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다시 원점… 재매각 나선 쌍용차
4개 기업 인수 후보로 나섰지만
자본과 능력 철저한 검증 필요해
尹정부, 산업은행과 책임 다해야

쌍용차가 또다시 기로에 섰다. 쌍용차는 지난 3월 에디슨모터스와의 인수 계약이 해지되면서 재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2004년, 2011년에 이어 세번째 법정관리 사태를 맞은 쌍용차는 이번에도 생존에 성공할 수 있을까. 한가지 분명한 건 쌍용차가 회생하려면 국가(정부 · 산업은행)의 역할이 이전과는 달라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 3월 에디슨모터스의 인수가 무산되며 쌍용차는 재매각 절차에 돌입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3월 에디슨모터스의 인수가 무산되며 쌍용차는 재매각 절차에 돌입했다.[사진=연합뉴스]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 오는 5월 10일 공식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슬로건이다. 초박빙이었던 지난 대선 때나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하는 지금이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살얼음판에 서 있는 기분일 거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 물가 · 가계부채 관리 등 윤 당선인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어서다. 

윤 당선인에게 주어진 임무는 이뿐만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산업계의 난제로 꼽혀온 쌍용차 문제도 그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쌍용차의 현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진퇴양난이다. 물러설 곳도 나아갈 곳도 없다는 얘기다. 

지난 3월 28일 에디슨모터스와의 인수 · 합병(M&A) 계약이 해지되면서 쌍용차는 다시 원점에 섰다. 쌍용차에 남아있는 시간은 단 6개월뿐이다. 쌍용차는 오는 10월 15일까지 새로운 인수자를 찾아 회생계획안을 마련하고 법원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기간 내에 회생 절차를 이행하지 못하면 쌍용차는 청산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쌍용차로선 앞으로 남은 6개월이 운명의 시간인 셈이다. 

지금까지 인수전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지난 3월 31일 쌍방울그룹이 쌍용차 인수 의사를 밝힌 데 이어 KG그룹, 국내 사모펀드 파빌리온프라이빗에쿼티(PE), 전기차 연구 업체 이엘비앤티(EL B&T)까지 매각주간사(EY한영회계법인)에 사전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이렇듯 쌍용차 인수전이 뜻밖의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인수 후보로 나선 기업들을 제대로 검증할 만한 시간이 부족해서다. 인수자의 자본과 능력이 부실하면 제2의 에디슨모터스 사태가 얼마든지 반복될 수도 있다. 법원과 매각주간사, 그리고 쌍용차가 인수 기업의 실질적 역량을 철저하게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향후 최종 인수자가 결정된다고 해도 쌍용차가 갈 길은 멀다.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쌍용차도 전기차 메이커로 체질을 바꿔야 해서다. 이를 위해 쌍용차는 ▲인력 정비 ▲전기차 생산 라인의 구축 ▲신차 개발 · 흥행이라는 3가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쌍용차의 여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기존 내연기관차 전문인력을 전기차 기술자로 전환하려면 새로운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 

쌍용차로선 새로운 인재를 채용하는 게 더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지만, 이 경우 노조의 반발을 피할 수 없다. 노조와 충돌한다면 쌍용차는 또다시 정상화 타이밍을 놓치고 어려움에 빠질 우려가 높다. 기존 구성원을 그대로 안고 가든 구조조정을 단행하든 인력 리스크는 쌍용차의 변수가 아닌 상수에 더 가까운 셈이다.

전기차용 시설을 마련하는 일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미 2030~2040년 사이 내연기관차의 개발 ·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쌍용차도 이런 시대적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지금 쌍용차에서 생산 · 판매 중인 자동차 7종 중 6종이 내연기관 모델이란 점이다.[※참고: 지난 2월 출시한 ‘코란도 이모션’이 쌍용차의 유일한 전기차 모델이다.] 쌍용차가 각 공장의 라인을 당장 전기차 생산 체제로 바꾸려면 기존의 장비들을 모두 전기차용으로 교체해야 한다. 

새로운 인수자 만나도 첩첩산중 

자, 여기서 계산기를 한번 두드려보자. 현재 쌍용차의 평택 1~3공장, 창원 공장, 천안 물류센터에 갖춰진 기계장치 · 공구 규모는 2908억원(기계장치 958억원 · 공구 1950억원) 상당이다. 이를 달리 해석하면, 쌍용차가 전기차용 생산 시설을 갖추기 위해선 최소 3000억원에 가까운 비용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뿐만이 아니다. 쌍용차에 필요한 3000억~5000억원에 이르는 신차 개발 비용을 빼놓을 수 없다. 인수 기업으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변제해야 할 채권만 8000억원에 달하는 쌍용차에 연거푸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설사 인수기업이 적극적으로 자금을 쏟아붓는다고 해도 문제는 남아있다. 쌍용차의 신차가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신차 경쟁력이 부족할 경우 자칫 추가 부채만 잔뜩 껴안을 수 있다. 쌍용차 인수에 나선 기업들이 이런 실패 가능성까지 미래 계획에 포함하고 있을지 의문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쌍용차 문제는 어느 것 하나 단순하게 취급할 수 없는 복잡한 고차방정식과 같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풀지 않고 그대로 둘 수도 없다. 쌍용차가 무너지면 4500명의 임직원과 15만명의 1 · 2차 협력사 근로자들이 순식간에 일자리를 잃는다.

국내 자동차 시장도 대기업이 완전히 독점하는 구도로 굳어질 게 뻔하다. 쌍용차 청산은 한순간이지만 그로 인한 사회 · 경제적 손실은 오랜 시간 국내 자동차 산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과연 쌍용차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법이 있을까. 사실 필자도 무엇이 가장 최선의 방법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한가지만은 확실하다. 쌍용차 문제에 국가가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거다. 

쌍용차 인수전에 여러 기업이 뛰어들고 있지만 회생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사진=연합뉴스]
쌍용차 인수전에 여러 기업이 뛰어들고 있지만 회생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사진=연합뉴스]

지금까지 쌍용차 문제에서 국가의 역할은 ‘공적자금을 투입하느냐 마느냐’란 재정적 측면에만 국한해 있었다. 실제로 쌍용차는 이미 두차례 법정관리(2004년 · 2011년)를 통해 나랏돈을 지원받았다. 그럼에도 쌍용차가 세번째 법정관리 사태를 맞았다는 건 역설적으로 그간의 공적자금이 얼마나 무의미하게 쓰였는지를 보여준다.

산업은행과 정부 이번엔 달라야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쌍용차의 매각 주체인 산업은행은 물론 정부에서도 쌍용차의 구조를 개혁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짜내야 한다. 따라서 산업은행과 정부는 지금 진행 중인 쌍용차 인수전부터 직접 챙겨야 한다. 이들은 인수 후보로 나선 기업들을 정밀하게 검증하고, 인수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중재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인수 후보 검증→회생계획 점검→회생 방안 설계라는 기본 절차를 충실히 이행한다면, 쌍용차는 과거와 다른 미래를 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초 설계가 튼튼한 집은 100년이 지나도 풍파에 끄떡없다. 쌍용차도 마찬가지일 거다. 출발을 앞둔 윤석열 정부는 이 사실을 염두에 두고 쌍용차 문제를 적극 해결해 나갈 수 있을까.

글=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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