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류기정 ㈜숲드림 대표
심신건강 되찾아주는 산림복지법인
산림치유지도사 된 시니어 6인의 꿈
목표는 현대인 직무 스트레스 해소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87%가량이 직무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이렇게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할 곳이 마땅치 않고, 방법조차 잘 모른다는 점이다. 6명의 산림치유지도사가 산림복지법인 ㈜숲드림으로 똘똘 뭉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숲의 치유 효과를 통해 직무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심신 건강을 되찾아 주기 위해서다.

현대인의 직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심신건강을 되찾아주기 위해 6명의 산림치유지도사가 ㈜숲드림으로 뭉쳤다.[사진=천막사진관]
현대인의 직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심신건강을 되찾아주기 위해 6명의 산림치유지도사가 ㈜숲드림으로 뭉쳤다.[사진=천막사진관]

20여년간 앞만 보고 달려온 결과로 얻은 건 병病뿐이었다. IT업계 1세대로 이름깨나 날렸던 류기정(62) 대표에게 ‘회사를 그만두는 게 좋겠다’는 의사의 권유는 충격적이었다. ‘괜찮다’고 고집을 피울 수도 없었다. 몸 상태가 나빠도 너무 나빴다. 당뇨ㆍ고혈압ㆍ심혈관질환 등 각종 성인병에 급기야 공황장애 증세까지 나타났다. “이대로는 죽겠구나” 싶어 회사를 정리하고 류 대표가 찾은 곳은 ‘산’이었다.

우연찮게 찾아간 산에서 류 대표는 뜻밖의 경험을 했다. 비정상이었던 몸이 회복되는 느낌을 받았고, 불안했던 마음도 점차 안정을 되찾았다.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다보니 어느 순간 몸이 망가지더라고요. 그런데 산에서 치유를 받은 거죠. 그후 전국의 산과 숲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어요.”

이런 류 대표에게 삶의 변곡점이 찾아온 건 몇해 전이었다. ‘산림치유지도사’란 직업이 있다는 걸 알게 된 후였다. “이 일을 하면 나처럼 직무 스트레스를 겪는 사람들의 심신 회복을 도울 수 있지 않을까.”[※참고: 산림치유지도사는 산림치유 활동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문가다. 산림치유 프로그램도 직접 기획ㆍ개발한다. 산림치유지도사가 되려면 산림청이 발급하는 국가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자칭타칭 ‘IT맨’ 류 대표는 그렇게 제2의 인생의 막을 열기 위한 도전을 시작했다. 자격증을 따기 위해 산림치유지도사 양성기관으로 지정된 가톨릭대 평생교육원을 찾았다. 2020년 1월 산림치유지도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한 뒤, 이듬해 1급 자격증도 땄다.

하지만 자격증을 취득한다고 끝이 아니었다. 산림치유지도사를 공식적으로 채용하는 치유원(치유의 숲ㆍ자연휴양림 등)은 전국 40여개소에 불과했다. 174곳에 이르는 자연휴양림 중 대부분은 예산 문제로 산림치유지도사를 고용하지 않았다. 가톨릭대 평생교육원에서 류 대표와 함께 자격증을 취득한 동기만 해도 23명. 전국 양성기관으로 따지면 연간 배출되는 산림치유지도사는 말 그대로 ‘과잉’이었다.

류 대표는 고개를 갸웃했다. 자연휴양림이 숱하고, 지역사회 곳곳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도시숲’도 전국에 6000개가량 있는데 산림치유지도사를 활용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다. 

이런 생각을 한 건 류 대표뿐만이 아니었다. “멀리 가지 않고도 가까이 있는 ‘도시숲’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심신의 안정을 되찾아주는 치유 활동을 해보자”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우리 힘을 써보자” 등등의 마음으로 6명의 동기가 뜻을 모았고, 2021년 6월 산림복지법인 ㈜숲드림을 설립했다.

[※참고: 숲드림은 류기정 대표를 비롯해 총 6명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숲해설가, 등산 트레킹 지도사, 유아숲 지도사 등 각 대표가 보유하고 있는 자격증과 경력이 다양하다.] 

 

숲드림의 최우선 목표는 직무 스트레스 해소다. 류 대표가 직접 경험한 것처럼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숲에서 치유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프로그램은 ‘산림치유’ ‘숲해설’ 크게 두가지다.

먼저 산림치유는 산림의 다양한 요소를 통해 몸과 마음의 건강 유지를 돕고, 면역력을 높이는 치유활동을 말한다. 피톤치드ㆍ테르펜 등 식물에서 나오는 향기를 이용하는 식물요법을 비롯한 6가지 요법이 있다. 숲해설은 교육 목적이 크다. 숲체험을 통해 감성을 자극하고, 자연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많은 이들이 숲의 치유 효과를 만끽했으면 하는 게 류 대표의 바람이다. 실제로 숲에 치유효과가 있다는 건 널리 증명된 사실이다.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의 2020년 조사에 따르면 산림치유 활동에 참여한 사람들은 참여하기 전보다 자율신경활성도와 스트레스저항도가 각각 5.31%, 4.42% 높아졌고, 스트레스지수와 피로도는 5.69%, 5.46% 낮아졌다. 

류 대표가 숲드림을 통해 이루고 싶은 바람은 또 있다. 시니어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거다. 숲드림의 구성원도 모두 시니어다. “사회생활을 먼저 한 선배로서 스트레스를 받는 젊은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을 거예요. 이런 점에서도 숲드림은 심리적 안정을 되찾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거라고 확신해요.” 

숲드림은 2021년 6월 부천시 단비기업으로 선정된 데 이어 지금은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받기 위해 준비 중이다. 오랫동안 숲해설가로 활동해온 김윤남 숲드림 팀장은 “사람들이 먼저 ‘저 사람들과 함께 숲길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숲향기가 나는 사람들이 됐으면 한다”면서 숲드림의 바람을 말했다. 

“몸이 아프면 병원을 가면 되지만 마음이 아플 땐 어디를 가야 할까요. 나한테 뭔가를 요구하지 않는 곳(자연)에서 천천히 걸으며 도란도란 얘기 나누면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풀려요. 모든 병이 마음에서 온다고 그러잖아요. 우리의 노력이 사람들의 마음에 스며들어서 의사가 없어도, 산림치유지도사가 없어도 스스로 마음의 병을 치유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