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서지연 수원마을공동체미디어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공동체라디오 수원FM이 오는 7월 개국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7월 방송통신위원회가 17년 만에 공동체라디오 방송 신규 사업자를 공모했고, 수원마을공동체미디어사회적협동조합(이하 수미사협)이 허가 절차를 통과해 수원FM 개국 작업에 돌입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꼭 1년 만에 수원FM을 개국하는 수미사협의 서지연(49) 이사장을 만나 공동체라디오의 역할과 숙제를 들어봤다.

서지연 이사장은 수원FM이 미디어 격차를 해소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사진=천막사진관]
서지연 이사장은 수원FM이 미디어 격차를 해소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사진=천막사진관]

✚ 공동체라디오 개국을 앞두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오는 7월 수원FM 개국을 목표로 열심히 준비 중입니다. 최근에 시민PD 워크숍을 진행했고, 개국준비위원회 발족식도 가졌습니다.”


공동체라디오란 FM 주파수 대역에서 10W 이하의 소출력으로 시·군·구 등 소규모 지역을 대상으로 방송하는 비영리 라디오 방송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들을 수 없는 동네 소식을 전달한다. 2004년 도입돼 17년 동안 7개 공동체라디오가 운영되다 지난해 20개 공동체라디오가 신규허가 사업자로 선정됐다(방송통신위원회).

✚ 공동체라디오를 개국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2013년부터 마을신문(매탄마을신문)을 만들고 있어요. 2014년에 수원미디어센터가 개관한 뒤엔 경력단절여성들과 마을미디어 단체를 꾸리고, 곳곳에서 미디어 활동을 해왔죠. 2018년엔 함께 모여 수원마을미디어연합을 만들기도 했고요. 그런 경험들이 깔려 있었기 때문에 공동체라디오 신규허가 공고가 났을 때 ‘우리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죠.”


✚ 낯선 분야가 아니라 가능했단 거군요.
“네, 맞아요. 수년간 마을미디어 네트워크 파티를 하고, 정책 토론회를 진행했습니다. 수원 지역 행사를 한다고 하면 거기에서 생방송을 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개국을 하는 건 전혀 새로운 일이라 쉽지 않더라고요.”


✚ 어떤 점이 가장 힘드셨나요?
“어느 하나 수월한 게 없습니다. 주파수도 알아서 찾아야 했어요”


✚ 배당하는 게 아니라 찾아야 한다고요?
“그렇더라고요. 다른 방송국들은 업체에 의뢰해 주파수를 찾기도 했다는데 우린 예산이 없어서 알음알음 지인 통해서 해결하는 수밖에 없었어요. 주파수 범위에서 겨우 비는 주파수를 찾았는데 그게 96.3㎒예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술심사를 통과하긴 했는데, 이내 다른 문제에 봉착했습니다.”

✚ 이번엔 뭐죠?
“안테나를 세워야 하잖아요. 우리는 수원의 공동체라디오인 만큼 상징적인 의미로 수원시청 별관에 안테나를 세우고 싶었어요. 주변에 높은 건물도 없어서 딱이다 싶었죠. 하지만 시청은 공유재산이라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 그럼 어디에 세운 건가요?
“다행히 삼일공업고등학교 교장 선생님의 도움으로 학교 옥상에 수원FM 안테나를 세웠습니다. 안테나를 세우는 것도 일이었지만 앞으로 송신소도 만들어야 합니다. 스튜디오를 꾸리고, 송출프로그램도 만들어야 하고요. 준비할 게 한둘이 아닙니다.”


✚ 예산도 만만치 않을 거 같습니다.
“가장 큰 숙제죠. 시민들께서 힘을 모아주시긴 하지만 그것만으론 한계가 있어요. 우리 수미사협은 수원FM을 만들기 위해 수원 곳곳에서 마을미디어를 하는 대표들이 만나서 의기투합한 비영리법인입니다. 영리사업을 할 수 없어서 자금을 십시일반 모으는 방법밖엔 없는데, 이런 상황에 직면할 때마다 아쉬운 게 많습니다.”


✚ 어떤 아쉬움인가요?
“협동조합이 민간단체이긴 하지만 공동체라디오는 공적인 영역이잖아요. 그런데 민간 영역에서 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이들을 보장해주는 시스템이 거의 없습니다. 인정을 잘 안 해준다고 할까요? 많은 것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어요. 게다가 공동체라디오 초기엔 설립비나 운영비도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알아서 하라는 거죠.”

✚ 개국할 때까지 넘어야 할 벽이 많군요. 7월 개국을 하면 수원FM에선 어떤 콘텐츠를 방송하나요?
“공동체라디오는 지역소식, 문화, 음악을 편성할 수 있습니다. 일단 지역소식을 전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한데, 구별로 동네소식을 전할 시민통신원을 모집할 계획입니다. 시정소식도 전해야 하고, 재난방송을 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해야 합니다.”


✚ 재난방송이요?
“지진이 잦은 일본의 주민들은 재난이 발생하면 공동체라디오를 통해 대피상황을 전달받습니다. 정책적으로 공동체라디오를 300개가량 만들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한 겁니다. 우리나라는 신규사업자를 포함해도 27개밖에 되지 않아서 그렇게까진 어렵지만 대구의 성서FM이 좋은 사례를 주고 있어요.” 


✚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전국적인 상황은 각종 미디어를 통해서 접하잖아요. 하지만 지역 상황은 어때요? 자세히 알 길이 없죠. 성서FM은 지역의 코로나19 상황을 지역 주민들에게 밀접하게 알려주면서 그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상을 받았어요. 그것이 계기가 돼서 17년 만에 공동체라디오 신규사업자를 모집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우리도 일본처럼 일상적인 재난방송이 가능한 지역 기반의 공동체라디오 시스템을 만들어보자는 거죠.”


✚ 그렇게 되면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공동체라디오에 주파수를 맞추겠네요. 
“그렇죠. 공동체라디오가 지역에 기여할 수 있는 게 알고 보면 꽤 많습니다. 청년들에게 지역의 일자리를 소개하는 자리도 만들어볼까 해요.”


✚ 일자리 소개요?
“네. 지역의 기업들은 지역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싶어하거든요. 하지만 정작 시민들은 그걸 잘 몰라요. 그러다보니 지역의 인재들이 자꾸 밖으로 빠져나가죠. 수원FM을 통해 그런 정보를 제공하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업엔 인재를, 청년들에겐 일자리를 소개하는 중간다리 역할을 하고 싶어요.”

✚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네요.
“수원의 문화를 아카이빙하는 것도 우리가 주목하고 있는 역할입니다. 정조의 도시 수원은 곳곳에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문화 요소가 많거든요. 하지만 그걸 모아놓은 플랫폼이 따로 없습니다. 프로그램으로 편성하면 차곡차곡 쌓을 수 있을 거 같아요.”


✚ 알면 알수록 더 기대되네요.
“하지만 극복해야 할 것도 그만큼 많습니다. 무엇보다 출력이 너무 작아요. 공동체라디오는 출력이 10W인데, 아파트 안에서 틀면 잡히지 않을 확률이 커요. 공동체라디오가 본래 취지에 맞는 역할을 하려면 출력도 키워야 하고, 지자체와의 협력도 필요합니다.”


✚ 수원FM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코로나19로 미디어 역할이 확대됐지만 그 격차는 심해졌습니다. 미디어를 접하지 못하는 분들은 정보에서 더 소외되고 있어요. 그런 분들에게 필요한 지역의 정보를 전달하는 미디어 매체가 필요합니다. 지금으로선 공동체미디어가 유일합니다. 주류 미디어에선 철저하게 객체이지만 공동체라디오에선 지역 주민이 주인공입니다. 수원FM은 미디어를 통해 수원 지역의 미디어 격차를 해소하고, 지역 주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곳이 되려 합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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