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니얼과 마스크
중고새내기의 첫 대면수업

감기 걸렸을 때나 쓰던 마스크가 이젠 한 몸처럼 자연스럽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이처럼 우리 일상에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마스크를 쓰고 성장한 이들은 이제 또 다른 전환점을 앞두고 있다. 온라인이 아닌 강의실에서 사람들을 직접 마주해야 한다. 그들은 어떻게 이 변화에 적응할까.

마스크를 쓰고 자란 세대들은 이제 대면 관계에 적응해야 한다.[사진=연합뉴스]
마스크를 쓰고 자란 세대들은 이제 대면 관계에 적응해야 한다.[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로 등장한 수많은 신조어 중에 ‘마기꾼’이라는 말이 있다. ‘마스크 사기꾼’의 약자라는 설명을 들으면 다른 추가 설명은 필요하지 않을 거다. 마스크를 쓴 눈과 이마만 봤을 땐 잘생겨 보이는 사람이 마스크를 벗는 순간, 기대와 다르다는 의미라는 걸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안면 특성상 눈보다는 하관이 돌출해 있다. 마스크를 썼을 때 더 예뻐 보이는 사람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마스크 한 장으로 팔자 주름과 하관 주름을 가릴 수 있어 중년여성들에게도 마스크는 고마운 존재가 됐다.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마스크를 강제로 써야 하는 상황이 괴로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 말고도 좋은 게 더 있다. 무엇보다 감기 등 질병 예방 차원에서 효과가 크다. 지인 중 소아과 전문의가 있는데, 그에 따르면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어린이 감기 환자가 80% 이상 감소했다고 한다. 황사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시즌엔 그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표정관리도 한결 편하다. 우리는 눈보다 입으로 표정을 전한다. 조금 불편한 자리라 해도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려 미소를 지으면 예의를 차리면서도 속내를 감출 수 있다. 하지만 마스크를 쓰면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 적당한 톤의 목소리만 유지하면 사람들을 대면하는 상황을 부담 없이 넘길 수 있다.

여성들이 화장으로부터 자유로운 것도 마스크의 장점 중 하나다. 팬데믹으로 어쩔 수 없이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화장에 쏟는 여성들의 수고가 이전보다 분명히 줄었다. 특히 색조 화장을 하는 여성들이 부쩍 감소했다. 마스크에 화장품이 묻어나는 데다 눈 말고는 가리고 있으니 굳이 화려하게 화장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엔데믹(풍토병·endemic) 전환에 따른 기대감에 지난 2월 화장품 회사의 주가가 한때 코로나19 발생 초창기에 비해 10% 이상씩 오르기도 했다.


필자의 화상 수업에도 꽃다운 나이의 학생들은 마스크를 쓰고 등장한다. 강의를 듣는 곳이 카페나 학교가 아니라 아무도 없는 방인데도 굳이 마스크를 쓴다. 그런 장면과 대면할 때마다 필자는 깊은 생각에 빠진다.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는 건지 아닌 건지 도통 알기 어려워서다. 

마스크로 얼굴 절반을 가리고 있으니 학생들의 얼굴을 기억하기도 어렵다. 마스크를 쓴 학생들도 적극적으로 자신을 어필하기보다는 줌튀(줌만 켜 놓고 도망가는 것)를 꿈꾸는 듯한 눈빛이다. 카메라 앞에서 몸과 마음이 따로인 거다.

지난 18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됐다. 당장 마스크까지 벗는 건 아니지만 실외마스크 착용은 논의되고 있는 모양이다. 마스크를 벗을 날도 머지않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실내에서까지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하면 환호를 부르며 일제히 마스크를 벗어 던질까? 아니면 다른 용도로 마스크가 계속 살아남을까. 

생각건대 코로나19 이전보다 마스크를 착용하는 건 훨씬 자연스러워질 듯하다. 화장하기 귀찮거나 사람들과 대면하는 상황이 어색할 때도 마스크를 쓰지 않을까. 시간을 투자해 공들여 얼굴을 꾸미고, 억지웃음으로 표정을 관리하는 것보다 ‘감기 기운’을 핑계로 마스크 한장 쓰는 게 훨씬 편하다는 걸 지난 2년 동안 경험했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써서 얼굴을 가리는 걸 실례라고 인식하던 미국에서조차 셋 중 둘은 “팬데믹이 종료해도 아프면 마스크를 쓸 것”이라고 답하는 걸 보면 마스크가 그만큼 일상화했다는 걸 알 수 있다(워싱턴포스트 설문조사). 


이렇듯 팬데믹은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또한 엔데믹으로 전환하면 이전과는 또 다른 변화와 맞닥뜨리게 될 거다. 무엇보다 궁금한 건 마스크를 쓰고 자란 ‘코로니얼(코로나와 밀레니얼의 합성어·coronials)’들이 대면관계를 어떻게 적응해 나갈지다. 

마스크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 시작과 동시에 대학에 들어와 2년 동안 온라인 수업만 듣고 자란 ‘중고새내기’는 또 어떨까. 그들은 3학년이지만 대면수업으론 사실상 새내기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온라인 수업 영향으로 A 또는 B로만 이뤄진 인플레이션된 학점만 받아왔다. 본격적인 대학 생활이 이제야 시작된 거다. 그들은 남은 학기를 어떻게 보낼까. 또, 졸업 후엔 어떻게 사회생활에 적응해 나갈까. 엔데믹 앞에서 많은 것들이 궁금해진다. 

글 = 김경자 가톨릭대 교수
kimkj@catholic.ac.kr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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