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Insight | 대상
대상 vs CJ제일제당 미국 김치 대전

미국에서 ‘K-푸드’의 인기가 뜨거워지면서 현지 공장을 설립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대상(종가집 김치)’이다. 대상은 국내 식품 업계 최초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김치 생산 공장을 세우고 가동을 시작했다. 이곳을 거점으로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김치 시장까지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흥미로운 점은 대상이 미국에서도 전통의 맞수 ‘CJ제일제당(비비고 김치)’과의 경쟁을 펼쳐야 한다는 점이다.

대상이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김치 공장을 설립하고 미국 시장을 공략한다.[사진=대상 제공]
대상이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김치 공장을 설립하고 미국 시장을 공략한다.[사진=대상 제공]

캘리포니아주, 버지니아주, 뉴욕주…. 매년 11월 22일을 법정기념일 ‘김치의 날’로 제정한 미국의 주들이다. 미국 내에서 한국 김치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방증이다.[※참고: 김치의 날은 한국의 법정기념일로 재료 ‘하나하나(11월)’가 모여 ‘22가지(22일)’의 효능을 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대미對美 김치 수출액은 2825만 달러(약 347억원)로 2017년 724만 달러(약 89억원) 대비 3배가량 증가했다. ‘K-푸드’의 인기가 높아진 데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발효식품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런 미국 김치시장을 잡기 위해 적극적인 발걸음을 떼고 있는 곳은 식품업체 ‘대상’이다. 1980년대부터 ‘종가집 김치’를 미국에 수출해온 대상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지역에 200억원을 투자해 김치 생산 공장을 설립하고, 지난 3월 29일 가동을 시작했다. 총 면적 1만㎡(약 3000평) 규모로 연간 2000톤(t)의 김치를 생산할 수 있다. 

대상은 이곳을 거점으로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시장까지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대상은 ‘현지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인들이 부르기 쉽게 브랜드를 기존 종가집에서 집을 뺀 ‘종가(Jongga)’로 바꾼 대상은 오리지널 김치 외에도 현지 식문화를 반영한 ‘비건 김치’ ‘비트 김치’ ‘피클 무’ ‘양배추 김치’ 등을 강화했다. 현지 원료 공급망을 탄탄하게 갖춘 것도 이 회사의 장점이다. 

대상 관계자는 “수년간 시장 조사를 거쳐 안정적인 현지 원재료 공급처를 확보했다”면서 “미국 소비자의 니즈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수요 예측에 따른 효율적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 시장을 공격 중인 대상의 경쟁 상대가 전통의 맞수 ‘CJ제일제당’이라는 거다. 국내에서 종가집 김치와 ‘비비고 김치(CJ제일제당)’로 1~2위 싸움을 하는 두 업체가 미국 시장에서도 경쟁을 펼치는 셈이다.[※참고: 대상과 CJ제일제당의 국내 김치 시장점유율 격차는 4.5%포인트(2019년 기준)에 불과하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지난해 북미 지역 김치 수출액이 40%가량 증가했다”면서 “특허 받은 수출용 포장용기(비비고 단지김치)를 적용해 해외에서도 신선한 김치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참고: CJ제일제당은 2018년 미국 냉동식품 업체 쉬완스컴퍼니를 인수하면서 북미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그렇다면 대상은 ‘비비고 김치’를 견제하면서 현지 공장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을까. 현재로선 대상이 한발 앞선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김치 수출액이 CJ제일제당의 실적을 압도한다. 지난해 대상의 대미 김치 수출액은 1617만 달러(약 198억원)를 기록했다. 전체 대미 김치 수출액이 2825만 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57.1%에 달하는 수치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만두’의 인기를 이을 ‘6대 글로벌 전략 제품’ 중 하나로 김치를 꼽고 있다.[사진=CJ제일제당 제공]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만두’의 인기를 이을 ‘6대 글로벌 전략 제품’ 중 하나로 김치를 꼽고 있다.[사진=CJ제일제당 제공]

수출실적만이 아니다. 유통채널도 탄탄하다. 대상은 코스트코에 이어 지난해 미국 주요 유통채널인 월마트에도 입점했다. 공장 가동을 시작한 만큼 입점 점포를 점차 확대해간다는 게 대상의 계획이다. 

반면 비비고 김치는 현재 한인마켓 등을 위주로 유통되고 있다. 대상으로선 미국 주류 유통 채널에 입점해 브랜드를 먼저 알리는 선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한식의 세계화를 기치로 내걸고 2010년 론칭한 비비고는 지난해 국내외에서 2조원(해외 약 7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만큼 시장에 안착했다. 여세를 몰아 대상이 먼저 진출한 미국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CJ제일제당의 지난해 미주 시장 매출은 4억8100만 달러(약 5896억원)에 이른다.

미국 시장에서 제품 라인업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효자제품인 ‘비비고 만두’의 인기를 이을 ‘넥스트(next) 만두’로 치킨·가공밥·K-소스·김치·김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언제든 비비고 김치에 마케팅 역량을 쏟아부을 수 있다는 거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미국 내 김치 생산 공장 설립 계획은 없다”고 말하면서도 의미 있는 플랜을 언급했다. “향후 미국 내 70여개 매장을 보유한 대형 아시아 식품 유통업체에 입점하는 등 김치 판매 채널을 확대해갈 것이다.” 설명대로라면 대상의 ‘종가 김치’에 위협이 될 만하다. 

대상 관계자는 “(대상은) 누구보다 빨리 해외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고, 나름의 실적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자신했다. 실제로 대상은 경쟁 업체를 능가하는 ‘선점 효과’를 거둘 가능성이 높다. 미국 시장에 먼저 깃발을 꽂은 대상은 과연 ‘추격자’ CJ제일제당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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