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편지에 관한 오해와 편견
도시 취업 어렵다면 시골 노려야
행복한 노후 부부가 함께해야

‘금융컨설턴트의 은퇴편지’를 쓴 지도 어느덧 9개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은퇴생활에 관한 다양한 주제를 다뤘습니다. 감사하게도 간혹 필자가 쓴 글에 댓글을 달아주신 독자도 있습니다. 그중에는 필자의 설명이 필요하다고 느낀 댓글도 적지 않습니다. 독자의 오해를 풀어드리기 위해 오늘은 답장을 보낼 생각입니다. 마침 설이니까 시기는 적당해 보입니다.

행복한 은퇴생활을 즐기기 위해선 준비해야 할 게 많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행복한 은퇴생활을 즐기기 위해선 준비해야 할 게 많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필자가 ‘금융컨설턴트의 은퇴편지’라는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지난해 5월입니다.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이 갖고 있을 법한 고민을 함께 나눠보자는 취지였습니다. 그러던 중 은퇴편지에 달린 댓글을 우연히 보게 됐습니다. 댓글을 쓰거나 보는 성격이 아닌 탓에 신기한 마음이 앞섰습니다. 필자가 쓰는 글에 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시간도 됐습니다.

안타까운 건 비판적인 내용이 많다는 점입니다. 여느 댓글이 다 그렇긴 하지만, 그중엔 꼭 부연 설명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한 댓글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댓글에 관한 필자의 생각을 담아 보려 합니다. 이름을 붙이자면 ‘금융컨설턴트의 답장’이 되겠네요.

은퇴편지 세번째 글인 ‘제발 알바부터 해보세요!’에 이런 댓글이 달렸습니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라. 힘들게 창업했는데 50대 알바를 채용하겠나’ ‘알바도 뽑아줘야 할 것 아닌가. 무급으로 한달만 일하게 해달라고 해도 안 써준다’….

100% 공감하는 얘기입니다. 필자도 은퇴 후를 준비하기 위해 우여곡절 끝에 마련한 자격증이 몇개 됩니다. 2019년엔 버스운전면허증을 땄습니다. 지난해엔 굴착기와 지게차 운전면허증을, 최근엔 전기기능사 자격증도 취득했습니다. 하지만 자격증이 있다고 해서 취업이 되는 건 아니었습니다.

여기저기 열리는 취업박람회를 쫓아다니며 이력서를 냈지만 면접을 보러 오라는 얘기조차 듣질 못했습니다. 자격증이 있어도 최소 1년 이상의 경력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경력이 없으면 버스나 굴착기 면허증이 있어도 운전대도 잡아 볼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처음부터 경력을 갖고 태어난 사람이 있나’라는 생각에 필자도 화가 납니다. 하지만 역지사지 해보면 이해 못할 일도 아닙니다. 필자라도 나이 많은 사람보다는 건강하고 젊은 사람을 채용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월급을 주는 사람 입장에서도 꼰대 짓을 할 것 같은 50~60대를 쓰는 게 불편한 일일 겁니다.
 

그렇다고 포기해선 안 됩니다. 그래서 틈새시장을 노려야 합니다. 경쟁자가 많은 도시에서 승부를 보는 게 어렵다면 지방으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코로나19로 일손이 모자란 상황이어서 일할 사람을 애타게 찾고 있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필자가 은퇴 후 귀촌을 준비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다음은 네번째 은퇴편지 ‘시골 결사반대! 아내 설득하는 법’에 달린 댓글입니다. 아내와 함께 시골살이를 하면 더 행복할 것이라는 의도로 글을 썼지만 댓글은 온통 비판투성이였습니다. ‘싫다는 아내를 그렇게까지 데려가고 싶으냐’ ‘굳이 설득해야 하나, 마음 편하게 혼자 가는 것에 찬성’ ‘이혼하고 혼자 내려가면 되지 무슨 설득이냐’ 등의 댓글이 많았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필자는 귀농이 아닌 귀촌을 권한다는 것입니다. 농사가 정말 힘든 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노하우가 있어야 합니다. 귀농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행복한 은퇴 부부가 함께해야

이제 댓글에 관한 내용입니다. 추정컨대 댓글은 대부분 남성이 쓴 것으로 보입니다. 혼자 시골로 가는 것이 속 편하다는 댓글이 많아섭니다. 필자는 부부가 함께 시골생활을 즐기기를 바랍니다. 더 솔직하게 얘기하면 아내보단 남편을 위해 함께 하라고 권합니다. 대부분의 50~60대 남성은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게 쉽지 않습니다. 친화적인 여성과 달리 남성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죠. 필자도 그런 남성 중 한명입니다. 이런 성향이 강한 남성이 낯선 시골 사람들과 친해지기란 쉽지 않습니다.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이는 경로당을 떠올려 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경로당을 지키는 사람은 대부분 여성이죠. 남성들은 집에서 혼자 TV를 보거나 가끔 친한 친구들과 만나는 게 전부입니다. 그러니 서로를 잘 아는 배우자와 함께 귀촌을 하는 것이 좋다는 게 필자의 생각입니다. 게다가 시골살이를 원하는 남편이 ‘부디 함께 내려가서 살아 달라’고 부탁해야 하는 처지인 건 사실 아닙니까.

마지막으로 ‘시골 인심이 사납다’는 내용입니다. 간혹 ‘시골에 가는 순간 못 배운 동네 노인들에게 온갖 갑질을 당할 수 있다’는 원색적인 비판도 보입니다. 필자 생각은 다릅니다. 시골인심이 야박해진 건 사실일지 모르지만, 그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따져봐야 합니다.

반대로 도시에서 온 외부인이 시골 사람들을 얕보고, 대장노릇을 하려 한다고 푸념하는 시골 주민의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울타리가 높은 집을 짓곤 마을 사람들과 소통하지 않는 외부인을 향한 불만이죠. 사실 이는 소통의 부재가 불러온 오해입니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20년 귀농·귀촌 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역주민과 관계가 좋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1.9%에 불과했습니다. 반대로 관계가 좋다는 답은 51.4%에 달했습니다. 시골인심이 사납다는 댓글은 선입견과 서로 다른 생활방식이 만든 오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역주민 배려하는 태도 필요해

그럼에도 필자는 귀촌한 외부인이 조금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노력이 거창한 것도 아닙니다. 마을에서 만난 주민에게 인사만 잘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인사를 잘하는 게 시골살이에 적응하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겁니다. 마을 주민이 누구냐고 물어보면, “어느 집에 이사 와서 지내고 있는 누구니 잘 부탁드린다”는 말 한마디만 덧붙이면 충분합니다.

행복한 은퇴 생활을 하려면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합니다. 때론 설계도 필요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귀농이든 귀촌이든 본인이 모든 걸 해내야 한다는 겁니다. 그 누구도 선택을 강요할 수 없고, 도움을 줄 수도 없습니다. 필자의 글은 그런 고민을 함께하기 위한 겁니다. 여기에 필자의 경험을 덧붙일 뿐이죠. “당신이 그리는 행복한 은퇴생활은 어떤 모습인가요?” 제 질문이 당신의 은퇴 설계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그뿐입니다.

글 = 조경만 금융컨설턴트(엉클조 대표)
iunclejo@naver.com

정리 =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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