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3] 김필수 교수의 수입차 J모델 황당記

싼 게 비지떡인 세상이 자났다. 비싸다고 품질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고가의 수입차는 품질과 안전성에서 국산차를 압도하지 못한다. 특히 질 낮은 애프터서비스와 비싼 수리비는 문제다. 기본 부품 하나 바꾸는 데도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가 많다.

▲ 한 수입차 공식 정비업체에서 자동차를 정비하고 있다.
지난해 자동차 분야에서 가장 큰 변화를 찾는다면 수입차가 국내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한 것이다. 수입차가 사상 최초로 두 자리 점유율 확보에 성공하면서 국내시장에 큰 변화가 일었다.

수입차가 이런 시장점유율을 달성할 수 있었던 건 수입차 업체가 판촉활동을 잘했기 때문일 것이다. 국내 소비자의 신차 선택 기준이 달라진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여기에 수입차가 중저가 모델을 속속 출시하고, 개성 있는 차를 원하는 젊은 소비자가 등장하면서 수입차는 전성시대를 열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부품비와 인건비

하지만 수입차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 어쩌면 소비자가 꼭 알아야 하는 수입차의 불편한 진실 중 하나다. 무엇보다 애프터서비스(AS)가 부실하다. 수입차를 몰고 있는 필자도 피할 수 없었다. 필자의 차량은 수입차 J모델(2009년형)이다. 약 2만9000㎞밖에 운행하지 않았음에도 AS를 수차례 받았다. 수명이 많이 남은 배터리가 방전돼 견인된 사례도 있다.

가장 큰 사건은 지난해 11월 발생했다. 약 100㎞의 속도로 야간 고속도로 운행 중 갑자기 계기판에 ‘기어박스에 이상이 있다’는 자막과 함께 가속이 되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다. 야간이었고 주변 차량이 100㎞ 내외로 달리고 있어 차량을 정지하기 전에 신속히 안전한 곳으로 피해야 했다.

비상등을 켜고 한 차선, 한 차선씩 편도 5차선을 옮기면서 간신히 끝 차선으로 갔다. 문제는 갓길을 시간제 가변 통로로 이용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차량을 비상 정차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이때 간신히 차량 한두 대가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보였고, 차량이 완전히 정지하는 순간 들어갈 수 있는 행운이 뒤따랐다.

한 순간 한 순간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순간이었다. 사고 이후 야간 입고가 되지 않아 가장 먼 센터로 가는 불편함을 겪었다. 견인차를 얻어 타고 시내에 내려 다음 약속 장소로 갔지만 이미 2시간이 흐른 뒤였다. 센터에선 금요일 저녁이기 때문에 주말인 토•일요일에는 정비가 어렵다고 했다. 다음주 월요일에나 원인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대차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틀간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여기서 생각할 수 있는 AS 문제는 여러 가지다. 무엇보다 주말에는 수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고장차량에 대비한 대차시스템도 부족했다. 필자만의 얘기가 아니다. 종종 수입차를 모는 소비자로부터 AS 관련 문제가 담긴 e-메일을 받는다.

한 사례를 보자. 수입차 소비자 A씨는 수개월 동안 정비업체를 들락날락했다. 사소한 고장이 자주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입차 판매업체는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현재 A씨는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시간은 물론 경제적 손실, 정신적 스트레스 등 여러 면에서 손해를 봤을 것이다. 이런 피해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이유는 수입사의 서비스가 고객이 아닌 판매자 중심이라서다.

AS 기간이 끝나면 더 큰 문제가 나타난다. 상상을 초월하는 부품비와 인건비가 기다리고 있다. 부품비는 국산차에 대비해 2.5~8.8배 높다. 인건비는 2.5배에 이른다. 몇개 부품에서 문제가 발생해 교체하면 100만~200만원은 비용도 아니다. 엔진오일 등 기본 소모품을 몇번 교체하고 수입차를 다시 팔아버린 사람이 있을 정도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수입차 소유자는 경제적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시간당 인건비를 보자. 벤츠가 6만8000원으로 가장 높았고, BMW 6만원, 아우디•폭스바겐 5만5000원, 렉서스 5만원, 혼다 4만4000원, 도요타는 4만2000원으로 나타났다. 또 수입차는 인건비를 산정할 때 업계(보험•정비업체)가 인정하는 객관적인 기준을 따르지 않는다. 수리비 청구•지급과 관련 업체끼리 상호불신하고, 마찰을 빚는 건 당연하다. 직접 돈을 내고 수리하는 소비자는 더할 것이다.

일부 차종은 AS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국산 부품과 달리 수입 부품은 10일 이상을 기다려야 도착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멀리 있는 정비업체를 찾아 시간과 수고를 겪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겉은 화려하지만 부작용 심해

▲ 한남동에 위치한 아우디코리아 전시장 및 서비스센터.
그렇다고 정비업체가 많은 것도 아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정비센터 1곳당 감당해야 하는 차량수를 조사했는데, 벤츠가 3672대, BMW 3306대, 폭스바겐은 2677대로 나타났다. 정비센터 1곳이 감당해야 할 차량이 무려 2000대, 3000대를 넘는 것이다. 고장과 사고수리를 받기 위한 예약•대기시간이 늘어나는 등 소비자 불편이 생기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정비센터에 차량을 수리하러 왔다가 주차할 공간이 없어 주변 상가와 싸우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한다.

수입차가 해야 할 일은 간단하다. 우선 직영 정비센터의 확충이 어려운 경우, 기존 1~2급 정비공장을 협력업체로 지정하는 등 전국적인 정비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또 수입차 수리비를 객관적으로 산출할 수 있는 견적 시스템을 도입해 수리비 청구기준을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

수입차의 판매량이 늘어나는 건 국내 자동차 업계에 긍정적이다. 대항마의 출현으로 국산차의 품질이 훨씬 높아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수입차는 아직 단점이 많다. 더 큰 문제는 수입차 운전자의 권리가 침해돼도 방어할 수 있는 제도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수입차의 불편한 진실, 결국 소비자가 파헤치고, 소비자가 알아내야 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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