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의 미래 어떨까
대형 건설사 리모델링 수주 실적 증가
2030년 재건축보다 더 늘어나

2019년만 해도 시공능력평가순위 5위 내에 있는 건설사들은 리모델링 시장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러나 2년 만에 상황이 바뀌었다. 인기 있는 아파트 브랜드를 보유한 건설사들도 리모델링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2030년이 되면 리모델링 조합이 재건축 조합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재건축이 유리한 서울 아파트 단지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재건축이 유리한 서울 아파트 단지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최근 몇년간 건설사들의 주요 주택시장은 도시정비사업이었다. 그중에서도 재건축·재개발은 대규모 주택 사업으로 주요 수주처가 됐다. 낮은 층수의 노후 건물을 없애고 새롭게 고층 아파트를 만드는 건 건설사 입장에선 큰돈을 벌 수 있는 공사였다. 

재건축은 집주인 입장에서도 손해볼 게 없는 장사였다. 가령, 5층짜리 아파트를 허물고 35층 아파트를 만든다고 치자. 30층씩 새로운 아파트가 만들어지고 그 아파트를 판 돈은 수익금으로 들어온다.

새 아파트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공사비도 이렇게 들어온 ‘분양대금’으로 충당할 수 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내돈’ 들이지 않고 새 집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그래서 재건축 사업은 건설사에도 집주인에게도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런 조건을 갖춘 아파트 단지는 갈수록 줄고 있다. ‘주공(대한주택공사) 아파트’로 대표되는 저층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이미 재건축이 가능한 연식인 30년을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이미 재건축됐거나, 재건축이 진행 중이라는 뜻이다.

이미 층수가 너무 높아 부수고 새로 짓는 비용이 새로 만들어 팔 수 있는 아파트 비용보다 더 비싸진다면 어떨까. 재건축으로 돈을 벌어올(분양대금) 수가 없으니 집주인들의 분담금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럴 때는 다른 선택뿐이다. 리모델링이다.

실제로 서울에서 리모델링을 계획 중인 아파트 단지는 적지 않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도시정비사업 플랫폼(정비사업 정보몽땅)과 한국리모델링협회의 입찰 정보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조합·조합추진위원회 등이 있는 단지는 107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조합(조합설립~착공 단계)·조합추진위원회 수가 306곳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건축·재개발 사업 시장이 여전히 리모델링 시장보다 2.9배 크다. 하지만 상황이 바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건설사의 수주 목록을 보면, 리모델링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어림잡을 수 있다. 

현재 용적률 기준이 변하지 않는다면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이 유리한 아파트가 더 늘어나게 된다.[사진=뉴시스]
현재 용적률 기준이 변하지 않는다면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이 유리한 아파트가 더 늘어나게 된다.[사진=뉴시스]

대표적인 대형 건설사 중 하나인 현대건설의 도시정비사업 실적을 보자. 2019년 현대건설이 수주한 도시정비사업은 10개 사업장 2조8322억원 규모(공사비 기준)였다. 그중 리모델링 사업은 단 한건도 없었다.

그러나 2년 만에 상황은 변했다. 2021년 현대건설 도시정비사업 수주 사업장은 총 20곳 4조8125억원 규모로 늘어났는데, 그중 6곳은 리모델링 사업장이었고 관련 공사비는 1조9000억원대를 기록했다. 잠원동아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의 공사비는 4817억원으로 몇몇 비수도권 주택 재개발 사업보다 크기도 했다. 


대형 건설사 들어온 리모델링 시장

현대건설뿐만이 아니다. 2019년에는 1건도 없거나 1~2건에 불과했던 대형 건설사의 리모델링 사업 수주 건수는 지난해 2~3배 이상으로 늘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도급으로 사업을 수주해 공사비를 받으면 그만인 건설사 입장에선 재건축 시장이 좁아지는 상황에서 굳이 리모델링 사업을 마다할 필요가 없었다”면서 “이는 리모델링 시장이 가파르게 커진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유는 또 있다. 리모델링과 재건축을 놓고 저울질할 때 리모델링을 택할 가능성이 높은 아파트 단지가 더 많아서다. 그 이유는 리모델링 사업의 조건에 있다.

리모델링은 기존 세대수보다 새로운 주택 수를 15%(면적 기준으로는 최대 30%)까지 늘릴 수 있다. 층수 역시 3층까지 수직 증축이 가능하다. 완전 철거 후 다음 새 아파트를 만드는 재건축과 비교하면 새 아파트를 만들 ‘여력’이 크진 않지만 유리한 점도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준공 후 15년(재건축은 30년)이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단지와 재건축 자체가 어려운 단지가 서울에 제법 남아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을 택하는 단지의 비중이 더 커질 수 있다.

서울시의 예상안案을 보자. ‘2025 서울특별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 재정비’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는 2030년 공동주택단지를 4217개로 예상했다. 이중 준공한 지 30년이 지나 재건축 대상에 오른 아파트 단지는 725개, 준공 15년 이하로 도시정비사업 대상조차 되지 못하는 단지는 243개다.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선택할 수 있는 준공 후 15~30년 미만을 충족하는 단지는 3249개인데, 재건축이 더 유리한 단지를 제외하면 3096개가 남는다.[※참고: 2종 일반주거지역(최대 용적률 200%), 3종 일반주거지역(최대 용적률 250%)에서 용적률이 각각 180%, 200% 미만인 단지는 재건축을 택하는 게 더 낫다. 리모델링 사업으로 늘릴 수 있는 주택 면적은 기존 면적의 최대 30%까지라서다. 재건축을 했을 때 이보다 더 주택면적을 늘릴 수 있다면 리모델링을 택할 이유는 사라진다.] 

3096개 중에서 또다시 거름망이 작동한다. 규모가 너무 작거나(3개동 이하) 늘릴 수 있는 세대 수가 50세대 이하여서 세대수가 늘어나는 리모델링 사업이 쉽지 않은 아파트 단지를 제외하면 남는 건 898개 단지다.

이제 비교해보자. 언급했듯 재건축 대상인 30년 이상의 아파트가 725개 단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리모델링이 가능한 단지가 더 많다.

리모델링 사업비 융자 제도 계획

물론 비슷한 조건의 모든 아파트가 리모델링을 택할 것이라고 확신하긴 어렵다. 대통령 선거 이후 일반주거지역 용적률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최대 용적률이 늘어난다면 재건축이 어려워 리모델링을 택했던 아파트 단지도 재건축 쪽으로 선회할 수도 있다. 그러나 리모델링 시장이 커질 수 있는 요인도 여전히 남아있다. 

무엇보다 서울시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리모델링 사업비 융자 제도를 건의할 계획이다. 세대 수 증가에 한계가 있는 만큼 인프라 부담이 덜해 추진 속도가 빠르다는 리모델링 특유의 장점도 여전하다. 리모델링 시장은 서울 주택 공급의 한축이 될 만큼 커질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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