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 재무설계 中

알뜰폰은 정부에서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만든 제도다. 그 때문에 알뜰폰의 요금제는 이통3사 대비 무척 저렴하다. IPTV·인터넷과의 결합상품 할인, 멤버십 할인 등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이런 혜택을 쓰지 않거나 관심이 없다면 한번쯤 알뜰폰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도 알뜰폰을 쓸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잘 모른다는 이유로 알뜰폰 쓰기를 망설이고 있었다.

알뜰폰은 이통3사보다 훨씨 저렴한 요금제를 제공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알뜰폰은 이통3사보다 훨씨 저렴한 요금제를 제공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에서 결혼을 꿈꾸는 이들이 고민하는 건 무엇보다 결혼비용일 것이다. 웨딩컨설팅 업체 듀오웨드의 2월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2년차 신혼부부 1000명(남성 401명·여성 599명)이 지불한 결혼비용은 평균 2억8739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신랑이 1억7272만원(60%), 신부가 1억1467만원(40%)을 부담했다.

결국 결혼을 앞에 둔 젊은층의 고민을 덜기 위해 나서야 하는 건 부모들이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이성환(가명·45)씨와 한희나(가명·45)씨 부부도 그랬다. 부부는 이제 대학교에 입학한 아들(20)의 결혼비용을 벌써부터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부부는 아들의 결혼비용을 하나도 준비하지 못했다. 매월 100만원이 넘는 금액을 저축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았다. 여유자금을 더 만들어 저축액을 늘려야 하지만 부부로선 지출을 줄일 방법을 찾기 어려웠다.


고민해야 할 건 결혼비용뿐만이 아니다. 몇년 전 부부는 연금저축을 털어 아들의 학원비를 보탠 바 있다. 위태해진 노후도 다시 대비해야 하지만 부부로선 두가지를 한꺼번에 준비할 뾰족한 수가 없었다. 이런 이유로 부부는 필자의 사무실을 찾았고 해결책을 함께 찾아보기로 결정했다.

지난 상담에선 부부의 가계부를 전체적으로 살폈다. 둘 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부부의 월소득은 571만원으로 남편 290만원, 아내가 281만원을 번다. 지출은 정기지출 399만원,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 월평균 24만원, 금융성 상품 165만원 등 588만원이다. 적자를 17만원씩 내는 셈이다. 1차 상담에서 부부는 식비를 20만원(81만→61만원) 줄이는 데 동의해 적자 17만원은 3만원 흑자로 바뀐 상태다.

부부가 세운 목표는 크게 3가지다. ▲자녀 결혼비용 마련 ▲대출 원리금 상환(주택담보대출 잔액 2200만원) ▲노후 월 300만원 연금 보장 등인데, 그러려면 적자를 흑자로 바꾼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보다 더 지출을 줄여 저축액을 늘릴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번 상담에선 최대한 지출을 줄일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먼저 26만원씩 빠져나가는 통신비를 줄여보자. 필자는 요즘 알뜰폰의 매력에 푹 빠졌다.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이통3사와 비교해도 품질에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통신비 절약을 고민하는 상담자들에게도 알뜰폰을 적극 추천하고 있는데,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상담자에 따라선 1만원대 요금제를 써도 데이터가 부족하지 않은 경우가 있을 정도다.

물론 알뜰폰에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첫째, 결합상품 혜택을 지원하는 알뜰폰 업체가 거의 없다. 요즘 가정집에는 대부분 IP TV와 초고속 인터넷이 깔려 있는데, 이통3사의 휴대전화 요금제와 결합하면 적지 않은 할인혜택을 누릴 수 있다. 상담자들이 이통3사 요금제에서 알뜰폰으로 옮기는 걸 주저하는 건 대부분 이런 이유에서다.

둘째, 해외에 출장을 자주 가는 이들에겐 알뜰폰이 유리하지 않다. 알뜰폰 대부분이 로밍서비스를 지원하지 않아서다. 마지막으로 카페·레스토랑·놀이동산 할인 등의 멤버십 혜택이 없다는 점도 알뜰폰의 단점 중 하나다.

하지만 이런 혜택이 필요 없다면 알뜰폰은 유용한 요금제임에 분명하다. 이씨 부부는 평소 TV를 보지 않고, 인터넷도 500MB짜리 저렴한 요금제를 쓰고 있어서 알뜰폰을 이용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필자는 자신의 데이터 사용량에 맞는 알뜰폰 요금제를 쓸 것을 추천했다. 필자의 제안을 받아들인 부부는 아들을 포함해 모두 2만~3만원대 알뜰폰 요금제로 변경하기로 했다. 따라서 통신비를 26만원에서 11만원으로 15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다음은 보험료(81만원)다. 액수가 꽤 큰데, 보험료를 많이 내는 상담자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몇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는 지인인 보험설계사를 통해 가입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지인이 중간에 껴 있으면 보험 상태를 냉정하게 들여다보기 어려워 보장이 중복된 보험, 불필요한 보험에 지출하는 결과를 낳게 마련이다.

둘째는 보험을 재테크 상품으로 여긴다는 점이다. 종신보험이 대표적인데, 상당수 가입자가 사망 보장을 받지 않고 해약하거나 연금으로 받으면 은행보다 높은 이율이 적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종신보험은 사업비(보험회사에 내는 비용)가 가장 많이 빠져나가는 보험 중 하나다. 여기에 사망보장을 해주는 위험보험료가 추가로 빠져나가고, 남은 금액이 운영되면서 이자가 붙는 식이다. 당연히 은행에 저금하는 것보다 수익성이 나쁠 수밖에 없다.


어쨌거나 부부도 친척인 보험설계사를 통해 보험에 가입했고, 그로 인해 보장이 중복되거나 불필요한 보험에 가입했다. 필자는 이런 보험들을 전부 정리했고 이에 따라 보험료는 81만원에서 61만원으로 20만원 줄었다. 보험을 해지하고 받은 해지 환급금(200만원)의 일부는 신용카드 할부금(월 16만원·잔액 112만원)을 전부 갚는 데 썼다. 따라서 신용카드 할부금은 자연스럽게 지출항목에서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부부의 용돈(40만원씩 총 80만원)도 정리했다. 부부가 다니는 회사는 식대를 지원하지 않는다. 부부의 용돈 중 상당 부분이 식비로 쓰이는 이유인데, 한끼 식사에 1만원이 넘어가는 경우가 태반이었으므로 앞으로는 8000~9000원에 끼니를 해결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술자리 횟수도 줄이기로 약속하면서 부부의 용돈은 80만원에서 60만원으로 20만원 줄었다.

이렇게 2차 상담이 끝났다. 부부는 이번 상담에서 통신비(15만원), 보험료(20만원), 부부 용돈 (20만원), 신용카드 할부금(16만원) 등 71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잉여자금 3만원을 더하면 부부가 쓸 수 있는 자금은 총 74만원이 된다. 보험 해지 환급금에서 신용카드 할부금을 갚고 남은 돈 88만원도 덤으로 생겼다. 다음 시간에선 이 금액으로 부부의 목표를 준비하는 과정을 자세히 소개하도록 하겠다.

글=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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