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 쿠팡 가격 인상 후폭풍
가격만큼 서비스 다양해졌지만…
점유율 47% MS의 변심과 같을까

“저렴한 데다 경험하는 재미가 있다.” 사람들이 구독 서비스에 빠지는 이유다. 실제로 구독 플랫폼은 론칭 초기 부담 없는 가격으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수준 높은 콘텐츠로 그들을 묶는다. 하지만 그때가 바로 플랫폼 기업이 ‘작전’을 거는 순간이다. ‘저가와 퀄리티’로 소비자를 락인하는 데 성공한 플랫폼은 가격을 ‘반복적이면서도 주기적’으로 끌어올린다. 넷플릭스, MS가 그랬고, 쿠팡도 그런 전략을 펼칠 거란 전망이 많다.

넷플릭스가 지난해 11월 한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서비스 구독료를 인상했다.[사진=연합뉴스]
넷플릭스가 지난해 11월 한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서비스 구독료를 인상했다.[사진=연합뉴스]

부담 없는 가격, 손쉬운 가입과 해지…. 수많은 장점으로 소비자를 잡은 구독 플랫폼들이 최근 잇따라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11월 월 구독료를 12.5~17.2% 인상했다. 2016년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지 5년10개월여 만의 가격 인상이었다. 

이로써 넷플릭스 ‘스탠다드(동시 접속 2인)’ 요금은 기존 1만2000원에서 1만3500원으로, ‘프리미엄(동시 접속 4인ㆍUHD 화질)’ 요금은 1만45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올랐다. 12월엔 쿠팡이 유료 멤버십 서비스 ‘와우 멤버십’ 가격을 월 2900원에서 4990원(신규 가입 고객 대상)으로 72.0% 올렸다. 쿠팡 역시 2019년 와우 멤버십을 출시한 이후 첫 가격 인상이었다. 

넷플릭스와 쿠팡 모두 첫 가격 인상이었기 때문인지 소비자의 반발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문제는 이번 가격 인상이 반복적이면서도 주기적인 인상의 신호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넷플릭스는 북미(미국ㆍ캐나다) 지역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소비자가 주로 사용하는 스탠다드 요금제의 추이를 보자.

넷플릭스는 2007년 론칭 당시 7.99달러였던 스탠다드 요금제 가격을 2016년 9.99달러로 인상했다. 그 이후 2017년 10.99달러, 2019년 12.99달러, 2020년 13.99달러 등 거의 매년 가격을 끌어올렸다. 이어 지난 1월 15일에도 요금을 10.7% 인상하면서 스탠다드 요금제 가격은 15.49달러(1만8500원)가 됐다.

2016년 이후 6년 만에 가격이 2배가 된 셈이다. 이 때문인지 “넷플릭스 가격 ‘2만원’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넷플릭스가 한국에서도 가격을 줄줄이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가격을 올린 배경은 충만해진 자신감이다”면서 “최근 국내에 진출한 디즈니플러스·애플TV+ 등과의 경쟁 구도를 지켜봐야겠지만, 가격을 올리더라도 소비자가 이탈하지 않을 거란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넷플릭스가 자신감을 갖는 덴 그만한 이유가 있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국내 OTT 시장점유율은 47.0%(2021년 9월 기준)로 업계 1위다. ‘웨이브(19.0%)’ ‘티빙(14.0%)’ ‘시즌(8.0%)’ 등 후발주자와의 격차도 크게 벌어져 있다.


‘D.P.(2021년 8월 공개)’ ‘오징어 게임(2021년 9월 공개)’ 등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가 인기를 끈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넷플릭스가 커지는 아시아 시장을 잡기 위해 한국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한국 구독자가 넷플릭스를 벗어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안승호 숭실대(경영학)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넷플릭스는 가격 인상 이유로 ‘오리지널 콘텐츠 강화’를 들고 있다. 따라서 요금 인상이 신규 가입자의 진입장벽을 높일 수는 있지만, 콘텐츠 강화에 따른 ‘락인(Lock-in)’ 효과는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본다.”

쿠팡이 멤버십 서비스 ‘와우 멤버십’ 가격을 추가적으로 더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사진=연합뉴스]
쿠팡이 멤버십 서비스 ‘와우 멤버십’ 가격을 추가적으로 더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사진=연합뉴스]

이번엔 쿠팡 사례를 보자. 구독료를 70% 이상 끌어올린 쿠팡 역시 추가적인 가격 인상을 추진할 거란 전망이 많다. 유승우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쿠팡이 점진적으로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면서 “쿠팡이츠 등 쿠팡이 추진하는 여러 사업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가격을 올려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쿠팡 측은 지난해 12월 가격 인상을 발표하면서 “소비자가 멤버십을 통해 누리는 혜택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격을 끌어올린 만큼 ‘무제한 비디오 스트리밍(쿠팡플레이)’ ‘로켓프레시 새벽배송’ ‘로켓직구 무료배송’ ‘와우 전용 할인’ 등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혜택을 10여개 추가했다는 거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선 가격이 오른 만큼 콘텐츠나 서비스의 질이 향상된다면 나쁠 게 없다. 그렇다고 소비자에게 아무런 위험 요소가 없는 건 아니다. 그건 ‘독점’이다. 소비자가 ‘가격 인상→콘텐츠의 질 향상’이란 늪에 빠져 플랫폼에 락인되는 순간, 플랫폼은 강력한 힘을 갖기 때문이다. 플랫폼이 가격을 맘대로 쥐락펴락해도 소비자는 따를 수밖에 없다는 거다. 

대표적인 사례가 ‘마이크로소프트(MS)’다. MS는 클라우드 기반의 사무용 소프트웨어 ‘오피스 365’의 월 구독료를 오는 3월 1일부터 8.5~25.0% 인상할 계획이다.[※참고: MS가 오피스 365의 가격 인상을 추진하는 건 2011년 서비스 출시 이후 처음이다.] 문제는 MS가 월간 구독료를 인상함으로써 이용자가 ‘연간 구독’을 택할 수밖에 없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MS 측은 지난해 8월 새로운 가격 정책을 예고하면서 파트너사에 “연간 회원으로 전환하지 않을 경우 월 구독료가 20%가량 인상될 것”이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MS의 일방적인 가격 정책 변경은 기업이나 개인 이용자에게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 점유율이 47.5%(스태티스타ㆍ2021년 기준)에 이르는 오피스 365의 시장 내 지위가 막강하기 때문이다.

이용자로선 MS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MS의 가격 정책 발표 이후 골드만삭스는 이같은 분석을 내놨다. “MS의 이번 가격 정책은 고객을 더 비싼 구독으로 유도하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 MS의 강력한 시장 지위와 가격 결정 능력을 보여준 셈이다.”


MS 역시 2011년 오피스 365 론칭 당시엔 ‘착한 구독’을 표방했다. 400달러(약 49만원)대에 판매하던 소프트웨어를 한달에 10달러(약 1만원)만 내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줬으니 이용자로서도 반길 만한 서비스였던 셈이다.

하지만 50%에 육박하는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MS는 더 이상 착한 구독을 표방하지 않는다. 이게 비단 MS만의 이야기일까. 그렇지 않다. 넷플릭스·쿠팡 등 막강한 플랫폼 기업에도 해당하는 말이다. 구독 플랫폼들의 가격 인상이 심상치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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