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총론] 수입차의 불편한 진실

국내 수입차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해는 마의 선으로 불리던 국내 시장점유율 10%를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쑥쑥 크는 외형만큼 내실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판매가격은 여전히 불투명하고, 애프터서비스의 질은 형편없다. The Scoop가 수입차의 ‘불편한 진실’을 파헤쳤다.

 
중국의 상징 베이징北京에서 택시를 탔다. 운전석을 가로막고 있는 방탄막이 눈에 거슬린다. The Scoop와 동행한 조선족 가이드는 “강도가 출현해서 어쩔 수 없이 방탄막을 설치해 놓은 것”이라고 귀띔했다. 글로벌 경제를 이끌고 있는 G2 중 한 곳인 중국은 아직도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은 듯하다. 그런데 이 차의 브랜드가 무엇인지 아는가. 폭스바겐이다. 구형이지만 이 나라는 택시도 수입차다.

# 중국의 자랑 ‘장안대로長安大路.’ 편도 6차선, 길이 43㎞의 대로다. 웅장하다. 이 대로가 왜 황제의 길로 불렸는지 실감난다. 황제를 영접하듯 장안대로 양 옆에는 초현대식 빌딩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중국삼성, LG베이징 트윈타워도 이곳에 있다. 장안대로는 중국의 상징을 관통하는 루트다. 이런 황제의 길을 뒤덮고 있는 자동차는 대부분 수입차다. 자국 브랜드의 자동차는 1시간에 1대 지나갈까 말까다.

광활한 대륙을 수입차가 점령한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중국에는 현대차•기아차와 같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없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도 있다. ‘소황제小皇帝 1세대’가 소비의 주축으로 떠오르면서 고가의 수입차가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소황제 1세대는 중국의 ‘1가정 1자녀’ 정책에 따라 1979년 이후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다. 당연히 집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성장했고, 물질적 풍요도 누렸다. 그래서인지 돈 쓰는데 거침이 없다. 주택•가전•패션•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비욕구를 분출하기 일쑤다. 이런 소황제 1세대가 가장 처음 사는 것이 바로 수입차다.

조선족 가이드는 이런 말을 했다. “1980년대 일본 도요타가 이상한 TV광고를 내서 중국인이 분노한 적 있다. 도요타가 천안문 광장 앞을 지나갈 때 해태가 무릎을 꿇는 광고였다. 중국인은 도요타 불매운동을 벌였다. 그런데 더 이상한 일은 도요타를 제외한 수입차를 사는 데 혈안이 됐다는 거다. 한국 같으면 그랬을까.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가 있는 한국이 되레 부러울 때가 있다.”

그렇다. 국내시장에서 수입차는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다. 아우디든 벤츠든 폭스바겐이든 모두 그랬다. 자국차가 시장점유율 90%를 넘는 곳은 한국밖에 없다. 포니에서 시작된 한국차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은 그만큼 컸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한국시장에만 고개를 숙이던 수입차가 서서히 ‘한국 거리’를 질주하기 시작한 거다.

지난해 수입차는 국내 자동차 시장(상용차 제외)에서 13만858대가 팔렸다. 전년(10만5037대)에 비해 24.6% 증가한 수치다. 국산차에 싫증을 느낀 소비자가 수입차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발맞춰 수입차는 다양한 신차를 출시하며 소비자를 유혹했다.

BMW코리아는 특유의 스포츠 세단을 내세우며 시장 점유율을 높여 나갔다. ‘역동적인 드라이빙의 즐거움.’ BMW코리아가 추구하는 가치다. 수입차 특유의 ‘고급’과 젊고 역동적인 차량을 강조한 BMW코리아의 전략은 국내 소비자를 유혹하기 충분했다. BMW코리아는 지난해 2만8152대(21.5%)를 판매하며 수입차 업계 1위에 올랐다.

투명하지 못한 가격과 질 낮은 AS

국내 최고 럭셔리카로 꼽히는 벤츠는 지난해 2만389대(15.5%)를 판매하며 수입차 시장을 이끌고 있다. 폭스바겐코리아(1만8395대•14%)•아우디코리아(1만5126대•11.5%) •도요타코리아(1만795대•8.2%)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수입차는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했다. ‘마의 선’을 돌파했다는 찬사가 잇따랐다. 수입차 업계도 축제를 열었다. 1987년 수입차 시장이 열린 후 첫 두 자릿수의 점유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도로에 지나가는 차량 10대 중 1대는 수입차라는 얘기다. 그래서 ‘수입차 대중화 시대가 도래했다’는 말이 나온다. 올해 수입차 판매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수년 안에 국내 시장의 15%까지 점유율을 높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자동차 시장은 현대차그룹이 거의 독점하고 있는 구조다. 현대차가 39%, 기아차가 33%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3개 회사의 점유율(한국GM 10%•르노삼성 5%•쌍용차 3%)을 합쳐도 18%다. 더욱이 3개 회사는 해외에 매각됐고,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입차의 강세는 국산차의 분발을 요구한다. 국산차가 수입차에게 소비자를 빼앗기는 것을 막기 위해 가격을 낮추고, 품질을 개선하고, 애프터서비스(AS)의 질을 끌어올리는 등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는 것이다. 수입차 성장이 국내시장에 끼치는 긍정적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국산차와 수입차의 경쟁을 통해 국내 자동차 시장이 한 단계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먼저 현대차가 움직임을 보였다. 시장의 72%를 점유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에게 수입차의 성장은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최근 현대차는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쏘나타•제네시스•싼타페 등의 가격을 인하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아차•한국GM도 차량 가격을 낮췄다. 수입차의 아킬레스건은 비싼 가격이다. 수입차의 강세에 맞서기 위해 국산차가 가격 전략을 들고 나선 것이다. 국산차와 수입차의 경쟁으로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진출한 24개사에 달하는 수입차의 다양한 신차 출시는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 국내 자동차업체는 현대차•기아차•한국GM•르노삼성•쌍용차 등 5개 회사뿐이다. 생산 모델도 제한돼 있다. 해외에서 다양한 모델이 국내에 수입되면 소비자가 고르는 즐거움은 배가 된다. 지난해 말 폭스바겐코리아의 경차 ‘업’ 출시 소문으로 업계는 일주일간 떠들썩했다. 수입차의 신차 출시가 국내 자동차 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게 마련이다. 수입차도 마찬가지다. 수입차에는 여러 ‘불편한 진실’이 존재한다. 투명하지 못한 가격, 질이 떨어지는 AS 등이다. 수입차는 가격을 전혀 공개하지 않는다. 다른 해외시장과는 달리 국내시장에서만 유독 ‘풀 옵션’ 차량판매를 고집하고 있다. 쓸데없는 옵션을 장착해 가격을 부풀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돈을 주고 사는 소비자는 옵션에 대한 선택권도 없고, 옵션 가격도 알 수 없다.

소비자 선택권 제한하는 수입차

▲ 한 여성 고객이 분당에 위치한 수입차 매장에서 전시 차량을 보고 있다.
수입차를 구매한 이후에도 가격 문제는 따라다닌다. 수리비가 너무 비싸다. 국산차에 비해 3~8배 정도다. 정비센터는 턱없이 부족하다. 한 개의 정비센터에서 감당해야 할 수입차 대수는 2500~3000대에 이른다. 수입차를 모는 한 운전자의 말이다. “수입차는 화려하다. 그러나 그 화려함을 유지하기 위해선 엄청난 비용과 수고가 필요하다.” 또 다른 소비자는 아예 국산차로 바꿔 탔다. 유지비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수입차의 가격 논란이 일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수입차 시장 조사에 착수했다. 아직은 정밀 현장조사가 아닌 성장하는 시장에 대한 기본적인 자료 수집 차원이다. 하지만 앞으로 예의 주시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수입차업계는 경계하는 눈치다. 수입차의 한 관계자는 “수입차뿐만 아니라 원가와 판매가격은 어느 업체든 예민한 부분”이라며 “가격 거품은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수입차를 구매하는 것을 말릴 수는 없다.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하지만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선 수입차의 실체를 알아야 한다. The Scoop가 수입차의 불편한 진실을 공개하는 이유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 r|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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