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억대 영업손실에도
더 많은 연봉에 배당까지
끝나지 않는 오너 리스크

# 회사는 700억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그런데 회장은 지난해보다 7.5% 많은 16억원대 보수를 챙겼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오너 리스크 탓에 직원들은 벼랑에 몰렸지만, 임원들도 더 많은 보수를 주머니에 넣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배당 역시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눈치 빠른 독자는 벌써 알아차렸겠지만, 이 회사는 ‘남양유업’이다. 

#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지난해 불거진 ‘불가리스 허위광고’ 사태에 책임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지분과 경영권도 매각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저런 논란을 일으키면서 여전히 회사에 있고, 지분과 경영권도 쥐고 있다. 그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대가는 직원들의 몫으로 남았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지분 매각 결정과 철회를 반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지분 매각 결정과 철회를 반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남양이 남양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스스로 입에 담았던 약속을 잇따라 번복하자 업계 안팎에서 나온 조롱 섞인 말이다. 홍 회장은 지난해 5월 ‘불가리스 허위 광고(2021년 4월)’ 사태에 책임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오너 일가 지분 전체(53.08%·3107억원)와 경영권을 매각한다는 계약(2021년 5월 27일)을 체결했지만, 이 역시 일방적으로 해제했다. 한앤컴퍼니 측은 홍 회장에게 매매계약 거래종결 의무를 이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홍 회장은 손해배상청구소송으로 맞받아쳤다. 이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매각전’이 ‘소송전’으로 비화하는 사이 피해를 본 건 애꿎은 남양유업 대리점과 축산농가, 주주들이었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국감에서 질타를 받은 홍 회장은 “제3자 매각을 통해 (대리점·축산농가·주주 등에) 보상하겠다”고 밝히면서 곧장 행동으로 옮겼다. 지난해 11월 19일 홍 회장은 대유홀딩스와 주식·경영권 ‘조건부 매각 약정’을 체결했다.

[※참고: 이 약정은 홍 회장이 한앤컴퍼니와의 소송에서 이길 경우 홍 회장의 주식·경영권을 대유홀딩스에 이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남양유업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상호협력 이행협약도 맺었다.

하지만 홍 회장이 ‘우군’으로 끌어들인 대유홀딩스마저 최근 등을 돌렸다. 한앤컴퍼니가 홍 회장과 대유홀딩스 간 협약이행 금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소송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결국 대유홀딩스는 3월 14일 “홍 회장과 맺은 협약이 해제됐다”고 공시했다. ‘제3자 매각’이 물거품이 되면서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앞서 대유홀딩스는 홍 회장 측에 계약금 320억원을 지급했는데 아직 반환 절차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홍 회장이 계약금을 순순히 돌려주지 않을 경우 대유홀딩스와 또 다른 소송전이 펼쳐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참고: 홍 회장 측 법률대리인은 “(대유홀딩스와의 계약에서) 계약 위반 사항은 전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말 많고 많은 오너 탓인지 남양유업의 주가도 롤러코스터를 탔다. 홍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난다고 밝힌 지난해 7월 80만원대를 넘어섰던(7월 1일 81만3000원·최고가) 남양유업의 주가는 현재 40만3000원(3월 23일 종가)에 머물러 있다. 남양유업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이 곱지 않다는 방증이다. 

소비자의 반응도 싸늘하다. 2013년 ‘대리점 밀어내기’ 사태를 계기로 시작된 남양유업 불매운동은 ‘외조카 황하나 사건’ ‘불가리스 사태’ ‘경영권 매각 번복’ ‘홍 회장의 육아휴직 복직 직원 보복 사건’ 등이 터질 때마다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당연히 남양유업의 실적도 영향을 받고 있다. 매출액과 시장점유율은 근근이 유지했지만 영업손실은 훌쩍 커졌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남양유업의 지난해 매출액은 9560억원으로 전년 대비 0.7% 증가했다. 2019년 무너진 1조원대 매출액을 회복하진 못했지만 ‘증가세’로 전환하는 덴 성공했다. 우유시장 점유율도 13.1%(소매점 판매· 2021년 상반기 기준)로 서울우유에 이어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분유시장 점유율은 2018년 이후 20%대(2018년 25.9%·2021년 23.0%)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언급했듯 영업적자가 누적되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 영업이익 –76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778억원의 손실을 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이 대규모 할인행사 등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곤 있지만 그로 인해 적자폭도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양유업은 9000억원대 매출액과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지망 영업적자가 누적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남양유업은 9000억원대 매출액과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지망 영업적자가 누적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적자가 쌓인 남양유업은 지난해부터 연이어 제품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우유 제품 가격을 평균 4.9% 끌어올린 데 이어 올해 2월엔 스틱커피·컵커피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7.5~9.5% 인상했다. 오는 4월엔 발효유(불가리스·떠먹는 불가리스 등) 3종의 출고가를 3.5% 올리기로 결정했다. 남양유업 측은 “지난해 원유 가격 인상과 함께 물류비·인건비 등 생산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격 인상 효과가 연간 700억원대 적자를 해소하는 데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혹여 가격 인상을 통해 적자의 늪에서 탈출하더라도 문제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더 심각한 이슈가 남아있다. 회사가 이런 상황에 놓였는데도 홍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는 제주머니 채우는 데 여념이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오너 리스크’를 촉발한 홍 회장은 16억1900만원에 달하는 보수를 챙겼다. 홍 회장이 2020년 받아간 15억590만원보다 7.5% 많은 액수다. 

임원들의 보수 총액도 25억6400만원으로, 전년(23억493만원) 대비 2억5907만원 늘었다. 여기엔 회삿돈 유용 혐의로 보직 해임됐다가 지난해 슬쩍 복귀한 장남 홍진석 상무(사내이사)도 포함돼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홍 회장은 올해에도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배당금을 챙겨갈 가능성이 높다. 남양유업은 보통주 1주당 1000원, 우선주 1주당 1050원의 현금 배당을 결정했다. 보통주 37만2017주(지분율 51.68%)를 보유한 홍 회장은 3억7000만원가량의 배당금을 받을 전망이다.

[※참고: 배당금 총액은 8억5470만원이다. 3월 31일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4월 29일 지급된다.] 숱한 논란으로 회사 경영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도 홍 회장은 20억원(보수+배당금)가량을 주머니에 넣는 셈이다. 

남양유업은 오는 3월 31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안건을 의결할 방침이다. 현금 배당뿐만 아니라 ‘이사의 보수한도’를 예년과 같은 50억원으로 유지하는 안건도 의결한다. 홍 회장이 과반 지분을 보유한 만큼 주총에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같은 회사의 적자, 오너의 탐욕 등 나쁜 변수에 벼랑에 몰리는 건 애먼 직원들뿐이다. 

남양유업의 직원 수는 2020년 2299명에서 2139명(2021년 4분기 기준)으로 줄었다. 1년새 160명에 이르는 직원이 회사를 떠난 셈이다. 남양유업 측은 “코로나19로 인한 확진자 증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등으로 오프라인 판촉 활동의 제한이 생기면서 판매·판촉 직원이 감소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남양유업의 직원 감소폭이 매일유업 등 동종업계 대비 2배에 달해서다. 

이는 남양유업 오너 리스크가 회사를 떠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방증이다.[※참고: 매일유업의 직원 수는 지난해 59명 감소했다. 오리온과 오뚜기는 각각 78명, 73명 줄었다.] 더 심각한 건 홍 회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 언제 어디에서 오너 리스크가 터질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그를 견제할 시스템이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김상봉 한성대(경제학) 교수는 “남양유업은 오너 리스크가 가장 큰 기업 중 하나”라면서 “결국 이사회가 제 역할을 해야 하는데 현재 제도로는 절반 이상 지분을 가진 오너를 견제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고 꼬집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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