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튜 볼이 정립한 메타버스 기준
지속성, 동시성 등 충족해야 메타버스
지금 메타버스는 메타버스일까
제페토와 싸이월드 메타버스 비교

바야흐로 메타버스 시대다. 기업, 정부기관, 지자체 등이 메타버스를 도입하면서 현대인은 좋든 싫든 메타버스를 마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문제는 메타버스의 정의조차 확립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럼 우린 무엇으로 메타버스를 판단해야 할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메타버스의 옥석을 가리는 7가지 기준을 살펴봤다. 메타버스 분석업체의 대표 매튜 볼이 정립한 기준으로, 이를 통해 제페토와 싸이월드 메타버스의 수준도 분석했다.

메타버스가 대중화하면서 서비스 품질을 판별하는 게 중요해졌다. 사진은 싸이월드 한컴타운.[사진=싸이월드제트 제공]
메타버스가 대중화하면서 서비스 품질을 판별하는 게 중요해졌다. 사진은 싸이월드 한컴타운.[사진=싸이월드제트 제공]

메타버스가 미래의 먹거리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너나없이 메타버스를 차세대 핵심 기술로 삼고 있다. 대표 주자인 페이스북은 회사명까지 ‘메타’로 변경했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지난해에만 100억 달러 (약 11조9750억원)를 쏟아부었다. 애플도 메타버스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 애플이 가상현실(VR) 기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는 신호가 포착되고 있어서다.

이렇듯 메타버스는 ‘핫한 키워드’로 부상했지만,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는 개념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학자부터 정부 기관, 단체까지 메타버스를 저마다 다르게 해석하고 있어서다. 메타버스가 수많은 기술과 서비스를 아우르는 개념이기에 구체적으로 정의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견해다.

메타버스를 속 시원하게 정의할 순 없는 걸까. 명확하진 않지만 ‘이상적인 메타버스’가 무엇인지를 가늠할 방법은 있다. 미국의 메타버스 분석업체 ‘볼 메타버스 리서치 파트너스’의 대표 매튜 볼은 메타버스가 7가지의 특징을 갖춰야 한다는 내용의 에세이를 2020년 1월 공개한 바 있다.

그가 말하는 메타버스의 7가지 특징은 이렇다. ▲지속성: 사용자의 접속 여부와 상관없이 메타버스가 지속적으로 존재 ▲동시성: 많은 일들이 실시간으로 발생함 ▲무제한: 누구나 동시에 참여 가능 ▲경제권: 현실과 동일한 경제 시스템 확보 ▲초월성: 현실 세계와 온라인 공간을 연결 ▲상호운용성: 메타버스 플랫폼 간의 교류 가능 ▲콘텐츠: 개인과 기업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 등이다. 이같은 7가지 특징을 두루 갖춘 서비스가 가장 이상적인 메타버스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에세이는 현재 메타버스 업계에선 ‘바이블’로 통한다. 지난해 6월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세계 최초로 메타버스ETF(상장지수펀드)가 상장됐는데, 이때 뉴욕증권거래소가 벤치마킹한 게 매튜 볼이 개발한 지수(볼 메타버스 인덱스)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7가지 특징을 기준으로 삼았을 때 현재 서비스 중인 메타버스 중 어느 것이 이상적인 메타버스에 가까울까. 국내 메타버스 중 네이버의 자회사 네이버제트가 서비스하고 있는 ‘제페토’와 싸이월드제트의 ‘싸이월드 한컴타운(이하 싸이 한컴타운)’을 7가지 특징에 맞춰 분석해보자.

[※참고: 20 18년 8월 출시된 제페토는 현재 가입자가 2억5000만명(2021년 12월 기준)에 달하는 한국의 대표 메타버스 서비스고, 싸이 한컴타운은 지난해 12월 17일 베타테스트를 시작한 뉴페이스다.]


먼저 ‘지속성’을 보자. 이 특징을 갖추려면 이용자가 접속하지 않아도 메타버스 속 가상의 공간이 계속 유지돼야 한다. 제페토에는 ‘유령의집’ ‘한강공원’ ‘감옥탈출’ 등 네이버제트 측에서 제공하는 가상의 공간 ‘월드’가 존재한다.

월드는 다양한 콘셉트를 기반으로 이용자들이 소통하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모든 이용자가 로그아웃해도 ‘접속자 수 0명’인 채로 남아있다. 싸이 한컴타운도 ‘스퀘어’란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두 메타버스 모두 지속성은 갖춘 셈이다.


다음은 ‘동시성’이다. 여러 이벤트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느냐가 이 특징의 핵심이다. 흥미롭게도 동시성은 메타버스와 게임을 구분하는 기준이다. 가령, 대부분의 게임은 게임 속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진행되고, 스토리 외 콘텐츠는 작동하지 않는다. 반면 메타버스에선 현실이 그렇듯 수많은 일이 실시간으로 동시에 일어난다.

이런 점에서 제페토와 싸이 한컴타운은 모두 동시성을 갖추고 있다. 모든 콘텐츠가 실시간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된 ‘오픈 월드’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다. 제페토의 경우, 가상의 공간인 ‘한강공원 월드’에서 이용자들은 보트를 타거나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는 등 아바타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이런 모습을 다른 이용자가 사진으로 찍어주거나 동참할 수 있는 건 동시성 덕분이다. 싸이 한컴타운도 제페토만큼의 수준은 아니지만 채팅이나 이모티콘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이용자들끼리 상호작용할 수 있다.


이상적인 메타버스의 기준

세번째 특징인 ‘무제한’은 두 서비스가 다다르지 못한 영역이다. 말 그대로 무제한으로 이용자들이 접속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제페토는 최고 60명, 싸이 한컴타운은 500명까지만 동시 접속이 가능하다.

메타버스 간의 경계를 허무는 ‘상호운용성’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한 메타버스에서 쓰던 아바타나 아이템을 다른 메타버스에서도 그대로 옮겨다 쓸 수 있어야 하지만 두 메타버스 모두 이런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다.


여기까지만 보면 제페토와 한컴타운이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경제권’에서 두 메타버스의 차이점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경제권은 메타버스가 온전한 경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를 따지는 특징이다. 이를 갖추려면 이용자들이 가치를 창출하고 거래하는 등 메타버스 안에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제페토는 ‘제페토 스튜디오’를 통해 이용자들이 아바타가 입거나 사용할 아이템을 직접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이템은 제페토 내에서 쓰이는 가상화폐 젬(ZEM)으로 구매 가능하고, 젬은 현금으로 구매할 수 있다(14개에 1200원). 아이템 제작→판매→수익 창출의 흐름을 통해 제페토는 독자적인 경제 시스템을 확보한 셈이다.

반면 싸이 한컴타운은 아이템 제작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는다. 고유의 가상화폐도 없어 경제활동을 할 수 없다. 경제권 면에서 싸이 한컴타운의 점수는 ‘0점’이란 얘기다.  

이 때문에 ‘콘텐츠’에서도 두 서비스는 확연한 차이가 난다. 제페토에선 아이템은 물론 이용자들이 활동하는 월드를 세세하게 디자인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무궁무진한 콘텐츠를 만드는 게 가능하다.

제페토에선 이용자들이 직접 의류를 만들고 거래할 수 있다. [사진=네이버제트 제공]
제페토에선 이용자들이 직접 의류를 만들고 거래할 수 있다. [사진=네이버제트 제공]

경제권의 유무는 현실과 가상세계를 연결하는 ‘초월성’과도 연관이 있다. 홍철운 가상현실콘텐츠산업협회 회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메타버스에서 활동하는 것만으로도 수익이 발생하는 경제시스템이 만들어지면서 메타버스 활동을 아예 직업으로 삼는 이들도 늘고 있다. 현실과 가상세계를 잇는 연결점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게 현재의 메타버스가 보여줄 수 있는 대표적인 초월성이다.”

경제권에선 제페토가 앞서


제페토에선 이같은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 제페토에서 아이템과 월드를 제작하는 이용자를 ‘메타버스 크리에이터’라고 부르는데, 메타버스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이용자는 현재 2만명에 달한다. 수입도 상당하다. 가장 인기 있는 크리에이터인 ‘렌지’는 제페토 아바타가 입는 의상을 제작·판매해 월평균 1500만원의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경제권 특징이 없는 싸이 한컴타운은 초월성 면에서도 제페토와 비교가 되질 않는다. 이렇게 7가지 특성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제페토는 싸이 한컴타운보다는 훨씬 더 이상적인 메타버스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제페토와 싸이 한컴타운을 비교하는 덴 무리가 있다. 언급했듯 제페토는 론칭 4년째를 맞았고, 싸이 한컴타운은 시범 운영 중이다. 그렇다고 싸이 한컴타운에 시간이 많다는 건 아니다. 수준 높은 메타버스를 원하는 이용자가 ‘시범 운영’이란 한계에 관대할 리 없어서다.

더구나 싸이 한컴타운이 부족한 ‘경제권’ ‘콘텐츠’ ‘초월성’의 문제는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메타버스를 통해 부활을 선언한 싸이월드의 포부에 물음표가 따라붙는 이유다.


김정수 명지대(산업경영공학) 교수는 메타버스 산업을 이렇게 평가했다. “메타버스는 어떤 산업이든 확장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메타버스가 만능은 아니다. 개인의 삶에 녹아들 수 있는 포인트가 없는 메타버스는 빠른 속도로 대중에게 잊힐 거다. 가상과 현실을 잇는 연결점을 찾는 게 메타버스 기업에 주어진 숙제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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