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의 재무설계 下

가계부를 재정비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목표 설정이다. 그런 다음 소비항목을 점검한다. 어떤 지출을 많이 했고, 어느 시간대에 반복적으로 소비가 이뤄졌는지를 파악하면 쓸데없는 소비를 줄일 수 있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9만원 적자를 내던 가계가 어떻게 109만의 여유자금을 만들었는지 살펴봤다.

자녀 양육비와 교육비를 모을 때엔 적립식펀드와 적금을 활용하면 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녀 양육비와 교육비를 모을 때엔 적립식펀드와 적금을 활용하면 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재무설계 2편 Review = 아이 몫으로 받는 용돈은 무조건 저축해 목돈(3380만원)으로 만든 박희나(가명·44)씨. 하지만 남편 김상중(가명·45)씨는 그런 아내가 못마땅했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나중에 학자금이라도 보태주고 싶어서 그러는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닌데, 김씨는 그 돈으로 빚을 청산하거나 재테크를 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부부는 재무상담을 청했다. 부부의 재무상황을 분석한 필자는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편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자녀 교육비, 대학 학자금, 내집 마련, 노후 준비 등 앞으로 대비해야 할 재무 이벤트가 많아서다.

1·2차 상담을 통해 부부는 씀씀이를 줄이는 것부터 시작했다. 둘이 합쳐 370만원을 버는데 매달 9만원씩 적자를 보는 가계부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일단 자녀 이름으로 예금해 놓은 3380만원에서 1000만원을 떼어 대출금을 전부 갚았다. 그 결과, 월 19만원씩 상환하던 대출금이 가계부에서 자취를 감췄다.

남편의 용돈과 식비는 각각 25만원, 20만원씩 줄였다. 가까운 거리는 버스 대신 운동 겸 도보를 이용하기로 하면서 교통비를 5만원 절약했고, 통신비도 알뜰폰 요금제로 바꿔 6만원을 아낄 수 있었다.

월소득의 26.2%를 차지하던 보험료(97만원)는 과감하게 손봤다. 40만원씩 납입하던 종신보험은 해지하고, 건강보험료는 조정해 11만원을 줄였다. 이렇게 줄인 결과 126만원의 여유가 생겼다. 그중 8만원은 아내 몫의 용돈으로 새롭게 잡았다. 원래 9만원의 적자가 생겼던 가계부라는 걸 생각하면 최종적으로 109만원(126만원-아내용돈 8만원-원래 적자 9만원)의 여유자금이 생긴 셈이다.

■재무설계 최종편 = 부부에게 앞으로 닥칠 이벤트는 앞서 짚어봤듯 자녀 양육비와 교육비 마련, 내집 마련, 노후 준비다. 현재 재무상황을 감안해 그중 내집 마련은 좀 더 미루기로 했다. 당분간 전세 아파트에 살면서 차근차근 준비해도 늦지 않다.

이제 109만원 여유자금으로 새판을 짜보자. 부부가 가입한 유일한 금융상품인 적금(5만원)에는 15만원을 보태 자녀 몫으로 월 20만원씩 적립할 계획이다.

고등학교 이후 늘어날 사교육비를 대처하기 위해선 주식형 글로벌 펀드(10만원)와 우리나라 성장형 펀드(10만원)에 가입했다.[※참고: 글로벌 펀드는 총자산이익률과 예상이익성장률이 높은 대형주 위주로, 국내 펀드는 자율주행과 전기차 배터리에 투자하는 펀드로 가입했다.] 이걸로 부부의 첫번째 고민인 양육비·교육비는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노후 준비다. 부부는 4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그동안은 외벌이에 가까운 환경이라 저축하기도 빠듯해 연금상품에 가입할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더 늦어져선 안 된다. 시간을 더 흘려보내면 자녀의 대학자금과 맞물려 지금보다 훨씬 힘들어진다. 작은 규모라도 연금을 가입해야 한다.


투자 수익과 절세 혜택 모두 잡기

부부의 노후자금은 연금저축펀드(10만원)를 먼저 활용하기로 했다. 세액공제가 되는 연금저축펀드는 실적 배당형 상품이어서 수익률에 따라 납입금 대비 많은 금액의 연금 자원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기본 유지 기간이 5년 이상이기 때문에 현재의 수익이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아울러 55세 이후부턴 10년 이상 연금으로만 수령해야 한다는 조건도 있다. 부부는 55세 이후 연금 형태로 수령한다는 조건으로 투자 수익과 절세 혜택을 모두 노리기로 했다.

또다른 세액공제 상품인 개인퇴직계좌(IRP)에도 10만원을 넣기로 했다. IRP는 연소득 5500만원 미만이면 16.5%, 그 이상이면 13.2%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연 700만원까지 세액공제가 가능하고, 공제를 다 받고 싶지 않을 경우엔 이월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비상금과 종잣돈을 만들기 위해 비대면 통장도 개설했다. 가입금액과 기간에 제한이 있지만 2.5% 금리 상품이 출시돼 즉시 가입했다. 여기에 월 50만원씩 적립하면서 목돈을 만들어가기로 했다. 또한 이 자금 일부는 나중에 달러나 ETF 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렇게 여유자금 109만원 중 105만원을 목표에 맞게 재배치했다. 남은 4만원은 CMA 통장에 넣기로 하면서 부부의 재무설계를 마쳤다.

뚜렷한 목표를 세워서 차근차근 하나씩 풀어나가면 풀리지 않을 실타래는 없다. 가계부에 난 구멍 때문에 지레 겁부터 먹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좀처럼 좁혀지지 않을 거 같던 부부 사이의 의견 차이도 목표를 공유하고, 충분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좁힐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부부는 무분별한 식비를 줄였고, 습관을 바꿔 통신비와 교통비를 줄였다. 친척의 권유로 무턱대고 가입한 보험 상품도 조정하면 될 일이다. 그렇게 하나씩 시도하면 자녀의 교육비도, 부부의 노후자금도 마련할 수 있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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