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의 재무설계 中

만약 당신이 병에 걸렸는데 어떤 이유로 보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일어났다고 가정해 보자. 큰 금액이 아니라면 “다음엔 괜찮겠지”라며 그대로 두는 이들이 더러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럴 땐 조정을 하든 해지를 하든 빨리 선택해야 한다. 그래야 정말 큰 사고가 왔을 때 골머리를 앓지 않는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한 부부의 ‘문제 있는’ 보험을 손봤다.

보험료가 지급되지 않는 등 문제가 있는 보험은 빠르게 정리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보험료가 지급되지 않는 등 문제가 있는 보험은 빠르게 정리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국면에선 많은 게 바뀌었다. 무엇보다 오프라인에서 이뤄졌던 활동의 대부분이 비대면으로 대체된 게 가장 큰 변화일 것이다. 문제는 비대면을 악용한 범죄도 그만큼 늘었다는 거다. 지난 2월 경찰청이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2019~2020년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1조3398억원에 이른다. 2016년 피해액(1468억원)과 비교하면 5년 사이에 보이스피싱 범죄가 얼마나 급증했는지 알 수 있다.

보이스피싱 사기꾼들의 수법은 무척 교묘하다. 단기간에 신뢰를 쌓아 피해자들이 스스로 개인정보나 돈을 보내도록 만든다. “나였으면 저런 수법에 안 걸리지”라고 생각했던 이들도 사기꾼들의 수법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박기성(가명·48)씨와 이한희(가명·45)씨 부부도 그랬다. “몇배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사기꾼의 말에 아내 이씨는 홀린 듯 모아뒀던 예금과 비상금을 전부 찾았다. 그렇게 만든 2000만원을 송금하자마자 사기꾼은 자취를 감췄고, 이씨는 순식간에 피해자가 됐다. 남편은 실의에 빠진 아내에게 이참에 재무상담을 제대로 받아보고 돌파구를 찾아보자고 제안했고, 부부는 필자의 상담실을 방문했다.

필자는 먼저 부부의 재정 상태부터 파악해 봤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부부의 월소득은 650만원으로, 남편이 350만원, 아내가 300만원을 번다. 지출은 정기지출 646만원, 비정기지출 월평균 55만원 등 701만원이다. 부부는 한달에 51만원씩 적자를 보고 있다.

부부가 사기를 당한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걸 제외하더라도 부부의 가계부엔 문제가 적지 않다. 먼저 부부는 몇년 전부터 저축을 하고 있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자녀들 교육비에 부부는 월 250만원씩 쓰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저축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당연히 노후 대비도 미흡했다. 그래서 필자는 1차 상담에서 월 130만원에 이르는 생활비를 100만원으로 줄였고, 그 결과 월 적자가 51만원에서 21만원으로 줄었다.

이번 2차 상담에선 본격적인 ‘지출 다이어트’를 통해 종잣돈을 마련해 볼 생각이다. 다만, 지출 줄이기에 앞서 필자는 부부에게 자녀 교육비를 줄일 생각이 있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재무설계를 할 때 필자가 가장 손대기 어려운 부분은 뭐니 뭐니 해도 자녀 교육비다.

자녀에게 뭐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은 게 부모의 공통된 마음이어서다. 이들 부부도 자녀를 위하는 마음이 지극정성이었는데, 그렇다고 해도 소득(650만원)의 38.4%를 교육비(250만원)에 할애하는 건 과했다. 하지만 부부의 의지는 강했다. “당분간은 교육비를 줄일 생각이 없어요.” 그래서 필자와 부부는 2차 상담을 진행한 뒤에도 지출이 크게 줄지 않으면 교육비 문제를 다시 논의하자고 약속했다.

그럼 다른 지출로 눈을 돌려보자. 먼저 통신비(23만원)부터 살펴봤다. 부부는 요즘 알뜰폰 요금제를 쓰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주변에서 알뜰폰을 쓰는 이들이 하나둘씩 늘기에 알아보니 가격이 생각보다 저렴해 마음에 든다는 이유에서다. 필자가 점검해 보니 알뜰폰으로 요금제를 바꾸고 OTT 서비스와 인터넷을 결합하면 총 13만원의 비용이 절감된다. 필자의 조언대로 따른 결과, 부부의 통신비는 23만원에서 10만원으로 13만원 줄었다.

부부 용돈(남편 40만원·아내 30만원)도 줄였다. 남편은 현재 1년째 금연 중인데, 용돈을 처음 책정할 때 남편의 담뱃값도 포함돼 있었다. ‘담뱃값을 (용돈에서) 제외하는 게 어떻겠냐’는 필자의 제안에 남편이 흔쾌히 동의했고, 그에 따라 남편 용돈을 10만원(40만원→30만원) 줄였다.

보험료(70만원)도 손을 봤다. 부부의 보험료는 전체 소득의 10.7%를 차지하고 있는데, 필자의 처음 계획은 7%대까지 줄이는 것이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줄여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부부가 가입한 보험만 16개에 달했는데, 중복되는 게 워낙 많아 별 소용이 없었다. 무엇보다 남편이 당뇨 2형 진단을 받았는데도 관련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은 건 문제였다.

이유는 이렇다. 어릴 때 소아당뇨를 앓았던 남편은 완치된 이후 아무런 지장 없이 생활해 왔다. 그러다 몇년 전 당뇨 2형 진단을 받았는데, 보험료를 청구하던 중 보험사로부터 남편이 보험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소아당뇨를 앓은 병력을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는 거다. 남편은 “가입 전에 소아당뇨 얘기를 설계사에게 분명히 했다”고 반박했지만 보험사는 요지부동이었다.

남편이 고지를 했든 하지 않았든 이대로 두면 이 문제는 두고두고 말썽을 일으킬 게 뻔했다. 그래서 필자의 조언대로 부부는 “보험을 해지하고 납입금을 돌려달라”고 보험회사에 요청했다. 최악의 상황엔 소송까지 검토할 계획이다.

다음으론 남편의 보험에서 보장이 중복되는 치아보험과 상해보험을 해지했다. 아울러 지인이 설계해줬다는 가족보험을 전부 리모델링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부부의 보험료는 70만원에서 39만원으로 31만원 줄었다.

다음은 카드 할부금(11만원)이다. 부부는 최근 몇년 만에 옷을 대량으로 구입했다. 총 40만원을 결제했는데, 마침 필자와 상담하는 달에 할부가 끝난다. 부부는 미용비를 포함한 의류비를 따로 책정하고 앞으로는 1년 예산 안에서 옷을 구입하기로 했다. 따라서 신용카드 할부금은 사라지고, 의류비·미용비가 150만원(1년 기준·월 12만원) 생겨났다.

내친김에 비정기지출 중 여행비(연 300만원·월 25만원)도 줄였다.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는 만큼 앞으로는 인근 캠핑장에 놀러가는 것으로 여행을 대체하기로 했고, 이에 따라 여행비가 3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200만원(월 16만원) 줄었다. 앞서 미용비·의류비(+월 12만원)를 새로 만들었지만, 여행비(월 -16만원)를 크게 줄인 덕분에 비정기지출은 월평균 55만원에서 51만원으로 4만원 감소했다.

부부의 2차 상담이 모두 끝났다. 이번 상담에서 통신비(13만원)·남편 용돈(10만원)·보험료(31만원)·신용카드 할부금(11만원)·비정기지출(4만원) 등 69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적자도 51만원에서 48만원 흑자로 돌아섰다.

최선을 다했지만 아쉽게도 지출이 드라마틱하게 줄진 않았다. 부부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할 듯하다. 자세한 방법은 다음 시간에 소개하도록 하겠다.

글=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