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권종수 브이리스브이알 대표
VR기술 하루가 다르게 진보해
유연성 가진 메타버스만 살아남을 것

메타버스가 현대인의 삶 속으로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메타버스의 장점 덕분이다. 이를 눈여겨본 기업들도 잇달아 메타버스 서비스를 선보인다. 메타버스가 난립하는 오늘날, 어떤 메타버스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영상학 박사이자 VR 콘텐츠 개발회사 ‘브이리스브이알’을 운영하는 권종수 대표를 만나 메타버스의 미래를 들어봤다.

권종수 대표는 “VR기술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메타버스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미국 메타버스 업계의 대표주자인 ‘로블록스’.[사진=로블록스 제공]
권종수 대표는 “VR기술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메타버스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미국 메타버스 업계의 대표주자인 ‘로블록스’.[사진=로블록스 제공]

✚ 업종을 막론하고 메타버스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메타버스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가상의 공간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때에 원하는 콘텐츠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런 특징은 기업에는 분명한 플러스 요인입니다.”

✚ 예를 들어 설명하신다면요.
“가령, 오프라인에서 은행을 이용하려면 개점시간에 맞춰 지점을 방문해야 합니다.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운영하는 은행을 직장인이 이용하기란 쉽지 않죠. 하지만 메타버스를 도입하면 가상의 은행에 접속해 언제든지 은행 업무를 볼 수 있습니다.”

✚ 기업의 온라인 서비스는 지금도 하고 있지 않나요?
“그렇습니다만, 서비스의 질이 달라질 겁니다. 텍스트나 음성만으로 상담하는 것과 메타버스에서 소비자와 상담자가 마주보며 대화하는 건 큰 차이가 있습니다. 보다 정교하게, 효과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죠. 또 입출금·계좌이체를 비롯한 단순한 업무뿐만 아니라 투자상품 상담 등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했던 업무도 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 품질의 차원이 달라지기에 기업들이 앞다퉈 메타버스를 도입하려는 겁니다.”

✚ 현재 메타버스는 어느 정도 수준까지 와 있는 건가요?
“가상의 공간만을 제공하는 것이라면 지금의 기술로도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개선해야 할 여지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메타버스 접속에 쓰이는 가상현실(VR) 기기의 가격과 성능이 소비자들의 기대치를 밑도는 건 문제입니다. 더 저렴하면서도 더 가볍고 간편하게 메타버스에 접속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합니다.”

✚ 그럼 지금 서비스 중인 메타버스는 ‘진짜 메타버스’가 아니란 얘긴가요?
“그건 아닙니다. 메타버스의 정의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메타버스가 ‘가상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사회·경제·문화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라는 데는 업계 전문가들도 대부분 동의합니다. 현재 출시된 메타버스 서비스의 상당수는 이 범주 안에 속하는 것도 사실이죠. 다만, 이게 메타버스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 뭔가요?
“이 서비스가 얼마나 유연하게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 메타버스가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는 얘긴가요?
“그렇습니다. 현재 메타버스 업계 1위를 달리는 ‘로블록스’가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로블록스는 공간 전체가 3D로 구현돼 있어 VR기기를 쓰고 이용하기 안성맞춤입니다. 아직은 VR기기 대신 PC나 모바일로 로블록스를 즐기는 이용자가 대다수지만, VR기기가 대중화하면 로블록스는 순식간에 VR 서비스로 전환할 겁니다. 이게 제가 말하는 ‘유연성’입니다.”

✚ 유연성을 갖추는 게 왜 중요한 건가요.
“VR기기를 쓰면 몰입감의 차원이 달라집니다. 시각적으로 오프라인과 완전히 단절된 새로운 세상이 눈앞에 펼쳐지기 때문이죠. 지금도 하루 평균 1만5000명이 VR기기를 쓰고 대화하는 ‘VR 챗(2017년 출시)’에 접속해 5~6시간씩 활동하고 있습니다. 뭘 하는지 살펴보면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거나 가벼운 게임을 즐기는 게 전부인데도 말이죠. 이런 이유로 미래에 VR기기를 쓰고 메타버스를 이용하는 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VR기기의 대중화 시점을 어떻게 알 수 있나요.
“VR기기의 판매량을 보면 됩니다. 메타(페이스북 이전 사명)가 2020년 9월 출시한 VR기기 ‘오큘러스 퀘스트2’의 누적 판매량이 1000만대를 넘어섰다는 분석이 최근 나왔습니다. 판매량 1000만대가 갖는 의미는 어마어마합니다. 애플이 2007년 처음 출시한 아이폰도 이듬해에 1163만대를 팔았는데, 아이폰은 이를 발판으로 스마트폰 대중화의 포문을 열어젖혔습니다. 이런 선례를 비춰보면 VR기기도 이제는 대중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이 흐름을 빠르게 캐치하고 적응하는 메타버스 서비스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겁니다.”

✚ 결국 ‘유연성’으로 수렴하는군요.
“맞습니다. 유연성은 혁신의 다른 말일 수 있습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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