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 재무설계 上

여기 SNS에서 ‘재테크 사기’를 당한 부부가 있다. 사기꾼의 감언이설에 넘어간 아내는 남편 모르게 비상금과 예금을 투자했고, 하루 만에 모아뒀던 2000만원을 날렸다. 안타깝게도 부부에겐 돈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재테크 사기로 실의에 빠진 부부를 만나봤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정착하면서 보이스 피싱 등의 사기를 당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정착하면서 보이스 피싱 등의 사기를 당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초등학생 두 자녀를 학교에 보낸 이한희(가명·45)씨는 출근하기 위해 힘겹게 화장대 앞에 앉았다. 출근 준비를 해야 하는데,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는다. 또다시 눈물이 날 뻔했지만 이를 꽉 깨물었다.

이날 이씨는 자신이 겪은 ‘재테크 사기’의 진행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경찰서를 방문해야 한다. 오후엔 돈을 돌려받을 방법을 알아보려 은행에도 들러야 한다. 재테크 사기를 겪은 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이씨는 “왜 그런 사기를 당했는지 아직도 납득하지 못하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 똑 부러지는 성격이라던 이씨가 사기에 휘말린 이유는 무엇일까. 이씨가 한 SNS 계정을 발견한 건 지난해 여름이다. 자신을 ‘전문직 여성’이라고 소개한 그는 매일같이 명품 가방과 고가의 화장품을 구매한 사진을 SNS에 올렸는데, 때때로 아이들·가족들과 단란하게 시간을 보내는 사진도 업로드했다. 그래서인지 이씨는 “어느 순간부터 그가 친근해 보였고, 믿음이 가는 사람처럼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이씨가 사기꾼의 계정에서 주목한 건 또 있다. 그가 종종 올리던 투자 수익률 인증 사진이었다. 통장에 찍힌 금액을 인증하며 사기꾼은 “자신이 하는 재테크를 따라하기만 하면 누구나 1년 안에 몇배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글을 함께 올렸다.

일확천금을 벌 수 있다는 사기꾼의 말에 이씨는 흔들렸다. 평소 돈 문제로 고민이 많았던 그였기에 더 그랬다. 아이들이 점점 자라면서 써야 할 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지만, 남편 박기성(가명·48)씨도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 터라 월급 외에 돈을 모을 방법이 없었다. 사기꾼의 말을 의심할 법도 했지만 몇개월간 게시물들을 보며 그에게 완전히 마음을 연 이씨는 사기꾼의 말이 달콤하게만 느껴졌다.

이씨는 사기꾼에게 메시지를 보내 재테크에 참여할 방법을 물었다. 그러자 사기꾼은 이씨에게 사람들이 모여있는 메신저 채팅방을 알려줬는데, 거기엔 이씨처럼 ‘한탕’을 꿈꾸는 이들이 모여 있었다. 그곳에서 정보를 주고받으며 이씨는 사기꾼을 완전히 신뢰하게 됐다.

시드머니를 보내달라”는 사기꾼의 말에 이씨는 남편 몰래 비상금과 은행 예금을 탈탈 털었다. 그렇게 만든 2000만원을 사기꾼에게 보낼 때까지도 이씨는 이 상황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인증한 투자금액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고 생각했기에 이씨는 사기꾼에게 미안한 마음마저 느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씨는 그 돈을 전부 돌려받지 못했다. 이씨가 돈을 보낸 다음날, 채팅방은 사라졌고 SNS 계정도 자취를 감췄다. 수익률 인증 사진도, 채팅방 사람들의 무수한 대화 내용도 전부 거짓이었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이씨가 곧바로 경찰서에 신고했지만 때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이씨는 눈물로 몇날 며칠을 보냈다. 남편은 하루 종일 울고 있는 아내가 걱정됐는지 “좋은 수업 했다고 생각하자”며 아내를 다독였다. 이번 기회를 통해 재무상담을 받고 제대로 된 재테크 방법도 익히자며 아내의 손을 잡고 필자의 상담실을 방문했다.

그럼 이쯤에서 부부의 재무상태를 파악해 보자. 중소기업에 다니는 부부의 월 소득은 650만원으로, 남편이 350만원, 아내가 300만원을 번다. 정기지출로는 공과금 29만원, 식비를 포함한 생활비 130만원, 통신비 23만원, 교통비·유류비 39만원, 용돈 총 86만원, 교육비 250만원, 가족 회비 8만원, 신용카드 할부금 11만원, 보험료 70만원 등 646만원이다.

1년간 쓰는 비정기 지출은 명절비·경조사비(연 200만원), 휴가비(연 300만원), 각종 세금(연 170만원) 등 670만원이다. 한달에 55만원씩 쓰는 셈이다. 이렇게 부부는 한달에 총 701만원을 쓰고 51만원 적자를 보고 있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정착하면서 보이스피싱 같은 재테크 사기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요새는 암호화폐 같은 코인을 활용해 사기꾼들이 예전보다 한층 더 진화한 방법으로 피해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번 상담의 주인공 부부처럼 피해를 보는 사례가 필자의 상담자들 중에도 더러 있었다.

필자는 아내에게 남편의 말처럼 가능하면 빨리 잊어버리라는 조언을 건넸다. 스트레스로 일상에 큰 지장이 생기는 건 물론이고, 무리하게 피해 금액을 복구하려다 더 큰 손해를 볼 가능성도 있어서다.

그렇기에 이번 상담에선 55만원의 적자를 줄일 방법만 생각해 보기로 했다. 사연을 듣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썼기에 생활비 130만원에서 30만원만 간단히 줄였다. 평소 자주 시켰던 배달음식 횟수를 줄이고, 한달 단위로 식단표를 짜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에 따라 적자도 51만원에서 21만원으로 줄었다.

부부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났다고는 하지만, 부부의 가계부엔 고칠 점이 많았다. 지출이 수입을 뛰어넘는 건 물론이고, 무엇보다 부부는 미래에 전혀 투자하지 않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부부는 암울한 미래를 맞이할 게 뻔한데, 상황을 개선하려면 종잣돈이 꽤 필요하다. 다음 상담에선 부부의 지출을 확실히 줄여보도록 하자.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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