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전환에 주가 상승
신규 사업자 대거 등장 가능성
브랜드만의 아이덴티티 있어야

코로나19를 겪으며 위기에 빠졌던 화장품 업종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지난 4분기부터 실적이 회복세 조짐을 보이는 것은 물론, 엔데믹(풍토병·endemic) 전환 기대에 주가도 상승세다. 업체들도 이런 기대감에 맞춰 만반의 전략을 짜고 있다. 화장품 업계는 과연 어두운 침체와 현란한 색조色調의 변곡점에 서 있는 걸까. 

엔데믹 전환으로 외부 활동이 많아질 거란 기대에 화장품 업종의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엔데믹 전환으로 외부 활동이 많아질 거란 기대에 화장품 업종의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누적 확진자 825만592명. 누적 사망자 1만1481명(지난 17일 기준). 2020년 1월, 국내에 상륙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변화는 일어나고 있다. 전파력은 높지만 치명률은 낮은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된 거다. 그러면서 엔데믹 전환에 따른 기대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방역 당국의 분석에 따르면, 3차 접종 완료자의 오미크론 치명률은 0.07%로 계절독감 치명률(0.05〜0.1%)과 비슷한 수준이다.

정부는 오미크론이 정점을 찍고 나면 엔데믹으로 전환할 거란 계획을 여러 차례 밝혔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2월 24일 “조금 성급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다른 나라에서 이미 ‘일상적 방역·의료체계’ 전환 논의가 본격화한 만큼 우리도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며 엔데믹을 언급했다. 김 총리는 이에 앞서 방역당국에 엔데믹 관련 시나리오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방역당국 관계자도 “오미크론의 치명률(0.07%)은 안정적이어서 엔데믹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머잖아 엔데믹으로의 전환이 예상되는데, 정부와 방역당국은 오미크론이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되는 3월 중순 이후를 기점으로 삼고 있다.

이렇듯 엔데믹으로의 전환이 가시화하면서 리오프닝(경제활동재개·re-opening) 수혜주들이 주식시장에서 꿈틀대고 있다. 무엇보다 관광산업이 재개될 거란 기대감에 항공·호텔업종이 가장 먼저 반응을 보였다. 

먼저 진에어를 보자. 진에어의 주가는 국내에 코로나19가 상륙한 지 2개월 만인 2020년 3월 20일 장중 4351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다가 2022년 2월 반등에 성공해 3월 17일 1만8900원에 장마감을 했다. 호텔신라도 2020년 3월 19일 장중 6만700원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리오프닝 기대감에 힘입어 2월 16일을 기점으로 8만원대를 회복했다. 

리오프닝주의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화장품주 역시 리오프닝 수혜주로 꼽히며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화장품 업계는 지난 2년 지독한 침체에 시달렸다. 그중 아모레퍼시픽과 클리오를 중심으로 화장품 업종을 살펴보자.

[※참고: LG생활건강과 화장품 업계를 이끌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 사업 비중이 90%에 육박한다는 점에서 사례로 선택했다. 대내외적으로 이슈가 발생했을 때 실적과 주가가 유독 출렁거려서다. 색조화장품 전문업체 클리오는 코로나19 국면에서 색조화장품이 저조했던 것을 감안해 사례로 분석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최근 2년간 실적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인 2019년 이 회사는 매출액 5조5801억원, 영업이익 427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5.7%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11.2% 꺾인 성적이었지만 이후의 실적을 보면 그마나 나은 편이었다. 

아모레퍼시픽에 2020년은 최악의 한해였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조4322억원, 1430억원으로 전년 대비 20.6%, 66.6%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영업이익(3636억원)이 전년 대비 154. 3% 성장하며 반등에 성공하긴 했지만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아쉬울 수밖에 없는 성적이다. 

클리오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2019년 2504억원이던 매출액은 2020년 2182억원으로 줄었고, 186억원이던 영업이익은 66.7% 꺾여 6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실적(매출액 2352억원, 영업이익 127억원)도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수준에 못 미친다.

그렇다면 엔데믹 바람이 서서히 불고 있는 지금은 어떨까. 이번엔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를 보자.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20년 1월 17일 24만500원까지 올랐던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2개월 후인 3월 17일 15만5000원으로 35.6%가 빠졌다가 지난 1월 20일 전후로 다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엔데믹 전환의 기대감이 아모레퍼시픽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셈이다. 

2020년 3월 19일 1만1800원으로 장중 최저가를 기록했던 클리오의 주가도 지난 17일 2만2150원까지 뛰어오르며 기대감을 부추기고 있다. 박은정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런 클리오의 상승세를 주목했다. “정부 지침이 방역 완화 시그널을 보내고 있는데 이것은 색조色調에 대한 억눌린 수요가 폭발할 시기가 가까워졌다는 의미다. 매출의 78%가 색조인 클리오에 봄바람이 불 것이다.”

문제는 꿈틀대는 주가가 실적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일상이 회복하면 화장품 구매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김주덕 성신여대(뷰티산업학) 교수는 “팬데믹 상황에서 국내 화장품 수요가 많이 줄었는데, 색조화장품이 특히 그랬다”며 “그동안 억눌렸던 표출 욕구가 엔데믹으로 전환하면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화장품 업체들도 엔데믹을 기대하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년의 위기를 거치며 디지털 전환에 힘써왔던 것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아모레 성수’ ‘아모레 광교’ 등과 같이 소비자들에게 ‘경험’을 선사할 오프라인 점포를 확대하며 MZ세대를 계속해서 겨냥할 계획이다. ‘아리따움’ ‘아모레몰’ 등 자사 온라인 채널에만 집중하던 전략도 수정 중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지난 2~3년간 외부 채널과 손잡고 하나둘 진출했고, 앞으로도 그런 방식으로 이커머스를 강화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클리오는 본격적으로 영역을 확대한다. 글로벌 시장이 주 타깃이다. 미국 아마존에 진출한 클리오는 일본 홈쇼핑 진출도 눈앞에 두고 있다. 라인업과 채널을 늘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는 게 클리오의 새로운 전략이다.

하지만 기대감만 가져선 안 된다. 시장이 활기를 찾으면 그에 따른 리스크가 다시 존재감을 드러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김주덕 교수는 “화장품 업종이 리오프닝주로 주목받으면 가뜩이나 포화상태인 화장품 시장에 신규 사업자들이 대거 진입할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그렇게 되면 유사제품 또는 카피제품들이 판을 치게 될 텐데, 그건 오히려 국내 화장품 시장의 경쟁을 악화시키고, 해외시장에서 우리 브랜드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것이다. 지금이야 말로 브랜드만의 아이덴티티를 찾아야 할 때다.” 화장품 업계는 이런 우려를 극복하고 다시 봄바람을 탈 수 있을까.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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