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찾아헤매도
월세로 돌아서도  
고민은 도긴개긴 

올 1월 국내 기준금리가 1.25%로 인상됐다. 코로나19 이전의 금리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전세대출 금리가 5%대에 육박하면서 ‘차라리 월세로 거주하는 게 이득’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는 7월이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전세주택이 높은 가격에 시장에 풀릴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대다수 부동산 전문가들의 전망처럼 올 7월 전세난이 심각해질까.

2022년 7월 계약갱신청구권을 더이상 사용할 수 없는 전세 매물이 시장에 풀리면 전세보증금이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사진=뉴시스]
2022년 7월 계약갱신청구권을 더이상 사용할 수 없는 전세 매물이 시장에 풀리면 전세보증금이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사진=뉴시스]

쉽게 흔들리지 않는 부동산 시장을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변수는 금리다. 집을 사거나 빌리려는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자금 규모를 그때그때 바꿔놓을 수 있어서다. 올 1월 14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1.25%로 끌어올렸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직전인 2019년 10월의 금리와 같은 수준으로 인상한 셈이다. 햇수론 2년 3개월 만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다시 인하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인플레이션 우려 등 대내 변수 탓이기도 하지만 대외 변수 때문이기도 하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는 올해 최소 3번의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우리나라는 외국자본의 유출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미국보다 더 높이는 게 일반적이다. 

이런 상황은 민생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일반 시민이 체감하는 금리도 들썩이기 때문이다. 이를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지표는 코픽스(COFIX) 금리다. 

지난해 8월~올 1월 국내 기준금리가 0.75 %에서 1.25%로 0.5%포인트 인상되는 동안 은행 대출금리와 긴밀하게 연관된 코픽스 금리도 상승했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지난 1월 17일 기준 1.69%로 2개월 전인 2021년 11월 15일(1.29%)과 비교하면 0.40%포인트 올랐다. 

■분석❶ 전세 시나리오 = 이렇게 시중금리가 오를 때 전세는 실거주하려는 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국부동산원의 통계를 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 보증금은 6억3403만원이다.[※참고: 한국부동산원이 제공하는 ‘아파트 평균 전세 보증금’ 통계는 아파트 면적이 특정되지 않는다. 다만 1㎡당 평균 가격(762만원)을 이용해 전용면적 84㎡ 아파트(약 25평) 보증금을 계산하면 6억4008만원이다.]
 

그렇다면 직장인 A씨가 전세보증금 6억3403만원을 서울에서 ‘아파트 전세대출’로 마련했을 때 매월 내야 할 원리금은 얼마일까. 소득 조건이나 특별한 다른 조건 없이 가계대출 비중이 가장 큰 KB국민은행에서 전세대출을 받는다고 가정해봤다. 전제는 최대 5억원, 4억원, 2억원을 만기일시상환으로 각각 대출받을 때로 정했다. 

전세보증금 6억3403만원 중 5억원(최고 금리 4.90% 적용)을 2년간 빌리면 매월 내는 이자는 204만원이다. 4억원(최고 금리 4. 89%)과 2억원(최고 금리 4.78%)을 빌렸을 땐 각각 163만원, 79만원을 이자로 내야 한다. 

■분석❷ 월세 시나리오 = 이처럼 서울 평균 아파트 전세 보증금을 내기 위해 1억3403만원을 스스로 마련하고 은행에서 5억원을 빌리면 1개월에 이자로 나가는 돈만 200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같은 조건에서 서울 아파트를 월세로 빌릴 때는 얼마나 필요할까.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 보증금과 월평균 임대료는 각각 2억452만원, 124만원이었다. 앞서 가정했듯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보증금인 6억3403만원 중 5억원을 대출하고 1억3403만원의 자금이 있는 사람은 매달 204만원을 이자로 내야 한다. 만약 같은 조건에서 월세로 빌린다면 어떨까.


일단 추가로 필요한 보증금은 7049만원(2억452만원-1억3403만원)이다. 이를 전세와 마찬가지로 금리 4%대로 빌린다고 가정하면 월 이자는 약 28만원이다. 월평균 임대료(124만원)와 합치면 152만원이다. 월세 보증금 대출 이자와 월 임대료를 합치더라도 전세 이자보다 약 52만원 저렴하다.

월세 보증금을 추가 대출하지 않는다면 어떨까. 이때도 전세보다 월세가 유리하다. 앞서 언급했듯 6억3403만원의 전세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4억원을 빌리는 사람은 월세 보증금을 추가 대출할 필요가 없다. 이미 2억3403만원의 자금이 있기 때문이다. 4억원을 전세대출시 월 상환 이자는 163만원이니 월세(서울 아파트 평균 124만원)를 선택하면 매달 39만원을 아낄 수 있다. 

부동산 전문가 상당수는 오는 7월 전세난이 심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2020년 7월 31일 시작된 계약갱신청구권이 2년을 맞는 때라서다. 2020년 7월 당시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임대료 상한 5%’를 적용받았던 주택은 2년이 지나는 2022년 7월이면 새로운 세입자를 받을 수 있다.

이때 임대료 상한 제한은 없다. 일반적인 집주인이라면 이때 전세 보증금을 최대한 높여 세입자를 받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월 임대료를 내는 게 대출로 나가는 이자보다 저렴한 상황이라면 어떨까. 그러면 전세 수요가 줄어들어 전세난이 생각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 

변수는 이뿐만이 아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0월 가계 부채를 줄이기 위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책을 내놨다.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는 게 가장 큰 목표지만 전세 대출의 고삐도 죄었다.

원금과 이자를 함께 내는 분할 상환을 전세대출에서도 유도하는 한편 은행의 가계대출 총량제한에 전세대출도 포함하기로 했다. 전세 신규 대출 자체가 어려워지거나 대출을 받아도 월 상환액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거다. 이 역시 전세 수요를 위축시키는 변수 중 하나다. 

전세 수요가 월세 시장으로 몰리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전세 수요가 월세 시장으로 몰리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내집’이 없다면 주거비는 계속 나갈 수밖에 없다. 그 주거비의 목적지는 집주인(월세)이 될 수도 있고 은행(대출 이자)이 될 수도 있다. 금리가 낮을 때는 전세대출을 받아 ‘은행’에 내는 게 남는 장사였을 수 있지만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이 시나리오도 뒤집힐 여지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임대 수요가 월세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 2022년 7월 전세 수요가 꺾여 ‘전세난’을 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월세 시장의 부담은 커질 공산이 크다는 거다. 


정부 임대시장 신경써야 하는 이유

그럼 2020년 전세가격이 크게 상승했을 때 월세시장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살펴보자.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하는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2020년 1월(97.7)부터 2021년 12월(101.6)까지 3.9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세가격지수는 20.8포인트(82.7→ 103.5) 치솟았다.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되던 시기에도 월세는 전세만큼 요동치지는 않은 셈이다. 

하지만 2022년 7월 전세에서 월세로 수요가 쏠리기 시작한다면 어떤 변화가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2020년과 달리 전세가 월세보다 금전적으로 유리한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월세가 더 나은 선택지라면 수요자는 월세를 자발적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부동산 전문가들의 전망처럼 전세난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정부가 임대시장에서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수요가 또 어디로 튈지 알 수 없어서다. 오르는 금리는 불붙은 임대시장(전세)을 가라앉힐 찬물이 될까, 아니면 또 다른 시장(월세)을 흔들 변수로 작동할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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