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 재무설계 上

여기 ‘아파트형 공장’이라 불리는 지식산업센터에 꽂힌 이가 있다. 그는 지식산업센터에 잘만 투자하면 노후까지 안정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지식산업센터가 생소하기만 하다. 차라리 대출금을 갚거나 자녀 학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아내의 생각이다. 누구의 생각이 옳을까.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부부의 사연을 들어봤다.

최근 지식산업센터에 투자하려는 이들이 부쩍 늘어났다.[사진=뉴시스]
최근 지식산업센터에 투자하려는 이들이 부쩍 늘어났다.[사진=뉴시스]

한승민(가명·45)씨는 오늘도 퇴근하면서 회사 근처에 있는 지식산업센터에 들렀다. 로비에 있는 엘리베이터 옆에 붙어있는 전광판을 물끄러미 바라보는가 하면, 사무실 크기는 얼마나 되는지, 화장실은 어떤지 살펴봤다.
 
한씨가 퇴근길마다 지식산업센터를 기웃거리는 건 ‘재테크’ 때문이다. 지식산업센터의 작은 사무실을 매입해 세를 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과거엔 ‘아파트형 공장’이라고도 불렸던 지식산업센터는 중소기업들이 즐겨 이용한다. 일반 오피스 빌딩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내부에 생산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공장에 비해 면적 사용이 적은 만큼 임대료가 적고, 정부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그가 다니는 회사도 지금은 어엿한 사옥을 갖고 있지만 처음에는 지식산업센터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한씨도 지식산업센터에 친숙하다. 더구나 이 회사는 현재 작은 지식산업센터를 매입해 월세 수입을 받고 있다. 회사가 안정적인 수입을 올리는 걸 보며 한씨도 지식산업센터가 안정적인 재테크란 생각이 들었다.
 
마침 수중에 돈도 생겼다. 한씨는 얼마 전 부모님으로부터 4000만원을 상속받았다. 또 보험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하고 적금통장을 하나 정리하면서 2000만원을 마련했다. 여기에 아내 이영지(가명·44)씨와 함께 차곡차곡 모아둔 2500만원도 있다. 합치면 대략 8500만원이 되는데, 한씨는 이돈에 대출을 붙여 지식산업센터 오피스를 하나 매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아내는 한씨의 계획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부부에게는 현재 아파트 담보대출(잔액 8000만원)이 남아있는데, 이씨는 이 대출을 우선적으로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씨는 “아니면 돈을 모았다가 곧 대학에 들어갈 둘째(18)의 대학교 학자금을 내는 데 써야 한다”면서 “돈 나갈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며 못을 박았다.

한씨는 “아파트형 공장을 매입하면 월 60만~70만원의 수입이 들어온다”면서 “그 돈으로 아이들 교육비를 충당할 수 있지 않겠냐”면서 아내를 설득하려고 했지만 지식산업센터에 익숙하지 않은 이씨는 한씨의 계획이 미덥지 않기만 하다. 지식산업센터가 이씨의 눈엔 언제 가격이 곤두박질칠지 모르는 암호화폐처럼 보였다. 

이씨는 적어도 은퇴하기 전까진 대출금을 전부 갚고, 은퇴 이후엔 고정지출을 최소한으로 줄여 안정된 노후를 보내길 원한다.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부부는 재무상담을 통해 조언을 받고자 필자를 찾아왔다.

 
목돈을 어떻게 쓸지는 나중에 생각해 보기로 하고 먼저 부부의 재무 상태부터 확인해 보자. 부부의 월 소득은 672만원으로, 중견기업을 다니는 남편이 450만원을 벌고,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아내가 222만원을 번다. 

정기지출로는 공과금 28만원, 식비와 생필용품을 포함한 생활비 125만원, 정수기 렌털비 2만원, 통신비 26만원, 교통비·유류비 51만원, 남편용돈 30만원, 아내 용돈 30만원, 자녀용돈 10만원, 교육비 150만원, 보험료 71만원, 대출금 상환 37만원 등 560만원이다.
 
1년에 걸쳐 쓰는 비정기 지출은 의류비(240만원), 미용비(72만원), 명절비·경조사비(100만원), 자동차 관련 비용(180만원), 재산세(70만원), 휴가비(150만원) 등 812만원이다. 한달에 67만원씩 쓰는 셈이다. 금융성 상품으로는 적금 2개(10만·30만원), 연금저축(10만원) 등 50만원이다. 부부는 한달에 677만원씩 쓰고 5만원 적자를 보고 있다. 보유 자산은 총 8500만원이다.
 
부부의 재무 상태는 그리 나쁜 편은 아니지만, 이곳저곳 줄일 수 있는 부분이 눈에 띈다. 대표적인 게 월 125만원씩 쓰는 생활비다. 여기엔 식비와 생필용품비가 포함돼있는데, 4인 가구의 평균 식비가 적게는 6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까지 나간다는 점을 생각하면 부부의 생활비는 약간 과한면이 있다.

따라서 이번 1차 상담에선 부부의 식비만 손보기로 했다. 상담자들 입장에서 가장 귀찮고 짜증나는 게 식비를 줄이는 일일 것이다. 대부분은 계획을 세우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식료품을 구입하므로 지출을 추적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식비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직접 요리해 먹는 것인데, 그러려면 식재료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 월단위로 식단표를 짜고 이를 철저히 지켜야 한다. 하지만 맞벌이 직장인들에게는 무척 어려운 일임에 분명하다.

 
일단 필자는 부부에게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횟수를 최대한으로 줄이라고 조언했다. 또 부부는 버리는 식재료가 무척 많았는데, 앞으로는 인근 시장에서 반찬을 사먹기로 결정했다. 이런 방법을 통해 부부는 식비를 125만원에서 100만원까지 줄여보기로 했다.
 
1차 상담이 모두 끝났다. 부부는 식비를 25만원 줄여 지출을 677만원에서 652만원으로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5만원 적자는 20만원 흑자로 탈바꿈했다. 부부는 이제 겨우 첫발을 내딛었다. 아직 줄여야 할 지출들이 많고, 재무목표도 명하게 세워야 한다. 노후 준비, 대출금 상환, 자녀 학자금 등 여러 재무 이벤트를 한번에 준비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여유자금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또 목돈을 지식산업센터 오피스를 매입하는 데 투자할지, 아니면 다른 용도로 쓸지도 정해야 한다. 부부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는 다음 시간에 소개하도록 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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