26배에 달하는 중국은 기회의 땅이다. 국내기업의 중국시장 진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소비재 기업의 중국진출이 활발하다. 1999년 여성복 브랜드 온앤온으로 중국에 진출한 보끄레머천다이징은 중국 진출 13년 만에 직영점 180개를 운영할 정도로 눈부시게 성장했다.

오리온은 초코파이 하나로 중국 열도를 흔들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 벌어들인 매출은 1조원이 넘는다. 국내 식품기업이 한국시장에서 1조원 이상 벌기 힘들다는 점에 비춰보면 괄목할 만한 성적표다. 일례로 매일유업은 회사 설립 43년 만에 매출 1조원 클럽 가입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죽음의 땅이기도 하다. 국내 커피전문점 카페베네는 지난해 4월 중국 베이징北京에 진출한 지 3개월 만에 1호점인 중관춘(中關村)점의 가맹 계약을 중단했다. 본사와 가맹점주 사이에서 빚어진 갈등이 이유였다. 미숙한 현지화와 파트너와의 갈등은 실패로 이어지게 마련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 중국시장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적은 초기 투자비용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방식이 떠오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신세계가 운영하는 대형할인점 이마트는 1997년 업계 최초로 중국에 발을 들였다가 고배를 마셨다. 2011년 중국내 점포 11곳을 폐점하고 952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중국시장에서 실패를 맛본 이마트는 2015년까지는 중국에 투자하지 않을 계획이다.

뼈아픈 실패가 반복되고 있음에도 국내기업의 중국진출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방식으로 중국시장을 뚫고 있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마스터프랜차이즈는 가맹점ㆍ직접진출ㆍ합자방식 등 기존 중국진출 방법과 다르다. 가맹점 계약 진출은 현지에 있는 교민에게 가맹점을 내주는 방식이다.

투자비 줄이고 안정적 수익 올려야 성공

본사는 가맹비로 수익을 얻지만 거리문제로 노하우 전수와 사후관리에 어려움이 따른다. 직영점 진출은 현지 교민이나 현지인이 매장을 직접 운영하는 대신 투자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직접진출은 말 그대로 해외본사를 설립하고 중국시장을 다이렉트로 공략하는 것이다. 당연히 더 많은 투자금이 필요하다.
이와 달리 마스터프랜차이즈는 현지 업체가 운영을 대신 맡는 것을 말한다. 더 쉽게 말하면 현지 파트너에게 일정 기간 사업권을 주고 로열티를 받는 방식이다. 초기 투자가 거의 필요 없어 안정적인 진출이 가능하다. 가맹점 방식의 약점인 거리상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2003년 중국에 진출해 현지업체 3곳과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있는 BBQ 운영사 제너시스 관계자는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 방식은 초기 계약금과 점포 오픈 때마다 얻는 이니셜 계약금, 그리고 매출의 일정 부분을 받는 러닝로열티 등을 통해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며 “중국 현지 지사가 저절로 생기는 반사이익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에서 중국에 진출하는 국내 외식기업을 중심으로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 바람이 불고 있다. CJ뚜레쥬르는 올 1월 2일 제빵업체 최초로 중국 현지업체와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었다. 현지업체는 운송•외식•관광•부동산산업 분야에 60여개 계열사와 자회사, 그리고 지분회사를 갖고 있는 사천성성도복덕락찬음관리유한공사다. 뚜레쥬르 관계자는 “이번 계약으로 사천성 지역의 뚜레쥬르 운영권한을 이양하고 매장 출점과 매출에 따른 로열티 비용을 받을 예정”이라며 “중국시장의 사정을 꿰뚫어 보고 있는 현지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관리가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토종 커피전문점 할리스커피 역시 지난해 12월 중국 현지 업체인 동링그룹과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었다. 동링그룹은 중국 광동성 지역의 100대 기업체로 식품제조ㆍ부동산 개발ㆍ자동차 부품생산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한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중국시장 전체를 아우르기 위해선 현지 유력기업과 계약을 맺어야 하는 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아모레퍼시픽 더페이스샵은 2007년 현지업체 ‘포샨’과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광둥성廣東省•톈진天津 등의 7개 지역에 진출했다. 그러다 지난해 4월 베이징ㆍ상하이上海 지역을 총괄할 수 있는 현지업체
‘헝청’과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었다. 더페이스샵은 중국의 주요지역에서 사업을 하는 헝청과 계약을 체결한 후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더페이스샵의 중국내 매장수는 2011년 1분기 100개에서 지난해 말 260개로 2.6배가 됐다. 올해는 매장수가 약 442개로 늘어나고, 매출은 447억원 이상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더페이스샵 관계자는 “처음부터 중국내 유력기업과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하는 건 어렵다”며 “아모레퍼시픽이 헝청에 비해 규모가 작은 포샨과 첫째 계약을 맺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하려면 수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특히 체결 자체가 쉽지 않을 때가 많다. 마스터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중국에 진출한 뚜레쥬르도 처음엔 직영점을 직접 열었다. 이 직영점을 눈여겨본 현지기업이 러브콜을 보내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단계 밟으면서 계약 맺어야

 
뚜레쥬르 관계자는 “뚜레쥬르 베이징점이 인기를 끌고 난 이후 현지업체가 찾아왔다”며 “처음에는 현지기업이 눈독조차 들이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할리스커피도 비슷한 절차를 밟았다. 지난해 현지법인을 만들어 중국에 진출한 할리스커피는 베이징(직영점)과 선전深圳(가맹점)에 매장을 뒀다. 그러던 중 동링기업 관계자의 눈에 띄어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었다.

난관은 또 있다.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은 현지업체가 어떤 마케팅을 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라진다. 창업컨설팅업체 비즈니스유엔의 이형석 원장은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은 초기 투자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현지업체가 사업을 확장할 때마다 로열티나 추가로 지불해야 할 금액이 발생하기 때문에 막상 계약을 맺고도 사업확장에 적극적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통해 중국에 진출한 국내기업 가운데 ‘성공했다’고 말할 만한 곳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이형석 원장은 “(마스터)프랜차이즈 사업이 성공했는지 여부는 가맹점수로 판단할 수 있다”며 “이런 맥락에서 중국시장에서 성공한 국내 기업이 없다고 보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하이 지역에만 50개 점포가 있어야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데, 아직까지 그 정도 규모의 매장을 가진 국내기업은 없다”며 “중국시장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성공하기가 어려운 만큼 꼼꼼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미선 기자story@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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