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장예원 ㈜일공일오컴퍼니 대표

결혼과 임신,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은 다시 일하고 싶어도 걸림돌이 많다. 무엇보다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적고 제약도 많다. 장예원(37) ㈜일공일오컴퍼니 대표도 그랬다. 그는 한계에 움츠러드는 대신 ‘내가 일하고 싶은 회사’ ‘나와 같은 여성들이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기로 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지역의 경력단절여성들과 사회적경제를 실현해가고 있는 그를 만났다.

장예원 대표는 경단녀와 함께 일하기 위해 일공일오컴퍼니를 설립했다. 일공일오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일한다는 뜻이다.[사진=천막사진관]
장예원 대표는 경단녀와 함께 일하기 위해 일공일오컴퍼니를 설립했다. 일공일오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일한다는 뜻이다.[사진=천막사진관]

✚ 케이크 만들기 DIY 키트 사업을 하신다고요. 최근에 집에서 케이크 만들기가 유행이더라고요.
“맞아요. 연말에 주문이 밀려 들어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가 이제야 한숨 고르고 있습니다. 2020년보다 수요가 많을 거라고 예측해 대비를 했는데도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좋아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케이크 키트는 직접 케이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카스텔라 시트(빵)와 각종 부자재, 장식품을 포함한 세트 상품이다. 


✚ 처음부터 케이크 키트를 만든 건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결혼해서 둘째 아이까지 낳고 꽤 오래 일을 쉬었어요. 집에만 있다 보니 일이 너무 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둘째 아이 모유수유 끝나자마자 일을 찾아봤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나 하고요. 그때 마침 지역 계간지 만드는 곳에서 사람을 구하고 있어서 그곳에서 일했습니다. 하지만 일이라는 게 하면 할수록 많아지잖아요. 9시 출근해서 6시 퇴근하는 것도 어려워지고요. 어린 두 아이를 키우면서 병행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1년 만에 그만뒀습니다.”


✚ 창업도 육아와 병행하긴 쉽지 않을 거 같은데요.
“저 같은 아이 엄마들이 다닐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어요. ‘아이들 유치원이나 학교 보내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일하자’고 해서 사명도 일공일오(1015) 컴퍼니로 정했습니다.”


✚ 혼자 창업하신 건가요?
“먼저 사업 아이템을 ‘빵’으로 정하고, 무작정 집 근처 여성가족회관에서 자격증을 땄어요. 거기서 뜻이 맞는 분들을 만나 셋이 회사를 차렸습니다. 말이 회사지 거의 동아리 활동이나 다름없었어요.”


✚ 동아리요?
“창업을 했으니 뭐라도 해보자고 해서 쿠키 만들어 플리마켓에 내다 팔고, 베이킹 체험 수업 해달라고 하면 가서 해주고 그랬거든요. 그런 일들은 대부분 고정적인 일이 아니다 보니 안정적으로 급여를 줄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빵 만들어서 납품해달라는 요청은 계속 들어와서 인터넷 판매를 시작했는데, 돈이 안 돼서 같이 시작했던 분들은 결국 그만두셨습니다.”

✚ 출발부터 순탄치 않았군요.
“‘매장이 있으면 그래도 고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계속 했어요. 한 청년과 인연이 닿아 수원 영동시장 내 청년몰에 식빵•치아바타 등 식사빵 위주의 ‘미나리빵집’을 개업했습니다. 제대로 된 레시피 하나 없이 시작했지만 청년몰이 워낙 주목을 받던 시기라 매출도 만족스럽게 나왔습니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어요.”


✚ 무슨 이유에서였나요?
“감사하게도 납품거래처는 계속 늘어가고, 온라인 거래도 유지되고 있었어요. 하지만 청년몰이 시들해지면서 유동인구가 확 줄었어요. 전환점이 필요했습니다.”


✚ 돌파구를 찾으셨나요?
“때마침 관련법이 거래처에 납품하려면 해썹(HACCP) 인증을 필수로 받아야 하는 것으로 바뀌었어요. 이런저런 상황을 고려해 오프라인 미나리빵집을 온라인몰로 전환하고 지금의 수원 남문 로데오에 베이커리 공장을 만들었죠. 그러면서 케이크 키트 사업도 시작했고요.” 


✚ 케이크 키트 사업은 어떤가요? 
“코로나19로 직접 만들 수 있는 키트 사업이 유행하면서 저희 케이크 키트 사업도 잘되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하고 싶었던 건 빵을 파는 게 아니라 빵에 교육•문화예술 등 다양한 활동을 접목하는 거였어요. 케이크 키트 사업을 하면서 그 모든 게 다 해결되고 있습니다.”


✚ 예를 들자면요?
“비대면으로 ‘생크림케이크 만들기’ ‘과자집 만들기’ 등 교육을 하고 있어요. 한국입양홍보회에서 수업 요청이 와서 과자집 만들기를 했는데, 같이 집을 만들면서 특별한 의미를 느끼는 걸 봤어요. 재미는 물론 보람도 있어서 ‘케이크 키트 사업을 하길 잘했구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작은 역할을 할 수도 있고요.”

✚ 지역에선 어떤 역할을 하고 계신가요?
“카스텔라 시트는 집에서 손댈 필요 없게 3단으로 잘라서 보내거든요. 쉽게 말해 후가공 처리를 하는 거죠. 그렇게 하면 남는 부분이 있어요. 다른 업체들은 버리기도 하는데, 우린 잔여물이 발생하자마자 지역의 공유냉장고에 기부를 합니다. 우리에겐 필요 없는 것이지만 어르신들은 무척 좋아하시더라고요. 그거 드시려고 일부러 기다리는 분들도 계십니다.”


✚ 일공일오컴퍼니에는 주로 경력단절여성들이 일하고 있나요?
“다양합니다. 경단녀와 취약계층은 우대하고요. 결혼이민자, 한부모, 청년층도 있습니다. 지역 가까이에 계신 분들 위주로 채용을 하고 있습니다.”


✚ 그럼 이제 일공일오컴퍼니에선 온라인몰과 베이커리 공장만 운영하는 건가요?
“지난 11월 1일 오프라인 매장인 ‘삼미제빵소’를 오픈했습니다.”


삼미제빵소는 ‘재미’로 모여 ‘취미’로 빵을 만들고, 그렇게 만든 빵들로 우리 동네의 ‘의미’를 만들어간다는 뜻을 담고 있다.

✚ 기존의 오프라인 매장도 온라인몰로 전환했는데, 다시 오프라인 매장을 여셨다고요?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나요?
“온라인으로만 팔다 보니 고객들과 더 소통하고 싶더라고요. 직접 제품을 보고 구매하고 싶다는 고객들도 종종 계셨고요. 저희가 주민들을 모아 빵동아리를 운영하고 있었거든요. 그 주민동아리 이름이 삼미제빵소였는데, 그 연장선으로 매장을 만든 겁니다. 오프라인 빵집이지만 누구든지 와서 체험도 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 일공일오컴퍼니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지네요.
“2022년엔 삼미제빵소를 백화점 팝업스토어에 로컬브랜드로 입점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우린 벤더 역할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온라인 판로도 점점 늘려갈 계획이고요. 우리 지역의 특색을 모티브로 하는 제품도 꾸준히 개발할 예정입니다. 우리가 지역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역할들을 계속 찾아나가야죠.” 

✚ 어떤 역할들을 더 하고 싶으신가요.
“일공일오컴퍼니가 가진 미션은 지역 여성을 고용하고, 지역과 상생하며, 지역에 공헌하는 회사입니다.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가 지역을 바꾸면 사회도 자연스럽게 변할 거라고 믿습니다. 작지만 소중한 관계를 이어가다 보면 우리도 지속할 수 있을 거고요. 함께 일하는 일터이자 더불어 살아가는 삶터를 만드는 게 우리의 역할입니다.”


✚ 경력단절여성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저는 오히려 경력단절이 창업할 수 있는 굉장히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 기회요?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라면 창의적인 시도 자체를 하기 어렵잖아요. 지금은 경력이 단절됐지만 과거에 일을 해봤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여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그 시간을 통해 더 고민하고, 시장을 더 꼼꼼하게 분석하면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궁금한 게 있다면 언제든 제게 오세요. 무슨 이야기라도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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