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배 빠른 속도 현재로선 불가능
LTE 기지국 수 참고한 정부의 오류
5G 품질 한계 분명하게 밝혀야

# 10명 중 3명은 5G를 쓸 정도로 국내 5G 이용자는 꽤 늘었다. 상용화 직후 서비스 품질 논란이 끊이질 않았는데도 가입자가 이만큼 늘어난 건 통신업계에도 긍정적인 현상이다.

# 하지만 5G를 쓰는 소비자들은 여전히 이 기술에 의문을 던진다. LTE보다 20배 빠르다고 했지만 실제 속도는 5배 빠른 수준에 머물러 있는 데다, 실내나 수도권 외곽지역에선 5G가 끊기는 일이 숱해서다.

# 이쯤 되면 고개를 숙일 법도 한데, 이통3사 측은 “계획대로 기지국을 늘려나가고 있다”면서 뻣뻣한 기조를 굽히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기지국이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 것도 아니다.

올 2월 기준 이통3사가 세운 5G 기지국 수는 20만2903대. 이는 정부가 의무사항으로 제시한 수(상용화 5년차에 13만5000대)를 이미 달성한 수치다. 이통3사가 정부 계획을 착실하게 따라가고 있단 얘기인데, 5G 품질 논란이 여전히 계속되는 이유는 뭘까.[※참고: 여기엔 우리가 잘 모르는 사실이 있다. 5G에 쓰이는 주파수는 3.5㎓·28㎓ 등 두개인데, 앞서 언급한 기지국 20만2903대는 3.5㎓용이다. 28㎓ 기지국의 상황은 또 다르다.]

# 정부가 5G 기지국 목표치를 너무 낮게 잡은 건 아닐까. 그렇다면 목표를 낮게 정한 이유는 뭘까. 더스쿠프(The SCOOP)가 5G 논란에 펜을 집어넣었다.

이통3사가 세운 5G 기지국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연합뉴스]
이통3사가 세운 5G 기지국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연합뉴스]

올해로 5G(5세대 이동통신)가 한국에 상용화한 지 4년차에 접어들었다. 가입자는 가파르게 늘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올 2월 기준 5G 가입자는 2228만2967명에 이른다.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7350만3472명)의 30.3%가 5G를 쓰고 있다는 얘기다. 추세대로라면 연내 5G 가입자 수는 3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가입자가 급증한 만큼 논란도 커졌다는 점이다. 그중 가장 시끄러운 논란은 속도다. 2019년 4월 5G 상용화 당시 정부와 이통3사는 “5G가 LTE보다 20배 빠르다”는 걸 장점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기준 정부가 측정한 이통3사의 5G 다운로드 속도는 801.48Mbps로, LTE(150.30 Mbps)보다 겨우 5.3배 빠르다. 상용화 4년째에 접어든 지금까지 20배 빠른 속도는 실현되지 않은 셈이다.

당연히 5G를 선택한 소비자들은 불만을 쏟아낸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5G 관련 글만 검색해도 5G의 품질을 지적하는 소비자들의 게시물이 숱하다. 통계를 봐도 마찬가지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집계한 5G 관련 소비자 피해 건수 1995건 중 통신불량 등 품질 피해는 절반(977건·2020년 기준)에 육박한다.

지난해 통신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소비자 상담 건을 분석하면 더 구체적인 현상이 나타난다. 통신분쟁조정위에 따르면, 2021년 1만80건 상담 중 품질 관련 상담이 2080건(20.6%)을 차지했다. 2019년 품질 관련 상담 건수가 390건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5G 상용화(2019년 4월) 이후 품질 상담 건수가 급격히 늘어난 셈이다.

상용화한 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소비자들의 불만이 여전한 건 왜일까. 이 질문의 답을 풀기 위해선 먼저 5G 주파수의 종류부터 살펴봐야 한다. 5G에 쓰이는 주파수는 3.5㎓·28㎓ 등 두개다. 두 주파수를 다루는 기지국이 얼마나 구축돼 있느냐에 따라 5G 품질이 결정된다.[※참고: 5G가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를 내는 건 28㎓ 주파수를 사용할 때만 가능하다. 다시 말해 3.5㎓ 주파수는 LTE보다 20배 빠른 5G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슈❶ 28㎓ 기지국 논란 = 첫번째 문제는 이통3사가 ‘20배 빠른 5G용 주파수’인 28㎓ 기지국의 건설을 뒷전으로 미뤄놨다는 점이다. 28㎓ 기지국 수는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312대로, 이통3사가 정부에 공언했던 목표치(2021년 말까지 4만5000개 구축)의 0.7%밖에 되지 않는다(양정숙 의원실 자료·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LG유플러스가 158대로 가장 많은 기지국을 세웠고, SK텔레콤과 KT가 각각 103대·51대를 세웠다. 2020년 10월까지 28㎓ 기지국 수가 ‘제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통3사들은 1년간 고작 312대를 세운 셈이다.


이통3사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투자 비용이 만만찮은 데다 실수요가 없어 28㎓ 기지국을 적극적으로 늘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언급했듯 28㎓ 기지국을 늘리지 않으면 20배 빠른 5G 시대는 열리지 않는다. 5G 속도 논란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이슈❷ 3.5㎓ 기지국 논란 = 그렇다면 3.5㎓ 기지국엔 문제가 없을까. 먼저 이통3사가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3.5㎓ 기지국의 목표부터 살펴보자. 이통사는 2019년 상용화 시기를 기준으로 3년차인 2021년까진 2만2500대, 5년차(2023년)까진 4만5000대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렇게 단계적으로 기지국을 늘려 이통사당 15만대씩 총 45만대의 기지국을 구축하는 게 최종 목표다.

과기부에 따르면 2월 기준 3.5㎓ 주파수 5G 기지국은 20만2903대다. 이는 정부가 요구한 의무설치 목표 45만대의 45.0% 수준이다.

이처럼 28㎓ 기지국의 구축 달성률은 1%가 채 안 되고, 3.5㎓ 기지국 수도 목표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5G 기지국 수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서 5G 품질 논란이 불거지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참고: 상용화 초기에 정부와 이통3사가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를 5G의 장점으로 내세웠다는 점을 생각하면 겨우 5배 빠른 지금의 상황이 정상적인 건 아니다. 5G 상용화 전 목표 설정의 오류, 이통3사의 책임 회피 등은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지금부터다. 정부가 세운 최종 목표치(45만대)를 달성하면 5G 서비스 품질이 향상될 수 있느냐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5G 품질 논란은 정부가 처음 마련했던 ‘5G 기지국(3.5㎓) 관련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봐야 한다. 애당초 정부가 5G 기지국 의무사항에서 중요하게 다룬 건 커버리지(기지국이 단말기와 정보를 송수신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히는 것이었다. 하지만 5G의 LTE 전환율, 지연시간(데이터를 한 기기에서 다른 기기로 옮기는 데 걸리는 시간) 등 5G 품질 관련 목표치는 정해놓지 않았다. 이통3사가 정부의 목표치인 45만대 만큼 5G 기지국을 세우더라도 5G 품질을 장담할 수 없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정부는 어떤 기준으로 ‘3.5㎓ 기지국 45만대’란 목표를 설정한 걸까. 과기부 관계자는 “3.5㎓ 기지국 45만대의 기준은 당시 LTE 기지국 수를 참고했다”면서 말을 이었다.

“전국망 수준의 LTE 커버리지를 확보하려면 LTE 기지국 45만대가 필요한데, 이 기준을 5G 기지국 목표치를 정할 때 적용했다.” 정부가 5G를 기획할 때 LTE 전환율, 지연시간 등 품질 기준은 고려하지 않은 거다.


통신업계의 관계자는 “LTE의 경우 이미 해외에서 기술이 상용화된 이후에 주파수를 할당했지만, 5G 상용화와 주파수 할당은 한국이 세계에서 최초였다”면서 “기술 표준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5G 품질을 예측하면서까지 기지국을 늘리는 건 당시로선 불가능했다”고 반박했다.

정부와 이통사의 주장을 십분 받아들이더라도 의문이 남는다. 5G는 LTE보다 전파의 도달거리가 짧고 회절성(전파가 꺾이는 성질)이 약해 건물이나 벽 등 장애물을 쉽게 통과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5G 서비스가 원활하려면 LTE보다 촘촘하게 기지국을 세워야 하고, 이건 기본이자 상식이다. 실제로 5G 기지국 목표치를 정하는 데 LTE 기지국 수를 참고한 건 적절한 방법이 아니었다는 지적은 일찍부터 제기돼 왔다.

■이슈❸ 5G 논란 해소법 = 상용화 당시 사정이 어떠했든 지금의 5G 논란을 해소하는 방법은 하나다. 이통3사가 ‘3.5㎓ 기지국 45만대’ 목표치를 서둘러 채운 뒤 다음을 모색하는 것이다. 정부도 이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이통3사가 더 많은 5G 기지국을 지을 수 있도록 다양한 유인책을 사용하고 있어서다. 2020년 11월 3G·LTE 주파수 재할당 과정에서 이통3사에 제시한 옵션이 대표적 유인책이다.

정부는 5G 기지국 구축 목표를 정할 당시 LTE 기지국 수를 참고했다.[사진=연합뉴스]
정부는 5G 기지국 구축 목표를 정할 당시 LTE 기지국 수를 참고했다.[사진=연합뉴스]

당시 이통3사는 2021년 말 이용기한이 만료되는 3G·LTE 주파수를 재할당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었다. 정부는 이를 기회로 삼아 이통3사에 “2022년까지 설치한 5G 기지국 수에 따라 주파수 재할당 가격을 깎아주겠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이렇다. ▲이통사당 3.5㎓ 5G 기지국 12만대 이상 구축 시 3조1700억원(최저가) ▲10만대 이상 12만대 미만 3조3700억원 ▲8만대 이상 10만대 미만 3조5700억원 ▲6만대 이상 8만대 미만 3조7700억원(최고가) 등이다. 쉽게 말해, 5G 기지국을 많이 세울수록 주파수 재할당 가격이 깎이는 셈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정부는 이통3사의 논리에 밀려 한발 물러섰다. 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애당초 정부는 주파수 최저가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을 12만대가 아닌 15만대로 제시했다. 이통3사가 ‘현실성 없는 기준’이라고 반발하자, 정부는 12만대로 조건을 낮춰줬다.”

또다른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의 주파수 할당 대가와 전파사용료는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면서 “천문학적 비용을 내는 이통3사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목표치를 제시하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신경전에서 정부가 밀렸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슈❹ 이통3사의 공과 = 결국 5G 논란을 해소하려면 이통3사가 자발적으로 5G 기지국을 늘려야 한다는 건데, 그들은 왜 제자리걸음만 걷고 있는 걸까.

김연학 서강대(경영학) 교수는 그 이유를 이렇게 분석했다. “과거 LTE를 활성화하던 시절, 이통3사는 기지국 수, 커버리지 범위 등을 내세우며 서비스 품질로 경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몇년 전부터 마케팅과 네트워크 투자를 줄이는 등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틀었다.”

김 교수의 주장은 설득력이 충분하다. 이통3사의 합산 설비투자 규모는 2019년 9조5967억원에서 2021년 8조22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그사이 이통3사의 영업이익은 총 4조380억원(2021년 기준)으로 전년(3조3189억원)보다 21.6%나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LTE보다 비싼 5G 요금제 가입자가 늘면서 이통3사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통3사는 수익성이 나쁘다는 이유로 28㎓ 기지국을 늘리지 않고 있다.[사진=뉴시스]
이통3사는 수익성이 나쁘다는 이유로 28㎓ 기지국을 늘리지 않고 있다.[사진=뉴시스]

자! 그럼 5G 관련 논란을 다시 정리해 보자. 일단 20배 빠른 5G 서비스를 이용하는 건 현시점에서 불가능하다. 28㎓ 기지국이 사실상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서다. 그럼 서비스 품질이라도 원활하게 유지돼야 하는데, 그러려면 하루빨리 3.5㎓ 기지국 수를 늘려야 한다. 하지만 이통3사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이통3사는 2019년 4월 5G 상용화 시점부터 지금까지 3년에 걸쳐 기지국 20만2903대를 세웠다. 100만941대(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실·2021년 12월 기준)에 달하는 LTE 기지국에 비하면 수가 한참 모자라다.

5G 기지국이 적어도 LTE 기지국 수만큼 늘어나려면 어림잡아 12년이 더 걸린다. 그때까지 소비자는 5G로 스트레스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대체 누구의 잘못일까. 5G 논란, 이게 정상인 걸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