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홈 시장 속 스타트업
대기업들의 러브콜
숨은 기회 될 수 있어

‘먹고 자는 공간’으로 역할이 축소되던 집이 진화하고 있다.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목소리 하나만으로 여러 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가 하면, 집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런 스마트홈 시장에서 기술력으로 무장한 ‘스타트업’의 행동 반경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스마트홈 서비스가 진화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스마트홈 서비스가 진화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글로벌 경기가 둔화했지만 오히려 성장한 시장이 있다. 스마트홈 시장이다. 스마트홈은 가정 내 기기들을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유·무선 네트워크에 연결해 스마트홈 가전, 건강관리, 보안 서비스, 스마트 전력제어 등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재택근무·재택치료가 증가하자 관련 시장이 몸집을 키우고 있는 거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Statista는 스마트홈 시장이 2017~2020년 연평균 25.4% 성장했고, 2025년까진 17.9%의 성장률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스마트홈 시장도 꾸준히 성장세다. 한국스마트홈산업협회가 지난 7월 발표한 ‘국내 스마트홈 산업 동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홈 시장은 2019년 70조9398억원에서 2020년 78조2837억원으로 10.4% 성장했다. 올해는 85조7048억원 규모로 성장하고, 2023년엔 1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스마트홈 관련 국내 출원도 증가했다. 특허청에 따르면, 2009년 56건에 불과하던 스마트홈 관련 국내 출원은 지난해 140건으로 크게 늘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스마트홈 가전’이 510건(2009~2021년 9월 누적·40.5%)으로 가장 많았고, ‘건강관리’ 28 9건(23.0%), ‘보안 서비스’ 254건(20.2%), ‘스마트 전력제어’가 205건(16.3%)을 차지했다.

스마트홈 시장이 이토록 성장한 덴 정부의 역할도 있었다. 정부는 2018년 3월 ‘IoT 가전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하며 ‘2022년까지 스마트홈 10만호 구축’ ‘IoT 가전 및 스마트홈 분야 신규 일자리 1만6000개 창출’이란 비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1만 가구에 IoT 스마트홈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중소가전사에 약 1100억원을 지원해 IoT 역량을 확충한다는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것 또한 사실이다. 심우정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지난 5월 ‘포스트 코로나시대의 스마트홈 산업 발전전략’이란 보고서를 통해 “현재 에너지와 공동주택을 중심으로 실증 R&D, 소규모 서비스 개발 R&D가 진행 중이지만 범위가 제한적이고 투자 규모도 작다”고 지적하면서 “사업성과 시장성을 높이기 위해선 다양한 데이터를 결합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전략적인 R&D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역시 “스마트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해온 것은 분명하지만 한계도 분명하다”고 꼬집는다. 현재 스마트홈 시장은 건설사, 이동통신사, 가전제품 제조사, ICT 서비스업체 등이 이끌고 있는데 서로 호환되지 않는 제품 또는 서비스가 많다는 거다. 

그럼에도 스마트홈 시장이 스타트업에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덴 의심의 여지가 없다. 대기업들이 스마트홈 시장에 뛰어들면서 관련 스타트업에 손을 내밀고 있어서다.

2019년 스마트홈 플랫폼 개발 사업을 시작한 대우건설은 올 초 플랫폼 소프트웨어 개발과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아이티로’에 투자하며 사업 본격화에 나섰다. 대우건설은 아이티로와 손잡고 현재 사용 중인 ‘푸르지오 스마트홈’ 플랫폼을 업그레이드한다는 방침이다.


한샘도 지난 7월 스마트 홈카메라 ‘헤이홈’으로 잘 알려진 스타트업 ‘고퀄’에 30억원을 투자하며 스마트홈 시장에 발을 들였다. 한샘은 고퀄과 스마트홈 구현을 위한 홈 네트워크 플랫폼, 스마트기기 등을 개발하기로 했다.

그런가 하면 LG전자는 지난 9월 H&A 사업본부(가전사업부)와 협업할 스타트업을 모집했다. 스마트홈 플랫폼인 ‘LG 씽큐’ 앱과 연계할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겠다는 게 목적이다.

LG전자는 최대 10개팀을 선정해 3개월 동안 사업화 가능성을 테스트하고, 내년 초 투자자들과 사업성을 평가해 최대 3개팀을 최종 선발해 프로젝트 사업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시장을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다는 게 장벽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당장 큰 시장에 발들이기 어려운 스타트업엔 대기업이 좋은 통로가 될 수도 있다.


앞서 언급한 현재 스마트홈 시장이 지니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겠다며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이는 스타트업도 등장하고 있다. 인공지능 스마트홈 솔루션을 개발한 스페이스마인드는 제조사 상관없이 리모컨 신호로 통합 제어가 가능한 ‘엣지’를 개발해 시장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아직 시장의 평가를 받기 전이지만,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수도 있다. 꿈틀대는 스마트홈 시장, 스타트업도 동반 성장할 준비를 하고 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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