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1] 수입사-딜러 2중 유통구조

국내 수입차 사업은 수입과 판매로 구분된다.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수입사와 소비자 사이에 유통단계가 하나 더 있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수입차 시장엔 이런 말이 떠돈다. “수입사도, 딜러사도 갑甲이다. 소비자만 봉鳳이다.”
 

▲ 수입차 시장은 해외 제작사에서 수입사·딜러사를 거쳐 소비자로 이어지는 이중 유통구조를 갖고 있다. 이에 따른 가격 상승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대부분의 사람은 BMW코리아가 국내에서 수입차를 직접 판매하고 있는 줄로 안다. 하지만 BMW코리아는 BMW그룹 한국법인으로 차량을 수입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역할만 한다. 직접 판매는 하지 않는다. 수입차의 국내 판매는 딜러사가 맡고 있다. 이를 딜러판매 방식이라고 한다. BMW코리아뿐만 아니라 벤츠코리아•폭스바겐코리아•도요타코리아 등 다른 수입차도 마찬가지다.

딜러판매 방식은 수입과 판매를 분리해 사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 딜러사가 판매를 맡으면 아무래도 해외 수입사보다 영업을 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수입사는 사업을 총괄•기획하는 등 전체적인 부분을 컨트롤하는 역할을 한다. 딜러를 선정하고, 딜러별로 물량을 배분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딜러판매 방식에선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수입차를 수입•판매하는 구조가 이원화돼 있기 때문에 비용도 두배로 든다. 수입차의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만약 수입사와 딜러사가 이익률을 조정해 수입차 가격을 낮추면 다행이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양쪽 모두 이익을 챙겨야 돈을 벌기 때문이다. 만약 ‘너무 비싼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면 해외에서 수입해 오기 때문에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펼치면 그만이다. 국내 수입차 업계에서 떠도는 말이 있다. “수입사도, 딜러사도 갑甲이다. 소비자가 을乙이고, 봉鳳이다.”

여기서 의문 하나. 사업을 총괄하는 수입사와 판매만 하는 딜러사가 어떻게 같은 갑이냐는 것이다. 딜러사는 일종의 판매상이 아니다. 수입차 공식 딜러사는 코오롱모터스(BMW코리아), 더클래스효성(벤츠코리아) 등 대부분 대기업 계열사다. 수입사와 딜러를 일반적인 갑과 을의 관계로만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수입사가 전체 사업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가 수입차를 구매한 후 차량에 대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수입사와 딜러사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애먼 소비자만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그렇다면 수입사-딜러사의 유통구조를 깰 순 없을까. 해외에서 직접 차량을 들여와 국내에서 판매하는 ‘병행 딜러사’가 있으면 유통구조가 한단계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사례를 보자. SK그룹 계열사 SK네트웍스는 2007년 “수입차의 거품을 줄이겠다”며 병행수입•판매사업에 뛰어들었다. 수입사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보다 저렴한 가격의 수입차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SK네트웍스는 2011년 이 사업을 접었다. 공식 딜러사가 수입차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수익을 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수입차 시장을 장악한 수입사와 딜러사가 서로 ‘나눠 먹기’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수입차 판매구조의 다양화가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 r|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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