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출시일 확정했지만
잦은 출시 연기로 소비자들 외면
골든타임 놓쳤다는 분석도

6번. 싸이월드제트가 싸이월드 출시를 번복한 횟수다. 지난해엔 4번, 올해 들어선 2번 더 미뤘다. 싸이월드제트 측은 4월 2일을 최종 오픈일로 확정 짓고 “더는 미루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상당수 유저는 ‘양치기 소년’을 떠올린다. 게다가 최근 사진으로 공개된 싸이월드의 새로운 ‘메타버스 서비스(한컴타운)’를 둘러싼 평가도 엇갈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오픈일을 보름여 앞둔 싸이월드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살펴봤다.

싸이월드 출시일이 4월 2일로 확정됐다. 하지만 실제로 이날 론칭할지는 미지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싸이월드 출시일이 4월 2일로 확정됐다. 하지만 실제로 이날 론칭할지는 미지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싸이월드의 오픈 일자가 4월 2일 오후 4시 42분으로 확정됐다. 과거 4월 2일이 ‘싸이데이’라고 불렸던 것에 착안해 론칭일을 정한 듯하다. 싸이월드제트 측은 오픈을 앞두고 기업·유명인과 협업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일단 42명에게 미니홈피를 개설하고 노출할 임시 권한을 줬는데, 지난 7일 이커머스 위메프가 참여해 다양한 상품을 홍보 중이다. 가수 채연, 방송인 정지영 등도 각자의 미니홈피를 만들었다. 여기엔 그들이 과거 싸이월드에 올렸던 사진과 게시물이 복원돼 있다. 이용자들이 유명인의 미니홈피를 방문해 콘텐츠를 즐기면서 싸이월드에 다시 관심을 갖도록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퀄리티가 크게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메타버스 서비스도 보완 중이다. 싸이월드제트는 지난 4일 게임 개발사 나다디지탈이 싸이월드의 메타버스 서비스인 ‘한컴타운’ 개발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개발 중인 메타버스 싸이월드를 담은 사진을 공개했는데, 지난해 12월 17일 싸이월드가 선보였던 모습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가장 큰 변화는 3D를 도입했다는 점이다. 기존 ‘한컴타운’은 2D를 3D처럼 보이게 하는 2.5D로 아바타(메타버스 내 이용자의 분신)와 배경을 꾸몄는데, 사진 속 아바타와 배경은 모두 3D였다. 불편한 조작감도 일정 부분 개선한 듯했다.

기존엔 시점이 쿼터뷰(공간감을 높이기 위해 대각선으로 내려다보는 시점)였던 탓에 아바타가 대각선으로만 움직일 수 있었다. 상하좌우 이동에 익숙했던 이용자들에겐 불편함을 주는 요소였다. 이 때문인지 개발 중인 ‘한컴타운’을 보여준 사진 속에선 아바타가 상하좌우 자유롭게 이동했다.

언급했듯 지난해 12월 선보인 ‘한컴타운’은 칭찬보단 비난을 더 많이 받았다. 한컴타운을 체험해 본 이용자들은 너나 없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공개 직후 관련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싸이월드 음악 서비스를 담당하는 NHN벅스 주가는 한컴타운 공개 후 1만9700원(2021년 12월 17일)에서 1만7650원(20일)로 10.4% 하락했고, 싸이월드의 암호화폐인 ‘싸이클럽’도 12월 17일 192원에서 22일 168원까지 떨어졌다. 싸이월드가 새로운 협력업체(나다디지탈)까지 모집해 메타버스를 뜯어고친 건 이런 이유에서다.

사진 속 한컴타운의 변신

그렇다면 메타버스 전문가들은 ‘달라진 한컴타운’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을까. VR 콘텐츠 개발회사 브이리스브이알의 권종수 대표는 “여전히 경쟁업체에 비해 기술력이 크게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그래픽을 개선한 것만으론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권 대표의 얘기를 더 자세히 들어보자. “싸이월드의 가장 큰 강점은 이미 높은 인지도와 수천만명의 데이터베이스(DB)다. 2가지를 잘 활용하면 향후 증권·엔터테인먼트·교육 등 다양한 사업으로 수월하게 확장할 수 있는데, 이를 가능케 하려면 아바타가 메타버스 안에서 자유로운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하고 가상현실(VR) 기술의 접목도 필요하다. 하지만 사진으로 본 싸이월드의 메타버스는 모바일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탓에 이런 요소가 부족해 보인다. 여전히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

그래서일까. 사진을 통해 새롭게 단장한 한컴타운이 공개되긴 했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만한 영상이나 정보는 어디에도 없다. 싸이월드 공식 홈페이지나 유튜브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싸이월드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싸이월드제트가 새로워진 한컴타운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고 있다는 건 아이러니한 일이다. ‘싸이월드제트 측이 한컴타운을 정식 출시를 할 정도로 완성도가 무르익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는 이유다.

싸이월드 인기 노래를 주제로 방송했던 MBC 예능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사진=MBC 제공]
싸이월드 인기 노래를 주제로 방송했던 MBC 예능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사진=MBC 제공]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싸이월드는 올해 들어 2번 출시를 연기했다. 1월 싸이월드 출시를 예고했다가 구글의 앱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는 이유로 3월로 미뤘고, 다시 4월 2일로 연기한 바 있다. 3월 18일에 구글, 24일에 앱스토어 심사가 승인되긴 했지만 그럼에도 논란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싸이월드가 올해에만 출시가 연기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싸이월드제트는 지난해에도 4차례 출시를 연기했다. ▲모바일 서비스 동시 출시 ▲데이터 복원 지연 ▲해킹 등 이유는 가지각색이었다. 

이런 잦은 연기로 싸이월드가 ‘부활에 필요한 골든 타임’을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는 과거 싸이월드에서 인기를 끌었던 노래를 주제로 한 ‘도토리 페스티벌’을 열었는데, 이는 당시 2022년 1월 오픈을 앞둔 싸이월드에 큰 호재임에 분명했다. 하지만 출시 일정이 연거푸 미뤄지면서 소비자들의 관심도 함께 줄어들었다.

양치기 싸이월드 약속 지킬까

물론 싸이월드제트 측은 “그런 일은 다시 없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싸이월드에 입점을 준비해온 기업들에도 일정을 공지했다. 사진 170억장, 동영상 11억개, 게시물 68억개 등 3200만명 회원의 DB도 복원을 완성했다.” 이 말을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출시를 더 미룰 이유가 없다’는 거다.

싸이월드제트는 공언대로 회원 DB를 복구하고, 조금은 달라진 모습의 메타버스(한컴타운)도 소개했다. 이제 이용자들의 평가만 남았다. 싸이월드는 부족한 메타버스 퀄리티, 한물간 트렌드란 혹평을 떨쳐내고 이용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답은 4월 2일 4시 42분에 나온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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