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넘은 수출역군 해외시장서 불황 뚫다
반도체 넘은 수출역군 해외시장서 불황 뚫다
  • 김정덕 기자
  • 호수 27
  • 승인 2013.01.18 1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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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의 의미 있는 반란

▲ 시장확대가 쉽지 않은 국내시장 대신 수출에 주력했던 정유사는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이다.
정유사가 지난해 ‘수출의 탑’을 휩쓸었다. 수출의 탑 수상기업 6곳 가운데 4곳이 정유사였다. 562억 달러에 달하는 사상 최고 수출고를 올린 덕분이다. 특히 글로벌 불황을 뚫기 위해 내수를 줄이고 수출비중을 높인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의 노력이 돋보인다. 수출역군으로 거듭난 정유사의 활약상을 통계를 근거로 살펴봤다.

석유제품이 수출 효자품목 1위로 등극했다. 지난해 12월 GS칼텍스는 정유업계 사상 최초로 250억 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SK에너지와 에쓰오일은 200억 달러, 현대오일뱅크는 80억 달러 수출의 탑을 받았다. 80억 달러 이상 수출의 탑을 받은 기업은 총 6곳.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를 빼면 4곳이 정유사였다. 정유사가 글로벌 경기침체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는 얘기다. 특히 2010년까지만 해도 석유제품 수출량이 많지 않았다는 점에 비춰보면 눈부신 성장이다.  

석유제품, 반도체보다 수출 많아

 
한국무역협회와 지식경제부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수출 1~3위 품목은 반도체•선박•일반기계였다. 석유화학과 자동차가 각각 4위와 5위를 차지했다. 석유제품은 6위였다. 그러다 2011년 선박과 석유제품이 수출 1•2위에 오르며 순위가 바뀌었고, 2012년에 드디어 석유제품이 수출품목 1위를 차지했다.

특히 250억 달러 수출의 탑 수상자가 정유업계 1위 SK에너지가 아니라 GS칼텍스라는 점은 눈길을 끈다. 업계 3위 에쓰오일의 수출성적표가 SK와 큰 차이 없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두 회사가 수출 확대를 위해 노력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국내시장이 좁아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표하는 ‘국내 유종별 소비량 증가 추이’를 보면 국내 석유제품 소비량은 변동이 크지 않다. 2008년과 2011년 석유제품 소비량은 각각 7억6064만 배럴과 8억0130만 배럴이었다. 4년 동안 겨우 5.3% 증가하는데 그쳤다. 제품별 변동성도 비슷했다.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GS칼텍스•에쓰오일은 해외시장을 공략할 수밖에 없었고, 노력의 대가는 알찼다.

GS칼텍스의 연도별 사업부문 수출•내수 현황을 살펴보자. GS칼텍스의 2009년 정유사업 수출•내수 매출액은 11조9020억원, 10조8516원이었다. 수출이 내수보다 겨우 9% 많다. 2011년 들어 상황이 달라진다. 수출은 25조1340억원, 내수는 15조5133억원이었다. 수출•내수 매출액 차이가 62%에 이른다. 특히 경유는 2011년에 수출비중이 더 높아졌다. 수출비중이 높았던 벙커C유의 수출•내수격차는 2009년 52.6%에서 2011년 76.6%로 벌어졌다. 100% 수출품목이었던 파라자일렌의 매출액은 같은 기간 1조6000억원에서 2조5837억원으로 61.5% 늘었다.

 
에쓰오일도 마찬가지다. 2009년 에쓰오일 정유사업의 수출실적은 내수보다 57.9% 많은 9조1032억원이었다. 2011년에 수출•내수격차가 78%까지 벌어졌다. 내수비중이 높았던 휘발유를 수출로 돌리고, 나프타•등유•항공유•경유의 수출비중을 높인 결과다.

2010년까지 내수에 집중했던 화학사업도 2011년엔 수출비중이 더 높았다. 수출•내수격차는 39.7%였다. 벤젠•톨루엔•크실렌(BTX) 제품 역시 2009년 전량수출로 돌렸다. GS칼텍스•에쓰오일은 시장 확대가 쉽지 않은 국내시장 대신 수출에 주력했던 셈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고도화 시설이 잘 갖춰져 있을수록 제품의 품질과 생산능력이 향상되는 건 당연하다”며 “GS칼텍스는 고도화 시설 투자를 1995년부터 꾸준히 해왔는데 시설투자의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GS칼텍스는 현재 제4중질유 분해시설을 짓고 있다. 이 시설이 올해 안에 완공되면 중질유 처리 능력은 국내 정유사 가운데 가장 많은 연간 총 26만8000배럴이 된다. 

좁은 내수시장 탈피해 해외진출

에쓰오일 관계자는 “수출비중이 더 늘었다는 건 가격경쟁력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얘기”라며 “특히 석유화학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낸 것은 2011년에 석유화학시설을 건설해 가동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수출국을 다변화하는 등 판로를 개척한 것도 수출증가 원인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반면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는 상대적으로 수출보단 내수에 주력했다. SK에너지의 2011년 수출액은 23조5495억원으로, 2009년보다 93.2% 늘었다. 반면 내수실적은 같은 기간 125% 증가했다. 화학사업 매출액을 보면 2009년 수출액은 7조4547억원, 내수는 2조2061억원이었다. 수출이 약 3.4배 많았다. 하지만 2011년에는 수출액 11조2691억원, 내수 6조9235억원으로 격차가 1.6배로 줄어들었다.

현대오일뱅크의 상황도 SK에너지와 비슷하다. 2009년 정유사업 수출액은 5조2381억원, 내수는 5조6180억원으로 엇비슷했다. 하지만 2011년 수출액은 8조936억원으로 늘었지만 내수 실적은 10조8470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2009~2011년 수출액은 54.5%, 내수실적은 93.1% 늘어난 셈이다.

<Issue in Issue>

‘270억 수출의 탑’ 주장에 ‘수입의 탑’ 받아야… 비판도

GS칼텍스가 250억 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한 후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자 SK이노베이션은 심기가 불편했다. SK종합화학이 60억 달러, SK루브리컨츠가 10억 달러 수출의 탑을 각각 수상했기에 SK에너지의 200억 달러 수출의 탑과 합하면 SK이노베이션의 총 수출액이 GS칼텍스보다 높아지기 때문이다.

▲ GS칼텍스는 지난해 정유업계 1위 SK에너지를 따돌리고 250억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수출의 탑 규정에는 단일 법인을 대상으로 수상할 수 있도록 돼 있다. GS칼텍스는 규정 덕을 톡톡히 봤다. 반면 2011년 SK종합화학을 분사시킨 SK에너지는 단일 법인이 아니어서 손해를 본 셈이다.

못마땅했던 SK이노베이션은 결국 보란 듯이 270억 달러 수출의 탑 수상이라는 보도자료를 내며 GS칼텍스보다 수출액이 많다는 걸 자랑했다. 물론 기분 좋은 잔칫날 1위와 2위가 다투는 것 같다는 지적으로 인해 해프닝으로 끝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유4사가 나란히 수출의 탑을 수상하고, 스스로 ‘수출 역군’이라고 강조하는 데 대한 비판도 나왔다. 석유정제산업은 산업별 부가가치(산업이 유발하는 긍정적 효과)가 매우 낮은 산업이기 때문이다. 총 매출이나 수출액이 늘어나는 것에 비례해 고용이 많이 유발된다거나 자동차산업이나 IT산업처럼 눈에 띄게 다른 산업을 견인하는 산업이 아니란 거다. 또 원유 수입액이 각 정유사의 수출액보다도 훨씬 많은데 수출의 탑이 웬 말이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의 ‘진짜 1등’ 주장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사실 수출의 탑을 수여하는 기준에 불만을 갖고 있는 건 SK이노베이션만이 아니었다. 일정 액수만큼 기록을 경신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이 규정 때문에 삼성전자는 600억 달러를 넘게 수출로 벌어들였지만 수출의 탑을 받지도 못했다. 이미 600억 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한 적이 있어서다. 50억 달러를 더 넘지 못한 게 수출의 탑을 못 받은 근본적인 이유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수출의 탑 규정에 대해 ‘전근대적’이라는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용어설명>

나프타(naphtha) - 원유를 증류할 때 35〜220℃에서 유출되는 탄화수소 혼합체다. 중질가솔린이라고도 한다. 가솔린 유분과 동일하며, 이 유분이 석유화학공업 원료로 사용되면 나프타라고 한다.

벙커C유(bunker fuel oil C) - C중유라고도 한다. 대형 보일러, 대형저속 디젤 기관 등의 연료로 예열보온설비가 갖춰진 연소장치에 쓰인다. 용도에 따라 A중유•B중유•C중유로 나눈다.

크실렌(xylene) - 벤젠에 메틸기 2개가 결합된 방향족 탄화수소로 자일렌이라고도 한다. 오소자일렌, 메타자일렌, 파라자일렌 3종이 있다. 유기 용매와는 잘 섞여 인쇄, 고무, 가죽 산업에 쓰인다.

톨루엔(toluene) - 메틸벤젠이라고도 한다. 1835년 천연 수지인 톨루발삼(Tolu balsam)에서 처음으로 얻었기 때문에 톨루엔이라 불린다.

중질유 - 원유 중에서도 비중이 무겁고 중유류를 생산하기 적합한 원유다. 보통 중유류의 생산비율이 50% 이상인 것이 많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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