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의 재무설계 下

자녀 교육비는 필자가 상담을 하면서 가장 다루기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자녀들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을 알기에 교육비에 손을 대는 게 쉽지 않아서다. 하지만 종잣돈이 부족하다면 필요에 따라 교육비도 절감해야 한다. 역설적이지만 길게 보면 이런 과정도 결국 자녀를 위한 길이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한 부부의 교육비를 조정해 재무 솔루션을 세웠다.

필요에 따라선 자녀의 교육비도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필요에 따라선 자녀의 교육비도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재무설계 2편 Review = 모아뒀던 2000만원을 SNS 사기로 전부 날린 박기성(가명· 48)씨와 이한희(가명·45)씨 부부. 아내 이씨가 SNS에서 사기꾼을 알게 되면서 사건이 시작됐다. SNS에서 명품을 자랑하며 “당신도 단기간에 몇십배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유혹한 사기꾼에게 마음이 끌린 이씨는 홀린 듯 예금을 찾아 사기꾼에게 보냈다. 수개월간 사기꾼과 대화를 나누고 친분을 쌓았기에 이씨는 자신이 사기를 당할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사기꾼은 돈을 받자마자 자취를 감췄다. 당황한 부부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은행에서도 “돈을 되찾을 방법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내는 절망했고, 재정 관리도 거의 놓다시피 했다. 이를 보다 못한 남편이 “이참에 재무설계를 받고 목돈을 다시 모을 방법을 찾아보자”며 아내를 손을 잡고 필자의 상담실을 찾았다.

중소기업을 다니는 부부의 월 소득은 650만원으로, 남편이 350만원, 아내가 300만원을 번다. 지출은 정기지출 646만원, 비정기 지출 월평균 55만원 등 701만원이다. 51만원씩 적자를 보는 셈인데, 1·2차 상담에선 지출을 줄이는 데 주력했다.

부부는 식비(30만원), 통신비(13만원), 남편 용돈(10만원), 보험료(31만원), 신용카드 할부금(11만원), 비정기지출(4만원) 등을 줄여 총 99만원을 줄였다. 이에 따라 51만원 적자도 48만원 흑자가 됐지만 이 정도로 미래를 설계하기엔 부족했다.

필자가 생각한 방법은 부부가 초등학생 두 자녀에게 지출하는 교육비(250만원)를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자녀들을 끔찍하게 아끼는 부부에게 이를 권유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 재무설계 최종편 = 부부의 재무 목표를 다시 한번 살펴봤다. 부부는 자녀 교육비가 부족할 때를 대비한 비상금 5000만원 모으기, 자녀 대학 학자금 마련, 노후 연금 마련을 목표로 세웠다. 필자의 경험상 이 정도 수준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적어도 매월 80만원 이상을 저축해야 한다. 하지만 부부가 지출을 쥐어짜 만들어낸 목돈은 48만원으로 32만원이 더 필요했다.

필자는 이런 이유를 들어 2차 상담 때 그랬듯 다시 한번 부부에게 교육비를 줄일 생각이 없는지 물었다. 노후 준비를 제외하면 부부의 재무 목표가 모두 자녀들을 위한 것이므로 지금 교육비를 조금 줄여도 아이들을 소홀히 대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다행히 부부가 필자의 설득을 수락, 교육비를 25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40만원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부부의 여유자금은 88만원으로 늘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재무 솔루션을 짜보자. 자녀의 대학 학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으론 적립식 펀드(20만원)를 활용할 생각이다. 부부는 아직 재테크 초보이므로 주가가 오르든 오르지 않든 수익을 낼 수 있는 배당주 펀드에 투자하기로 했다. 배당주 펀드는 주가가 상승하면 주식을 팔아 시세 차익을 얻고, 오르지 않으면 연말 배당 시점까지 주식을 갖고 있다가 배당금을 획득하는 매력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그만큼 기대 수익률은 낮지만 다른 투자상품에 비해 안전성이 높다는 점에서 추천할 만하다. 아울러 적립식 펀드는 기본적으로 장기투자에 적합한 상품이므로 아직 초등학생인 자녀들의 대학 등록금을 모으기엔 안성맞춤이다.

비상금을 마련할 방법으로는 적금통장(38만원)을 활용하기로 했다. 요즘 금리가 조금씩 오르면서 은행의 특판상품이 빠르게 출시되고 있다. 정기저축 기간을 1년으로 정한 부부는 신용카드와 연동하면 1.95%의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에 가입하기로 결정했다.

노후 준비를 위한 방법으론 3가지를 준비했다. 먼저 연금저축펀드(10만원)다.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이 상품은 실적 배당형 상품으로 수익률에 따라 납입금 대비 많은 금액의 연금 자원을 만들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필자는 부부에게 이런 상품은 어디까지나 손실의 위험이 있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기본적으로 5년 이상 납입을 유지해야 하고, 만 55세 이후부터 10년 이상 연금으로만 수령이 가능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물론 장점도 적지 않다. 세금 공제가 되고, 만 55세 이후 연금 형태로 수령하면 매매차익과 분배금에 과세를 매길 때 일반세율(15.4%)이 아닌 3.3~5.5%가 적용된다. 절세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는 거다. 부부는 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하면서 시간을 두고 투자수익과 과세를 조정해 나가기로 했다.

개인퇴직계좌(IRP)에도 10만원 투자하기로 했다. 이 상품은 연소득 5500만원 기준으로 그 미만이면 16.5%, 이상이면 13.2%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부부의 경우엔 후자에 해당하므로 IRP를 이용하는 게 이득이다.

마지막으로 개인연금(10만원)에 가입하는 것으로 노후 준비를 마무리했다. 개인연금이 일반 은행 상품과 다른 점은 복리가 적용되므로 오래 유지할수록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수령 방식도 일시불, 종신 수령, 배우자 승계 등 다양하게 정할 수 있어 상황에 맞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렇게 부부의 재무 솔루션이 모두 끝났다. 부부가 확보한 82만원은 노후 준비(연금저축펀드 10만원·IRP 10만원·개인연금 10만원), 자녀 대학 학자금 마련(적립식펀드 20만원), 비상금 마련(적금 38만원)에 골고루 분배됐다.

상담이 끝났음에도 아내의 기분이 그리 나아지지 않아 보였다. 아무래도 사기를 당한 게 마음에 걸리는 듯했다. 부부가 서로를 의지하며 이 시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글=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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