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원 프로모션 중단 논란
수수료 12%는 타당했나
점주와의 상생 노력 필요

# “수수료 인하다” vs “수수료 인상이다”. 수수료 제도는 한가지인데,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두가지다. 한쪽에선 “수수료를 사실상 인하했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쪽에선 “수수료가 되레 인상됐다”고 맞받아친다. 무슨 말일까.

# 배달앱 업체 ‘배달의민족’은 최근 단건 배달 서비스 ‘배민원’의 중개수수료 제도를 개편했다. 지금까지 해오던 프로모션을 중단하면서 ‘수수료의 정상화’를 주장했다. 배달의민족의 주장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원래 중개수수료가 12%였는데, 그보다 낮은 중개수수료(건당 1000원)를 받아왔다. 이번에 중개수수료를 올리지만, 12%보다 훨씬 낮은 6.8%이니 사실상 인하한 것이다.”


# 언뜻 그럴듯한 근거로 보인다. 하지만 배민앱을 사용하는 점주들은 “그게 무슨 논리냐”며 목소리를 높인다. 중개수수료 12%를 적용한 적도 없는데, 왜 그걸 내세우느냐는 거다. 배달의민족이 ‘중개수수료 12%’란 가상가격을 기준점으로 삼아 ‘중개수수료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는 건데, 이건 또 무슨 말일까.  더스쿠프가 배달의민족의 배민원 수수료 개편 논란을 취재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잘 모르고 있던 ‘가상가격’의 실체와 꼼수가 드러났다.

배달의민족은 3월 22일 배민원의 프로모션을 중단하고 ‘중개수수료 6.8%+배달비 6000원’으로 제도를 개편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더스쿠프 포토] 
배달의민족은 3월 22일 배민원의 프로모션을 중단하고 ‘중개수수료 6.8%+배달비 6000원’으로 제도를 개편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더스쿠프 포토] 

시장통에 나온 어느 상인이 목소리를 높였다. “사세요, 사세요. 원래 1000원짜리 물건인데 500원에 팝니다. 무려 50%나 깎아준 거예요.” 사람들은 기분 좋게 물건을 샀다. 그런데 며칠 후 상인이 태도를 바꿨다. “너무 싼값에 팔았네요. 300원 더 주세요. 원래 1000원짜리 물건이니까 그래도 200원이나 싸게 주는 거예요.” 

여기서 잠깐, 당신이 이런 상인을 만났다면 어떻겠는가. 절반쯤은 ‘당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그런데 그 상인이 “300원 더 받는 건 가격 정상화의 일환입니다. 너무 싸게 팔았으니까요”라면서 푸념을 늘어놓는다면 또 어떻겠는가. 

상인이 말하는 ‘가격 정상화’는 과연 무엇일까. ‘정상 가격’은 1000원일까, 500원일까, 이도 저도 아니라면 800원일까…. 이 황당한 이야기는 지난 3월 배달앱 업체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이 중개수수료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기도 하다. 무슨 말일까. 

시계를 지난해 6월 8일로 돌려보자. 당시 배달의민족은 단건 배달 서비스 ‘배민원(배민1)’을 새롭게 론칭했다. 배달앱 후발주자인 쿠팡이츠(2019년 론칭)가 ‘한번에 한집만’ 배달하는 단건 배달로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 유사한 서비스를 내놓은 셈이었다. 

그러면서 배달의민족은 점주를 대상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배민원 서비스에 가입하는 점주에게 주문 건당 ‘중개수수료 1000원+배달비 5000원’을 부담하도록 하는 게 골자였다.[※참고: 배달비는 점주와 소비자가 나눠 분담한다.] 이 프로모션은 30~90일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면서 유지돼 왔다. 

배달의민족은 쿠팡이츠보다 한발 늦은 지난해 6월 단건 배달 서비스 배민원을 론칭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더스쿠프 포토]
배달의민족은 쿠팡이츠보다 한발 늦은 지난해 6월 단건 배달 서비스 배민원을 론칭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더스쿠프 포토]

이렇게 프로모션을 진행한 배달의민족은 3월 22일 프로모션을 중단하고 ‘중개수수료 6.8%+배달비 6000원’으로 제도를 개편했다.[※참고: 배민이 내놓은 수수료 정책은 세가지다. ▲기본형 요금제-중개수수료 6.8%+배달비 6000원 ▲배달비 절약형 요금제-중개수수료 15%+배달비 900~2900원 ▲통합형 요금제-중개수수료 27%다. 통합형 요금제는 4월 중 출시할 계획이다. 대부분의 점주들은 ‘기본형 요금제’를 택하고 있다. 아울러 기본형의 경우 배달비 6000원 외에 소비자가 기본으로 부담해야 하는 배달비 500원이 있다. 이 부분은 계산 편의상 기사에서 제외했다.] 

이를 두고 점주들은 “사실상 중개수수료를 인상한 것”이라면서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점주들이 부담해야 할 중개수수료와 배달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졌기 때문이다. 배민원을 이용하는 한 점주는 “매출의 30%가량을 배민에 지불해야 한다”면서 “여기에 원재료, 인건비, 임대료를 빼고 나면 손에 쥐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점주는 “배민원으로는 팔아도 남는 게 없어 조리 연습하는 셈 쳐야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온라인 자영업자 커뮤니티엔 “배민원을 해지하겠다”는 점주들의 글이 숱하게 올라오고 있다. 

그렇다면 점주는 얼마만큼의 손해를 보는 걸까. 주문금액 2만원에 소비자가 지불하는 배달비(배달팁)를 2500원으로 설정했을 때 점주가 부담해야 할 중개수수료와 배달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참고: 부가세와 결제수수료 3%는 별도다.] 

계산기를 두드려보자. 먼저 프로모션(수수료 1000원+배달비 5000원)을 적용했을 경우, 중개수수료(건당) 1000원, 배달비 2500원 등 3500원을 점주가 부담해야 한다(소비자 부담은 앞서 언급했듯 2500원). 달라진 수수료 정책(기본형 요금제-중개수수료 6.8%+배달비 6000원)에선 어떨까. 

중개수수료(6.8%) 1360원, 배달비 3500원(배달비는 총 6000원 중 소비자 부담 2500원) 등 4860원을 점주가 내야 한다. 수수료 개편으로 점주가 부담해야 할 금액이 38.9%나 증가한 셈이다. 

여기에 부가세와 결제수수료 등을 포함하면 실제 점주가 정산받는 금액은 2만원 중 1만4000원 안팎인데, 여기서 원재료·인건비·임대료를 비롯한 경비를 또 차감해야 한다. 배민원을 이용하는 점주들의 곡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그런데도 배달의민족 측은 “수수료 현실화”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주장의 논리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당초 배민원은 ‘중개수수료 12%+배달비 6000원’으로 출시됐다. 하지만 점주들을 위해 프로모션을 해왔던 것뿐이다. 원래 중개수수료가 12%였으니 개편된 중개수수료 6.8%(기본형 요금제 기준)는 사실상 인하된 거다.” 

언뜻 보면 그럴듯하다. 하지만 여기엔 허점이 있다. 배달의민족이 ‘원래 수수료’라고 주장하는 12%는 ‘가상의 수수료’다. 점주와 맺은 계약서에 쓰여 있을지 모르지만 한번도 적용된 사례가 없다. 점주들에게 중개수수료가 왜 12%인지도 공지하지 않았다. 배달의민족으로선 중개수수료를 6.8%로 개편하면서 가상의 수수료 12%를 기준점으로 ‘사실상 인하’란 주장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이정희 중앙대(경제학) 교수는 “배달의민족 측은 중개수수료가 낮아졌다고 주장하지만, 점주의 부담이 커진 게 사실”이라면서 “프로모션의 중단으로 사실상 중개수수료가 인상되는 효과를 낳은 것”이라고 꼬집었다.[※참고: 앞서 쿠팡이츠 역시 서비스 론칭 당시부터 제공해온 프로모션(중개수수료 1000원+배달비 5000원)을 2월 3일부터 중단하고 수수료 제도를 개편했다. 이는 더스쿠프 475호 ‘쿠팡이츠, 점주 프로모션 중단 왜 지금인가’에서 다뤘다.] 

‘가격 정상화의 일환이고, 사실상 수수료 인하’란 배달의민족 주장의 허점은 또 있다. 프로모션의 목적은 기업이 혜택을 제공하고 소비자(점주)를 모으는 거다. 배달의민족 역시 쿠팡이츠보다 늦게 단건 배달 서비스(배민원)를 론칭하면서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많은 점주와 소비자를 자신들의 ‘망網’에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고, 배민원을 시장에 안착시켰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애초 수수료를 싸게 받아왔으니, 이젠 더 많이 내시오’라고 주장하는 건 “1000원짜리 제품을 500원에 판다”고 홍보했다가 “다시 800원에 팔겠다”고 말을 바꾼 상인의 상술과 다를 바가 없다. 

이정희 교수는 이렇게 꼬집었다. “기업들의 전형적인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소비자를 모으기 위해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서비스가 시장에 안착하거나, 프로모션 비용 부담이 커지거나, 경쟁사와의 경쟁이 줄면 ‘수익성 개선’ 전략으로 돌아선다. 그사이 손해는 소비자(점주)의 몫으로 남게 된다.” 

물론 배달의민족 측도 애로사항이 없는 건 아니다. 배민원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적자가 쌓였기 때문이다. 단건 배달의 특성상 배달기사에게 지불하는 배달비가 비쌀 수밖에 없어서다.

그럼에도 배달의민족이 간과해선 안 되는 게 있다. 이런 서비스와 비즈니스 구조를 만든 건 점주나 소비자가 아니라 자신들이란 점이다. 배달비 부담이 큰 단건 배달 서비스를 론칭하고, 싼값에 프로모션을 진행해 사람들을 모은 다음 가격을 끌어올리면 애먼 점주와 소비자의 부담만 커질 수밖에 없다. 배달의민족이 점주의 입장을 좀 더 세심하게 헤아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성훈 세종대(경영학) 교수는 “배달의민족은 자영업자 인프라 위에서 성장한 기업”이라면서 “자영업자와 상생하고, 그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수료 제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배달의민족은 2011년 3월 “소상공인을 위한 플랫폼이 되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등장했다. 그로부터 11년이 흐른 지금, 소상공인들은 배달의민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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