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발톱과 독점의 길
쿠팡이츠 중개수수료 개편
“해지하고 싶지만…”
선택권 없는 자영업자의 눈물

“해지가 답이다.” 쿠팡의 배달앱 ‘쿠팡이츠’에 불만을 내비치는 점주가 늘고 있다. 쿠팡이츠가 점주들에게 제공해온 ‘프로모션’을 중단하겠다고 나서면서다. 하지만 점주들이 쿠팡이츠를 해지하긴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많다. 점주들에겐 주문 한건 한건이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쿠팡이츠가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프로모션을 중단한 이유는 뭘까. 

쿠팡의 음식 배달앱 ‘쿠팡이츠’는 점주에게 제공해오던 프로모션을 2월 3일부터 중단한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쿠팡의 음식 배달앱 ‘쿠팡이츠’는 점주에게 제공해오던 프로모션을 2월 3일부터 중단한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 속도보다 2배 이상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1년 3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커머스 경쟁 업체의 추격이 매섭지만 자신들은 더 빠른 속도로 달아나고 있다고 자평한 셈이다. 실제로 쿠팡은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 133억 달러(약 15조8000억원)를 달성했다. 2020년 매출액이 13조9235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3분기에 이미 전년 실적을 넘어섰다. 

물론 쿠팡이 지금껏 내세워온 ‘계획된 적자’ 기조는 이어졌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적자는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에 달했다.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손해 보는 장사’를 자처한 쿠팡으로선 감내해야 할 적자였다.[※참고: 한달에 2900원만 내면 횟수 제한 없이 제품을 무료로 배송해주는 ‘와우 멤버십’은 쿠팡의 대표적 ‘적자 서비스’였다.] 

■달라진 쿠팡의 선택 = 그랬던 쿠팡이 최근 달라졌다. 쿠팡은 음식 배달앱 ‘쿠팡이츠’에 입점한 점주들에게 제공해오던 프로모션(서울 지역 대상)을 2월 3일부터 중단하고, 수수료 제도를 개편한다고 밝혔다. 

당초 쿠팡이츠의 수수료는 주문 건당 ‘중개수수료 15%(이하 매출액 대비)+배달비 6000원(이하 배달비는 점주와 소비자 나눠 부담)’ 구조였다. 다만, 쿠팡이츠는 뒤늦게 배달앱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점주들에게 프로모션을 제공해 왔다. 3개월 단위로 프로모션 기간을 연장하면서 점주들은 그동안 ‘중개수수료 1000원+배달비 5000원’에 쿠팡이츠를 이용해 왔다.

하지만 이번 수수료 제도 개편을 통해 점주들의 수수료 부담이 늘어날 공산이 커졌다.[※참고: 쿠팡의 개편된 수수료 제도는 ▲수수료 일반형(중개수수료 9.8%+배달비 1764~5400원) ▲수수료 절약형(중개수수료 7.5%+배달비 2364~6000원) ▲배달비 절약형(중개수수료 15% +배달비 900~2900원) ▲배달비 포함형(중개수수료 27%+배달비 0원) 등 4가지다.] 

그렇다면 쿠팡이츠의 수수료 인상으로 점주가 쿠팡이츠를 이탈하고, 쿠팡이츠의 서비스 경쟁력이 약화할 가능성은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우려가 없진 않다. 쿠팡이츠 이용 중단을 고려하는 점주가 적지 않아서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도시락 전문점을 운영하는 박상익(가명) 사장은 이렇게 토로했다. 

“1월 말이면 프로모션 기간이 만료된다. 프로모션이 연장되지 않으면 쿠팡이츠를 이용하지 않을 생각이다. 우리 가게는 프랜차이즈이다 보니 마진율이 25%밖에 되지 않는다. 1만원 팔아서 2500원이 남는데 거기서 3000~4000원에 달하는 배달비를 부담하면 남는 게 없다. 개편된 수수료를 보니 부담할 비용이 너무 크더라. 배달기사에게 합당한 배달비를 줘야 하는 건 맞지만 점주들에겐 합리적인 수수료가 아니다.” 

실제로 개편된 수수료 제도에선 박 사장처럼 부담해야 할 비용 늘었다. 그는 현재 최저 주문금액 1만원 이상 주문 시 배달비 2900원(소비자 부담)을 설정해 두고 있었다. 주문금액 2만원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했을 때 박씨가 부담해야 할 비용(수수료+배달비)은 ▲프로모션 3100원 ▲수수료 일반형 4460원 ▲수수료 절약형 4600원 ▲배달비 절약형 5900원 ▲배달비 포함형 5400원이었다. 더욱이 부가가치세와 결제수수료(3%)를 포함하면 점주의 부담은 더 커진다. 

배달앱 시장 후발주자인 쿠팡은 점주를 대상으로 프로모션을 제공해 시장점유율을 높였다.[사진=연합뉴스]
배달앱 시장 후발주자인 쿠팡은 점주를 대상으로 프로모션을 제공해 시장점유율을 높였다.[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점주가 쿠팡이츠 해지를 고려하고 있더라도 2월 수수료 개편 이후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알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인상에 부담을 느끼는 점주가 많지만 그렇다고 당장 이용을 중단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달라진 수수료 제도를 운영해보고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문제는 지금부터다. 수수료 개편으로 점주 부담이 커지더라도 해지를 결정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서다. ‘단건 배달(라이더 1인당 1배차)’을 앞세운 쿠팡이츠를 선호하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서울 동작구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최수영(가명) 사장은 “수수료가 오른다고 쿠팡이츠를 탈퇴하진 못할 것 같다”면서 “요즘같이 힘들 땐 주문 한건이라도 더 받아야 하니 선택권이 없다”고 말했다. 유승우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쿠팡이츠의 단건 배달에 효용을 느끼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만큼 점주로선 쿠팡이츠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의 독단과 자영업자의 눈물 = 이처럼 쿠팡이 단행하는 수수료 개편의 중심엔 ‘자신감’이 있다. ‘고객(소비자·점주)’의 부담을 살짝 높여도 쿠팡이츠를 이탈하지 않을 거란 자신감이 수수료 개편으로 이어졌다는 거다. 여기엔 앞서 언급한 단건 배달의 영향도 크다.

실제로 배달 수요가 많은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에선 쿠팡이츠의 시장점유율이 40%를 넘어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쿠팡이츠가 전국이 아닌 서울 지역에서만 프로모션을 종료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물론 프로모션을 끝내는 건 쿠팡의 전략적 결정이다. 하지만 “자영업자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수수료 제도 개편”이란 지적에선 자유롭기 힘들다. 왜 하필 코로나19가 활개를 치고 있는 지금 프로모션을 끝내느냐는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더욱이 쿠팡이츠의 수수료 제도 개편이 시장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다. 

쿠팡이츠가 프로모션을 중단하면 경쟁사인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역시 유사한 프로모션을 중단할 거란 점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참고: 쿠팡이츠의 성장세를 의식해서인지 배달앱 1위 업체 배달의민족도 단건 배달 서비스 ‘배민1’을 지난해 6월 론칭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프로모션 중단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점주들은 “1월부터 프로모션 연장 기간이 기존 90일에서 30일로 단축됐다”면서 배민도 쿠팡이츠의 수순을 밟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자영업자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쿠팡이츠의 수수료 제도 개편이 자영업자에 미칠 영향이 우려되는 이유다.[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국면에서 자영업자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쿠팡이츠의 수수료 제도 개편이 자영업자에 미칠 영향이 우려되는 이유다.[사진=연합뉴스]

사실 점주들에겐 선택권이 없다. 플랫폼(배달앱)이 결정하면 따를 수밖에 없다. 한식집 최 사장의 말처럼 요즘 같은 때에 배달 한건 한건은 점주들의 수익과 직결된다. 쿠팡이 프로모션을 중단하고, 수수료 제도를 개편하더라도 적절한 타이밍을 고려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연승 단국대(경영학) 교수는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이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면서 “손실보상 논의가 오가는 요즘 같은 때에 수수료 개편은 자영업자의 부담을 키운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쿠팡은 쿠팡이츠 수수료 개편 직전인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쿠팡의 유료 멤버십 서비스 ‘와우 멤버십(신규 가입 고객 기준)’ 가격도 2900원에서 4990원으로 72.0%로 인상했다. 쿠팡이 파격적인 혜택을 저렴하게 제공해 고객을 락인(Lock-in)한 다음 가격을 끌어올리는 ‘독점 플랫폼’의 길에 올라섰다는 말이 나온다. 자영업자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채 독단적으로 수수료를 개편한 쿠팡은 과연 어떤 길을 걸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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