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탐구생활-사각사각
멘토링 NGO 러빙핸즈와 콜라보
멘티였다가 성장해 멘토가 된 이들
그들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정책적 허점과 모순 극복할 대안 탐구

같이탐구생활의 ‘사각사각’으로 만난 더스쿠프와 박현홍 러빙핸즈 대표(왼쪽).[사진=천막사진관]
같이탐구생활의 ‘사각사각’으로 만난 더스쿠프와 박현홍 러빙핸즈 대표(왼쪽).[사진=천막사진관]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습니다. 아이가 온전하게 성장하기 위해선 가정뿐만 아니라 많은 사랑과 관심, 정성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서은지(가명·23)씨는 중·고등학교 친구들과의 추억이 많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어느 날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진 어머니를 간호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친구들은 점심시간에 볕 좋은 운동장 구석에 모여 한바탕 수다를 떨고, 수업이 끝나면 분식집으로 몰려갔지만, 은지씨는 집으로 달려가 엄마의 손과 발이 돼야 했습니다.

저시력 장애가 있는 김주완(가명·22)씨는 활동반경이 넓지 않습니다. 어릴 때부터 대부분의 시간을 집안에서 보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존감은 하루가 다르게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은지씨와 주완씨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엔 우리가 미처 들여다보지 못한 사각지대가 존재합니다. 취약계층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만 그들에게 제대로 닿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온 마을의 사랑과 관심, 정성은 그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이런 빈칸을 채워주려는 누군가들의 노력이 있다는 겁니다. 은지씨와 주완씨가 우리 사회의 그림자, 그로 인한 외로움을 점점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려던 순간, 낯선 어른이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 어른친구와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바람을 따라 걸었습니다. 그러길 한해 두해…, 중학교 3학년이던 은지씨와 초등학교 5학년의 주완씨는 어느덧 어른이 됐습니다.

은지씨와 주완씨는 도움이 필요한 1명의 아동·청소년이 자립할 때까지 지속적인 만남을 갖는 ‘러빙핸즈 멘토링’ 과정의 멘티(mentee)’였습니다. 그들에게 손을 내밀었던 낯선 어른은 멘토(mentor)였던 거죠. 

어른이 된 두 사람이 가장 먼저 한 건 자신과 꼭 닮은 아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은 환경에서 그때의 자신들처럼 자꾸만 움츠러드는 아이들을 집 밖으로 불러내 밥을 먹고 길을 걷습니다. 하하호호 같이 웃고, 용기 내 털어놓는 이야기에 귀 기울입니다. 멘티였던 그들은 이제 누군가의 멘토입니다. 자신이 받았던 도움을 다시 되돌려주고 있는 거죠.

물론 함께 밥을 먹고, 대화하는 것만으로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는 없습니다. 사각지대는 온 마을의 사랑과 관심, 정성도 필요하지만 수많은 제도를 개선해야 없앨 수 있습니다. 러빙핸즈의 멘토링은 그 시작을 열어주는 겁니다. 

박현홍 러빙핸즈 대표의 말을 들어볼까요? “아이들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표현의 장을 열어주면 누구나 스스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가 나서서 길을 이끌어주면 스스로 설 힘을 기르기 어렵습니다. 아이들 스스로 확인하고, 결정하고, 뭘 하고 싶은지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 멘토링의 목적입니다.”

그동안 취약계층을 다룬 기사는 많았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사는 도움을 받는 당사자에 관점을 맞췄습니다. 그러다보니 우리가 고민해야 할 본질은 사라지고, 안타까운 환경에 처한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視線’만 남았습니다. 

그런 시선 사이에서 몇몇 아이들의 몸엔 ‘가난과 슬픔’이란 주홍글씨가 새겨졌습니다.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당연한 시스템도 ‘구원의 손길’처럼 여겨지기 일쑤였습니다. 한창 민감하고 예민한 시기에 있는 아이들 중엔 자신을 향한 불편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구원의 손길’처럼 변질해 버린 복지시스템은 사회가 아닌 자본의 몫이 됐습니다. 이런 과정들이 과연 옳은 걸까요? 혹시 그 속에서 숨쉬는 아이들을 더 깊은 사각지대로 몰아넣는 건 아닐까요? 


그래서 우린 ‘같이탐구생활-사각사각’이란 시리즈를 통해 관점을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와 박현홍 러빙핸즈 대표가 어릴 때 도움을 받다가 지금은 도움을 주는 어른으로 성장한 ‘그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봅니다. 그 어른의 말을 통해 그들이 어릴 때 느꼈던 감정, 그때 정말 필요했던 시스템, 그 시절 자신을 움츠러들게 했던 기억들을 때론 아프게 때론 따뜻하게 조명해 볼 생각입니다.

우린 ‘사각사각’ 시리즈를 통해 제도적 허점과 모순을 극복할 만한 대안을 찾을 수 있을까요? 이제 첫장을 엽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박현홍 러빙핸즈 대표
lovinghands@lovinghands.or.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