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 재무설계 下

자식을 위해서라면 뭐든 해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다. 자녀 양육비부터 교육비, 대학 등록금까지 아끼지 않고 지원해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자녀에게 헌신하다 정작 본인들의 미래를 챙기지 않는 경우가 숱한데, 이는 썩 좋지 않은 선택이다. 부모의 노후에 따라 자녀의 삶이 뒤바뀔 수 있어서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자녀 결혼자금을 마련할 생각에만 빠져 있던 부부의 재무 솔루션을 도왔다.

자녀를 돌보느라 자신의 노후를 챙기지 않는 부부들이 적지 않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녀를 돌보느라 자신의 노후를 챙기지 않는 부부들이 적지 않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재무설계 2편 Review = 올해 대학생이 된 아들(20)의 결혼자금을 마련해주고 싶은 이성환(가명·45)씨와 한희나(가명·45)씨 부부. 아들이 결혼하는 건 미래의 일이지만 부부는 지금부터 돈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에 고민이 많다.

그도 그럴 게 부부는 모아둔 돈이 별로 없다. 매월 100만원이 넘는 돈을 저축하고 있지만 이 돈은 자녀 대학등록금을 내고 주택담보대출(잔액 2200만원)을 갚는 데 써야 한다. 고민은 또 있다. 부부는 몇년 전 자녀의 학원비를 내기 위해 연금저축까지 해지한 상태다. 미래까지 끌어다 썼기에 처음부터 다시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

지난 1·2차 상담에선 지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중소기업을 다니는 부부의 월소득은 571만원으로, 남편이 290만원, 아내가 281만원을 번다. 지출은 정기지출 399만원, 비정기지출 월평균 24만원, 금융성상품 165만원 등 588만원이다. 적자를 17만원씩 내는 셈이다.

부부는 식비(20만원), 통신비(15만원), 보험료(20만원), 부부 용돈(20만원), 신용카드 할부금(16만원) 등을 줄여 91만원을 절약하는 데 성공했다. 따라서 부부는 74만원을 여유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일부 보험을 해지하면서 돌려받은 환급금에서 신용카드 할부금을 갚고 남은 돈 88만원도 덤으로 생겼다.

■재무설계 최종편 = 상담에 앞서 부부의 재무 목표를 다시 점검했다. 부부는 ▲자녀 결혼자금 마련 ▲대출금 상환 ▲노후 월 300만원 연금 보장 등을 목표로 정했다. 자녀의 결혼비가 부부의 1차 목표이지만 필자가 보기엔 노후 대비가 더 급했다.

그러려면 여유자금이 좀 더 필요한데, 이를 위해 부부의 통장을 한번 더 살펴봤다. 부부는 여름 휴가용 적금(10만원), 비상금용 적금(20만원), 자녀 등록금용 적금(100만원), 대출금 상환용 적금(20만원) 등 적금에 150만원을 저축한다. 또 주택청약종합저축에 남편 이름으로 5만원, 자녀 이름으로 10만원씩 넣고 있다.

필자는 통장을 정리해 비정기 지출(월평균 24만원)을 위한 통장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통장들을 정리하면 솔루션을 더 수월하게 짤 수 있다는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부부는 “목표를 갖고 열심히 저축해온 터라 없애고 싶지 않다”면서 통장들을 그대로 유지하길 원했다. 사실 각 통장에 목표를 부여하고 저축하는 건 칭찬할 만한 재테크 습관이다. 또 부부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그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

다만, 상담을 진행하면서 필자가 계속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부부가 자신들의 미래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부부의 나이를 생각하면 지금부터 노후를 대비해 나가야 하지만, 자녀 결혼자금부터 마련하고 싶다는 부부의 의지가 워낙 강해 노후 대비 자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부모가 탄탄한 노후를 대비하는 것이 결국 자녀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부모의 노후가 안정적일수록 미래에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자녀의 부담도 덜 수 있어서다. 필자는 이 점을 부부에게 수차례 당부했다. 자녀 결혼자금에 초점을 맞춰 재무플랜을 짜더라도 자녀가 결혼한 이후엔 꼭 노후 위주로 계획을 변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럼 74만원으로 자녀 결혼에 초점을 맞춘 재무계획을 세워보자. 먼저 14만원으로 CMA통장을 만들어 비정기지출용 통장을 만들었다. 부부의 비정기지출은 월평균 24만원이지만, 그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여행비를 모으는 적금(10만원)이 따로 있다. 따라서 매월 14만원씩만 납입해도 충분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음은 자녀의 결혼자금인데, 일단 1년에 결혼자금을 600만원씩 모으는 것으로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부부가 자주 이용하는 은행에 적금통장(20만원)을 하나 더 만들었다. 현재 인플레이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대내외 변수로 금리가 상승 기조를 보이고 있어 은행 통장을 이용하기에 적기라고 판단했다.

다음으론 적립식 펀드에 30만원씩 납입한다. 펀드는 주가가 오르든 오르지 않든 수익을 낼 수 있는 배당주펀드로 구성했다. 배당주펀드는 주가가 상승하면 주식을 매도해 시세 차익을 얻고, 상승하지 않으면 연말 배당 시점까지 갖고 있다가 배당금을 획득할 수 있는 매력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면 좋지만 유의해야 할 점도 있다.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예상 배당금을 획득해 손실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배당주펀드 역시 어디까지나 투자상품이므로 손실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이런 점을 감안해 부부는 초기엔 시장 상황에 맞춰 펀드를 운영하면서 감각을 익혀나가기로 했다. 목표로 했던 수익금을 달성하면 미국에 투자하는 펀드나 자율주행·2차전지에 투자하는 펀드로 갈아타며 유연하게 운영할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남은 10만원은 개인연금상품에 투자하기로 했다. 액수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문제였는데, 추후에 자녀가 대학교를 졸업해 자녀 등록금용 적금(100만원)을 정리하면 대부분을 개인연금에 추가납입하기로 했다.

이렇게 재무솔루션이 끝났다. 74만원은 비정기지출 대비(CMA통장 14만원), 자녀 결혼자금 대비(적금 20만원·적립식 펀드 30만원), 노후 준비(개인연금 10만원)에 알뜰하게 분배했다. 보험 환급금 중 신용카드 할부금을 갚고 남은 돈 88만원은 재무플랜 변경할 때 종잣돈으로 사용하기 위해 CMA 통장에 당분간 넣어두기로 했다.

부부는 필자가 만난 상담자 중에 가장 양호한 재정상태를 갖추고 있었다. 앞서 언급했듯 165만원에 이르는 금액을 저축에 할애하고 있었고, 각 통장에 목표를 붙여 착실하게 저축하고 있었다. 필자가 부부의 통장을 조정하지 않고 그대로 둔 것도 이런 저축습관을 계속 유지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부부가 지금처럼만 착실하게 생활하기를 바란다. 그러면 재무계획을 조금만 바꿔도 노후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글=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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