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세희 ㈜스페이스마인드 CTO

집안을 떠다니는 미세먼지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공기청정기를 가동하지만 빨간빛이 파란빛으로 변하는 것으로만 안심해야 한다. 스타트업 스페이스마인드는 미세먼지와 휘발성유기화합물 등 7가지 실내환경을 통합 제어하며 최적의 실내환경을 만드는 사용자 맞춤형 스마트홈 서비스를 개발했다. 이 기술을 개발하는 데 일조한 한세희(40) CTO(최고기술경영자)를 만나봤다.

한세희 CTO는 더욱 진화한 스마트홈 서비스를 연구 중이다.[사진=천막사진관]
한세희 CTO는 더욱 진화한 스마트홈 서비스를 연구 중이다.[사진=천막사진관]

✚ 인공지능 스마트홈 시스템이 원래는 학교에서 연구하던 모델이었다고 들었어요. 
“맞습니다. 2013~2014년쯤 기초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시장에 선보일 모델은 아니고 연구용이었어요. 그걸 시장형으로 만들기 시작한 게 2017년쯤인데, 제품으로 만들려다 보니 건축뿐만 아니라 통신, 전자분야 전문지식도 필요하더라고요. 제품 디자인도 만들어야 하고요. 그런 시행착오를 거치다 2020년 9월 법인을 설립해서 본격적으로 시장형 모델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2017년 단국대(건축학부)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던 한세희 CTO는 당시 인공지능 스마트홈 연구를 이어오던 문현준 단국대 교수(현 스페이스마인드 대표)와 뜻을 모아 스페이스마인드를 창업했다. 이후 지난해 법인으로 전환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 연구로 끝내지 않고 창업을 결심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창업이란 게 참 쉽지 않잖아요.
“결과물을 연구로만 남겨야 하는 게 아쉬워 ‘교원 창업’ 시스템을 통해서 창업했습니다. 우리가 연구한 결과물을 일상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많은 사람에게 더 쉽게 다가갈 방법은 없을지 고민하다 창업을 선택했습니다.”


✚ 많은 이에게 적용하고 싶었던 그 기술은 무엇이었나요. 
“현대인이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은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건강하고 쾌적한 실내환경을 원하는 사람도 그만큼 많아지고 있고요. 하지만 그걸 어떻게 구현해야 하는지 잘 모릅니다. 스페이스마인드는 오랫동안 건강하고 쾌적한 실내환경 제어 기술을 연구해온 건축·인공지능 전문가가 모여서 ‘엣지(edge)’라는 인공지능 스마트홈 컨트롤러를 개발했습니다.”


✚ 실내환경을 제어하는 서비스는 대기업을 비롯해 몇몇 업체가 선보였습니다. 새로 짓는 아파트에도 적용되고 있는 기술이고요.
“기존의 서모스탯(Thermostat·온도자동조절장치)은 온도 조절만 가능합니다. 하지만 온도만 조절한다고 실내환경이 쾌적해지는 건 아니잖아요. 온도만 내리고 습도는 그대로 있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실내를 건강하고 쾌적하게 만드는 것에 한계가 있습니다. 또, 이미 구현돼 있는 아파트나 사무실은 구축된 기기만 사용할 수 있어서 만약 기기를 추가하면 다시 설비를 구축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 그렇다면 스페이스마인드의 엣지는 어떤 점이 다른가요?
“엣지 안엔 여러 센서가 내장돼 있습니다. 리모컨 신호로 온도와 습도는 물론 미세먼지, 이산화탄소, 조도,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을 측정합니다. 그 데이터를 1분마다 서버로 보내면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그걸 연산해서 현재 실내 상황을 파악하는 거죠. 그 결과에 따라 인공지능이 각종 기기를 스스로 조정합니다. 알아서 건강하고 쾌적한 실내환경을 만드는 거죠. 참, 재실 여부도 측정합니다.”


✚ 재실이요? 실내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측정한다는 건가요? 움직임으로요?
“아닙니다. 호흡이나 체온 등으로 사람이 실내에 있는지 없는지 감지하는 겁니다. 사람이 없다고 판단하면 자동으로 기기를 끄는 거죠.”


✚ 밖에서 스마트폰으로 에어컨을 미리 켜놓는 정도가 아니군요.
“집에 들어가기 전에 원하는 환경으로 세팅을 해놓을 수도 있습니다. 앱으로 자동·수동 모두 구현할 수 있어요.”


✚ 사용량이나 기기 수에 따라 통신요금이 부과되는 시스템인가요?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기존 제품들은 LTE 또는 5G를 사용해야 해서 비용 부담이 있지만 엣지는 와이파이만 있으면 됩니다.”


✚ 제조사가 달라도 가능한가요? 가정에서 한 회사 제품만 사용하는 건 아니잖아요.
“최근엔 호환이 가능한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동일제조사 제품만 가능한 서비스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다른 제품은 한계가 많죠.”


✚ 스페이스마인드는 서로 다른 제조사 제품도 가능하단 얘긴가요?
“그렇습니다. 우린 유명 제품의 리모컨 신호를 DB로 다 만들어놨습니다. 아직 저장돼 있지 않은 신호는 학습하면 됩니다. ‘이 집은 이 제품을 쓴다’며 사용하고 있는 리모컨의 신호를 저장해 놓으면 어떤 브랜드의 제품이라도 상관없습니다. 통합 제어가 가능하죠. 와이파이만 있으면 미국에서도 쓸 수 있고, 유럽에서도 쓸 수 있습니다.”

✚ 사용 가능한 제품조건이 있나요? 
“아날로그 기기는 안 되고요. 리모컨을 사용하는 제품이면 됩니다.”


✚ 사람이 없을 때 기기를 끄면, 불필요하게 새는 에너지를 막는 데도 도움이 되겠네요.
“제가 건축을 전공해서인지 실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나중엔 그런 서비스도 제공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에너지를 얼마나 사용했고, 효율성을 어떻게 높일 수 있는 보고서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거죠.”


✚ 그런 생각은 왜 하게 됐나요?
“사실 저 같은 전공자가 아닌 이상 기기에 뜨는 숫자의 의미를 잘 모릅니다. 집에서 요리만 해도 실내공기가 굉장히 안 좋아지는데, 그 ‘안 좋다’는 기준을 모두 알고 있진 않잖아요. 온도·습도는 그렇다 쳐도 미세먼지, 이산화탄소,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수치까지 누가 알겠어요. 엣지는 그걸 판단해서 스스로 환경을 쾌적하게 만들어주는 겁니다. 소비자들도 숫자의 의미를 알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 하지만 실내에서도 활동할 때마다 최적의 환경이 다르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요즘엔 홈트도 많이 하잖아요. 그럴 땐 어떤 환경이 좋은지, 공부할 땐 또 어떤 환경에서 집중하기 좋은지…. 각 상황에 따른 최적의 환경을 파악하는 서비스도 추후 적용할 생각입니다. 현재 서버에 알고리즘을 만들어놓고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 사람마다 느끼는 ‘최적’의 기준도 다릅니다.
“기준을 바꿀 수 있습니다. 기준을 바꾸면 ‘이 집은 좀 덥게 생활하는구나’라는 걸 학습하게 되죠. 그게 머신러닝(Machine learn ing·컴퓨터에 데이터를 입력해 학습하게 하는 인공지능의 한 분야)입니다. 학습하면 거기에 맞게 실내환경을 다시 제어합니다.”

✚ 언제쯤 출시 예정인가요?
“디자인을 좀 더 보완해 내년 상반기 출시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사실 기기를 판매할지, 대여할지 아직 비즈니스 모델은 개발하지 못했습니다. 개발은 늘 해왔던 거라 어렵지 않았는데, 경영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건 완전 초보이다 보니 쉽지 않네요.”


✚ 스페이스마인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엣지뿐만 아니라 실내환경을 제어할 다른 제품들도 개발하고 싶습니다. 그걸 토대로 선박·자동차·비행기 등의 실내환경도 제어해보고 싶고요. 해외시장도 진출해보고 싶습니다. 실내환경 제어 분야에선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되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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