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프레시백은 친환경적일까
박스 대체율보다 중요한 건 회수율
회수율 높이기 위한 쿠팡의 노력 필요

한번 사용하고 버려지는 스티로폼 박스. 냉동식품이나 신선식품을 안전하게 배송해주지만 환경엔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다. 그래서 쿠팡은 2020년 재사용이 가능한 ‘프레시백’을 도입했다. “프레시백을 통해 연간 1억개 스티로폼 상자를 절약했다”고 홍보를 펼쳐놓기도 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소비자들은 프레시백이 수거되지 않고 쌓여만 간다”고 토로한다.

쿠팡이 포장재 사용을 줄이기 위해 ‘프레시백’을 도입했지만, 회수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연합뉴스]
쿠팡이 포장재 사용을 줄이기 위해 ‘프레시백’을 도입했지만, 회수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연합뉴스]

“친환경 ‘프레시백’을 도입해 연간 1억개의 스티로폼 상자를 절약했다.” 쿠팡은 지난 1월 27일 ‘프레시백’의 성과를 홍보했다. 프레시백은 쿠팡이 스티로폼 등 신선식품 배송 시 포장재 사용을 줄이기 위해 2020년 도입한 재사용 가방이다. 고객이 신선식품(쿠팡프레시)을 주문할 경우 프레시백에 담아 배송하고, 다음 주문 시 기존 프레시백을 수거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음 주문 때까지 기다리기 어려운 고객은 쿠팡 앱에서 ‘프레시백 수거’를 요청할 수도 있다. 수거한 프레시백은 전담 인력을 통해 당일 세척하고, 재사용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쿠팡은 하루 평균 30만개 스티로폼 상자를 대체하고, 지난해 기준 연간 1억개의 스티로폼 상자를 절약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소비자 사이에선 ‘프레시백이 정말 친환경적인가’라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직장인 김다경(29)씨는 최근 서울 이태원 거리를 걷다가 한가지 의문이 생겼다. 재사용된다던 프레시백 여러 개가 길가에 버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버려진 프레시백 3개 모두 한 사람이 주문한 것이더라”면서 “수거가 안 된 채 버려진 셈인데 프레시백이 당초 의도와 달리 친환경적이지 않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씨뿐만이 아니다. 주부 박보람(35)씨도 집 앞에 쌓여가는 프레시백이 골칫거리다. “제공된 프레시백을 다음 주문 때 수거한다더니 또 새로운 프레시백에 배송해주고는 회수해가지 않더라. 회수 신청을 했는데도 몇주째 그대로 쌓여 있다. 프레시백을 계속 만들어낸다는 건데, 이게 과연 친환경적인지 의문이다.” ‘프레시백의 회수율이 80%에 달한다’는 쿠팡의 설명과 소비자가 체감하는 현실에 간극이 있는 셈이다. 

사실 프레시백의 ‘미회수’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쿠팡이 ‘쿠팡친구(쿠팡 전담 배달기사 이하 쿠친)’에게 프레시백 수거 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매일 막대한 배송을 처리하는 쿠친이 프레시백 수거까지 하기엔 ‘유인책(인센티브)’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 프레시백 회수에 따른 인센티브는 100~200원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프레시백이 ‘친환경적’이기 위해선 쿠팡이 회수 전담 인력을 도입하는 등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길거리에 버려져 있는 쿠팡 프레시백.[사진=더스쿠프 포토]
길거리에 버려져 있는 쿠팡 프레시백.[사진=더스쿠프 포토]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프레시백 수거 시스템의 도입을 우선해야 한다”면서 “추가 인력을 배치해서라도 프레시백 도입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정은 서울환경연합 활동가는 이렇게 꼬집었다. “프레시백을 제작할 때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이 일반 상자보다 많다. 프레시백이 제대로 재사용되지 않는다면 환경적 낭비가 오히려 더 클 수 있다. 아울러 프레시백 수거 책임을 배송기사에게만 떠넘기지 말고 쿠팡이 걸맞은 투자와 제도 개선 노력을 해야 한다.” 

일례로 쿠팡프레시와 같은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를 운영하는 ‘SSG닷컴’의 경우 재사용 가방인 ‘알비백’ 수거율이 98%에 달한다. SSG닷컴 관계자는 “소비자가 최초 제공한 알비백을 집 앞에 내놓을 경우 주문한 물건을 알비백에 담아주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번 새로운 프레시백을 제공하는 쿠팡과는 차이가 있는 셈이다.

물론 쿠팡의 ‘노력’엔 역기능보단 순기능이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자칫 그 노력이 ‘그린 워싱(green washing)’으로 비치지 않기 위해선 개선책을 찾아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백나윤 활동가는 “쿠팡 역시 좋은 취지로 프레시백을 도입했지만, 수거ㆍ재사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그린 워싱’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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