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돌입한 쏘카…깊어지는 고심
렌터카 사업자 vs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
관점 따라 기업가치 평가 달라지는 상황
플랫폼 기업 가능성 입증해낼 수 있을까

마침내 기업공개(IPO) 수순을 밟기 시작한 차량공유 서비스업체 ‘쏘카’가 때아닌 딜레마에 빠졌다. 쏘카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이 회사의 기업가치가 달라져서다. 본업인 렌터카를 내세우자니 시장의 저평가가 줄을 잇고,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변신하겠다고 말하니 여기저기서 의심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이 혼란스러운 상황의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쏘카는 지난 5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면서 기업공개 절차에 돌입했다.[사진=쏘카 제공]
쏘카는 지난 5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면서 기업공개 절차에 돌입했다.[사진=쏘카 제공]

차량공유 서비스업체 ‘쏘카’가 지난 5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면서 본격적인 기업공개(IPO) 절차에 돌입했다. 투자은행(IB) 업계가 추정하는 쏘카의 기업가치는 3조원 규모다.

하지만 실제 IPO 과정에서 쏘카의 기업가치가 기대만큼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피어그룹(Peer Groupㆍ같은 산업 내 비슷한 사업구조를 가진 동종기업)’이란 변수 때문이다. 

IPO 시장에서 상장을 앞둔 기업의 가치는 피어그룹으로 어떤 기업을 선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피어그룹의 시가총액 규모, 수익구조, 주가수익비율(PERㆍ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 등의 지표를 통해 상장하려는 기업의 가치를 상대평가해서다. 

당연히 피어그룹의 시총 규모가 크고 수익성이 좋을수록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의 가치도 높게 평가받을 공산이 크다. 피어그룹만큼 성장할 수 있을 것이란 시장의 기대치가 상장하려는 기업의 미래가치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서 ‘쏘카의 딜레마’가 발생하고 있다는 거다. 쏘카를 ‘렌터카 사업자’로 보느냐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 보느냐에 따라 피어그룹이 달라져서다. 만약 쏘카를 렌터카 사업자로 한정한다면 쏘카의 몸값은 3조원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피어그룹으로 유력한 롯데렌탈의 상장 시 시가총액이 2조원 안팎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플랫폼 기업으로 인정받는다면 국내 모빌리티 관련 기업 중 가장 높은 몸값을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 우버ㆍ리프트 등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을 피어그룹으로 삼고 쏘카의 기업가치를 저울질할 확률이 높아서다.      

■쏘카의 딜레마➊ 렌터카 성장성 의문 = 달리 말해, 쏘카가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으려면 IPO 과정에서 본업(렌터카 사업)보다 체질 개선(플랫폼 사업)에 방점을 맞춰 투자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쏘카가 이런 딜레마에 부딪힌 건 렌터카 사업의 낮은 성장성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렌터카 사업자는 크게 두가지 방법으로 수익을 낸다. 하나는 차량 대여 서비스, 또다른 하나는 중고차 판매업이다. 여기서 대여 서비스는 국내 이용자들의 사용 패턴(여행 시 이동 목적)과 이용 장소(서울ㆍ제주도 중심)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외형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중고차 판매업에서 수익성을 개선하기도 쉽지 않다. 플릿(fleetㆍ자동차를 한번에 대량으로 판매하는 것)을 확대하려면 그만큼 차량 대수가 많아야 한다. 하지만 차량이 많을수록 렌터카 사업자가 지출해야 하는 관리비용도 늘어난다. 비용을 상쇄하지 못하면, 쏘카로선 손해만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렌터카’의 측면에서 바라본 쏘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국면에 처해 있다.

■ 쏘카의 딜레마➋ 플랫폼 기업 변신 물음표 = 이런 상황에서 쏘카의 선택은 하나인데, 다름 아닌 변신이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전기자전거, 철도, 주차, 숙박 등 다양한 서비스를 연계한 ‘슈퍼앱’ 전략을 통해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해야 한다는 거다. 

문제는 쏘카의 비전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많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이렇다. “쏘카가 플랫폼 기업으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다음 3가지 질문 중 하나라도 ‘예스’라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첫째, 압도적인 IT 기술을 보유했는가. 둘째, 뉴욕의 택시 시장을 잠식해버린 우버와 리프트만큼의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가. 셋째, 우버가 ‘우버이츠’를 통해 배달 시장으로 외연을 넓힌 것처럼 쏘카의 슈퍼앱도 확장 가능성을 가질 것인가. 현재로선 쏘카는 어떤 질문에도 예스라고 답할 수 없다.”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쏘카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먼저, 쏘카의 슈퍼앱 전략은 기존의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카카오모빌리티ㆍ티맵모빌리티)이 추구하는 마스(MaaSㆍMobility as a Ser vice) 전략과 큰 차이가 없다.

되레 기존 기업의 서비스 범위가 이제 막 슈퍼앱 체제로 전환하기 시작한 쏘카보다 넓고 다양하다. IPO를 선언한 쏘카가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대리운전(2021년 7월),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8월), 택시호출앱(10월) 시장에서 차례로 철수한 탓이다.[※참고: 마스란 다양한 이동 수단에 관한 정보를 통합해 사용자에게 최적의 루트를 제공하는 모빌리티 서비스를 뜻한다.]

쏘카의 단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플랫폼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지표 중 하나인 앱 가입자 수를 따져 봐도 쏘카(750만명2022년 1월 기준)는 카카오(2800만명)와 티맵(2000만명)에 훨씬 못 미친다. 이는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기 어려울 것이란 방증이기도 하다. 

아울러 향후 비즈니스 모델의 확장 가능성에도 물음표가 붙고 있다. 이경현 한국인사이트연구소 소장은 “지금까지 쏘카는 렌터카 사업을 중심으로 로컬 비즈니스에 집중했기 때문에 글로벌 비즈니스를 수행할 만한 사업 모델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쏘카는 과연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어쨌거나 미래 가치를 입증해야 하는 건 결국 쏘카의 몫이다. 하지만 렌터카로서의 쏘카도,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쏘카도 어딘가 부족하다. 쏘카는 IPO 과정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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