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 재무설계 下

‘적금’은 가장 안정적으로 자산을 모으는 방법이다. 금리가 낮을 때 아쉽긴 하지만, 불확실성이 없다는 점은 적금의 최대 강점이다. 이 때문인지 아무 생각 없이 적금을 기계적으로 붓는 이들은 생각보다 많다. “어떤 목적으로 저축하고 있냐”는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하는 이들도 숱하다. 더스쿠프와 한국경제교육원㈜이 40대 부부의 사례를 통해 목적 없는 적금의 한계를 꼬집어봤다.

효과적으로 돈을 모으려면 통장마다 이름을 정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효과적으로 돈을 모으려면 통장마다 이름을 정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재무설계 2편 Review = 전셋값이 매년 오른 탓에 지난 10년간 4번이나 집을 옮긴 오상범(가명·46)씨와 한은지(가명·46)씨 부부. 같은 이유로 두 사람은 오는 6월에도 또다시 이사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이런 생활에 지친 한씨는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자고 남편에게 주장했다.

그렇지만 남편의 생각은 아내와 달랐다. 그 또한 이사라면 지긋지긋했지만 “조만간 집값이 떨어질 것”이란 지인들의 얘기를 들어서인지 남편은 지금은 집을 살 타이밍이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더구나 부부는 현재 8000만원의 주택담보대출금을 갚고 있다. 외벌이로 가정의 생활을 책임지는 남편 입장에선 빚을 더 늘리는 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당장 집을 사자”는 아내와 “기다리자”는 남편. 둘은 좀처럼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재무상담을 통해 답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두 사람의 사정을 들은 필자는 남편의 손을 들었다. 가계부를 살펴본 결과, 부부가 집을 살 만한 형편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내는 “대출을 받으면 되지 않냐”고 반문했지만 무리하게 대출을 받았다간 부부의 미래가 지금보다 더 암울해질 가능성이 무척 높았다.

무엇보다 부부가 준비해야 할 재무 이벤트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대출금을 갚는 건 물론이고, 점점 늘어날 두 자녀(10·8세)의 교육비를 감당해야 한다. 10년 후엔 자녀들의 대학 등록금과 결혼자금에 은퇴가 가까워지는 부부의 노후도 대비해야 한다. 아내는 이런 필자의 설득에 결국 동의했고, 부부는 당분간은 전셋집 생활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부부의 가계부도 손을 봤다. 부부의 월소득은 406만원으로, 중소기업을 다니는 남편이 356만원,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내가 50만원을 번다. 지출은 정기지출 364만원, 비정기 지출 월평균 30만원, 금융성 상품 40만원등 434만원에 달한다. 28만원씩 적자를 보는 셈이다.

필자는 1·2차 상담에 걸쳐 생활비 15만원, 통신비 11만원, 보험료 29만원, 남편 용돈 10만원 등 65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고, 이에 따라 부부는 여유 자금으로 37만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 재무설계 최종편 = 적자를 없애는 것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부부의 재정 상태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적어도 100만원 이상을 확보했던 다른 상담자들에 비해 부부가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이 37만원에 불과하다는 점은 큰 문제였다.

그렇다고 부부의 재무목표를 하향 조정하기도 힘들다. 언급했듯 부부는 대출금 상환, 자녀 교육비, 노후 준비 등을 준비해야 한다. 여유자금을 늘리기 위해 필자는 부부의 금융성 상품으로 눈을 돌렸다. 부부는 적금 2개에 매월 5만원씩 총 10만원을 저축하고, 주택청약종합저축통장에 10만원, 연금저축에 20만원씩 납입하고 있었다. 적금에 5만원씩 붓는 이유를 물었는데, 부부는 “별생각 없이 저축하고 있다”고 답했다.

재테크의 기본 중 하나는 목표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야 목표액을 얼마나 설정할지, 한달에 얼마나 저축할지 등의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울 수 있고 목표의식도 강해진다. 부부는 각각 5만원씩 납입하던 적금통장을 해지하고 여유자금으로 활용키로 했다.

58만원씩 쓰던 자녀 교육비도 48만원으로 10만원 줄였다. 초등교육을 받는 자녀들의 교육비가 아직은 조금 과하다는 판단에서다. 부부는 집중 교육이 필요한 중·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교육비를 늘리기로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부부는 여유자금을 37만원에서 57만원으로 늘릴 수 있었다.

그럼 본격적으로 재무 솔루션을 시작해 보자. 먼저 연금저축 20만원으론 노후를 준비하기가 부족하다고 판단, 개인퇴직연금계좌(IRP)에 10만원을 납입하기로 했다. IRP와 연금저축의 가장 큰 차이는 연금저축은 400만원 한도 내에서 세금이 공제되지만 IRP는 1년에 700만원까지 공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700만원 공제를 받길 원하지 않는다면 내년으로 이월할 수도 있어 연금저축보다 유연하게 운용하는 게 가능하다.

대출금을 상환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인터넷전문은행 통장(30만원)을 이용하기로 했다. 이 통장의 장점은 수수료가 없고, 본인인증만 되면 공인인증서 없이 간편하게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도 받을 수 있어 안심하고 저축할 수 있다.

다만, 계좌번호가 없어도 송금이 가능하다는 점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편리하게 은행 업무를 볼 수 있지만 돈을 쓰고 싶은 유혹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부부는 계좌 내역을 공유하고 함께 관리하는 방법으로 차곡차곡 돈을 모으기로 했다.

또 대출금 상환이 최우선과제인 만큼, 지난 상담에서 종신보험(월 20만원)을 해지하고 받은 상환금(1650만원)도 여기에 납입하기로 했다. 가능하면 빨리 대출금을 갚고, 이후에는 자녀 교육비를 마련하는 통장으로 활용키로 했다.


남은 17만원은 주식에 직접 투자하기로 했다. 평소 투자상품으로 재테크를 하길 바랐던 남편을 위해서였다. 주식은 훗날 자녀 교육비나 노후 준비를 보태는 데 쓰일 예정인데, 그만큼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투자해야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부부는 필자와 함께 이슈성이 짙은 종목보다는 미래 가치가 높은 종목을 모니터링한 뒤 신중하게 투자하기로 했다.

이렇게 모든 상담이 끝났다. 아내는 “여유자금이 부족해 내집 마련을 위한 준비를 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했지만 현재 부부의 상황으로 내집 마련 준비까지 하는 건 분명 무리다.

필자는 부부가 청약통장에 오랫동안 납입해 온 것으로 만족하라고 조언했다. 다른 재무 목표를 달성하면 그때 가서 준비를 하는 게 지금으로선 최선이라는 말도 건넸다. 어쨌거나 오씨 부부는 주어진 상황 안에서 최선의 결과물을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 ‘시작이 반’이니 이제 반만 걸어가면 된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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