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 비판 왜?
당초 윤석열 대통령 공약과 내용 많이 달라
‘과학적 손실 추계’라지만 계산 방식도 불투명

“실망스럽다. 배신감을 느낀다.” 지난 4월 27일 안철수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소상공인 손실보상 방안이 담긴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을 발표하자, 이튿날 소상공인연합회가 내놓은 평가다. 일부에선 “공약집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공약을 파기했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왜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걸까. 첫번째 문제는 자영업자 손실의 깜깜이 추계에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밝힌 소상공인 손실보상 계획이 소상공인들로부터 비판받고 있다.[사진=뉴시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밝힌 소상공인 손실보상 계획이 소상공인들로부터 비판받고 있다.[사진=뉴시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4월 27일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을 내놨다. 여기엔 코로나19와 정부 규제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을 위한 손실보상 방안이 담겼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했던 ‘온전한 손실보상’의 기본방향이 나온 셈이다. 그런데 이를 반겨야 할 소상공인들은 되레 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왜일까. 

우선 인수위가 발표한 내용부터 보자. 인수위의 소상공인 지원책은 크게 ‘현금성 손실보상’과 ‘금융ㆍ세제지원’ 두가지로 구분된다. 인수위는 이를 위한 과제를 각각 2개씩(총 4개) 제시했다. 이중 소상공인들이 문제로 언급하는 건 주로 ‘현금성 손실보상’에 속한 부분이다. 

인수위가 밝힌 ‘현금성 손실보상’의 첫째 과제는 ‘피해지원금’ 지급이다. 인수위는 “지난해 7월 손실보상제(소상공인보호법 개정)를 마련했지만 그 이전에 발생한 소상공인 손실 규모를 제대로 추계하지 못해 7차례의 재난지원금 지급에도 추가 지원 요구가 지속됐다”면서 “소상공인과 소기업 551만곳을 대상으로 손실 규모를 과학적으로 추계해 그 결과를 토대로 피해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인수위가 ‘과학적 추계’라면서 밝힌 소상공인의 총 손실 규모는 54조원이다. 소상공인과 소기업 551만곳 가운데 2019년 대비 2020년과 2021년 매출이 감소한 사업체에서 방역조치로 인해 줄어든 영업이익의 총액이다.

인수위는 “이전 정부에서 총 7차례 걸쳐 1843만곳(누적 기준)에 31조6000억원을 지급했다”는 점을 명시하고 “추경이 통과되는 즉시, 개별 업체의 규모와 피해정도, 업종별 피해 등을 고려해 차등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둘째 과제는 ‘손실보상제 강화’다. 인수위는 “손실보상제도에 따라 지급된 손실보상금이 실제 손실 규모에 비해 부족하고, 영세 소상공인 등에 실질적 도움을 주기에는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었다”면서 “올해 1ㆍ2분기 손실을 보상할 때는 현행 90%인 보정률을 100%로 상향조정하고, 현행 50만원인 하한액을 인상하겠다”고 밝혔다.[※참고: ‘보정률’은 영업이익 감소분 중 방역조치로 인해 직접적으로 발생한 손실 비율이다.]

대통령직인수위가 이런 로드맵을 발표한 다음날,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를 평가한 자료를 내놨는데, 요약하면 이렇다. “소상공인 지원액 총 규모도 밝히지 않아 구체성이 없다. 당초 약속한 손실보상 소급적용은 언급하지도 않았다. 600만원 이상의 피해지원금 일괄 지급 기대와는 다른 차등 지급을 제시해 문재인 정부의 방안보다도 크게 퇴행했다. 당초 공약과는 달라 실망스럽다.”

인수위 관계자는 “오해가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지원액 총 규모는 이미 생각하고 있지만, 아직 추경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변동될 수도 있어서 피해지원금을 얼마로 하겠다고 확정할 수 없었다. 대략 ‘33조1000억원+α(알파)’다. 기본 가이드라인만 나온 것인데, 정부 출범 후 구체적인 내용이 나올 거다.” 

그는 “손실보상 소급적용이 언급되지 않았다”는 지적에도 반론을 폈다. “사실 피해지원금 방안 안에 소급적용이 포함됐다. 손실보상은 손실보상법에 따라 진행한다. 하지만 소급적용은 근거가 없어서 ‘피해지원금’을 만들어 지원하는 것이다. 특히 여기엔 이전의 손실보상에서 제외됐던 업종들을 28개 더 포함했다.”

인수위의 소상공인 손실보상안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보다 후퇴했다는 지적이 많다.[사진=뉴시스]
인수위의 소상공인 손실보상안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보다 후퇴했다는 지적이 많다.[사진=뉴시스]

인수위 측 해명은 이해할 만하다. 아직 출범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많은 걸 바란 것일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당초 윤 대통령의 공약과 다르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첫째, 손실보상액의 감소다. 인수위는 총 7차례 걸쳐 31조6000억원을 지급했다는 점과 총 손실 규모가 54조원이라는 점을 명시했다. 

소상공인 ‟공약 잉크도 안 말랐는데” 

추가로 보상할 손실이 22조4000억원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게다가 인수위가 밝힌 추경 규모는 ‘33조원+α’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공약은 “50조원 이상의 재정자금을 확보해 정당하고 온전한 손실보상을 하겠다”는 거였다. 

둘째, ‘손실보상 소급적용’의 모호성이다. 맹점은 손실보상제도에 포함하지 않은 업종들만 추가한다고 소급적용이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소상공인들이 주장해온 건 “손실보상제도 이전에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 것들을 보상해달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초 윤 대통령은 손실보상 소급적용을 하지 않는 건 “반쪽짜리 손실보상”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셋째, ‘피해지원금’ 차등 보상이다. 지원 하한액을 상향조정한다 하더라도 50만원(현 하한액) 이상 600만원 이하의 피해지원금을 받는 소상공인들이 생긴다. 단순히 매출액이나 영업이익의 감소분만으로 손실을 단순 추정하기 어렵다는 지적들을 감안하면 이는 윤 대통령이 말하는 ‘온전한 손실보상’과는 거리가 멀다. 윤 대통령은 “기존 방역지원금과 별개로 600만원을 추가해 최대 100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쯤 되면 윤 대통령의 말처럼 ‘온전한 손실보상’이 가능하긴 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현재 인수위가 추경을 어떤 재원으로 충당할 것인지조차 제대로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이런 의문을 더 키운다. 물론 아직까지는 “지출 구조조정만으로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재원 자체가 부족하단 거다.
 
과학적이라면서 산정 방식 비공개 

게다가 인수위는 “지금까지 없었던 과학적인 손실 추계”라고 강조했지만, 이는 인수위 측 입장일 뿐이다. 인수위는 추계 방식에 관해 소상공인들의 의견을 물은 적이 없다. 인수위 관계자는 “정부가 기준안을 잡고 하는 거지, 산정 방식을 따로 설명하거나 하지는 않았다”면서 “가장 객관적이라 판단되는 개별업장의 매출과 영업이익, 과세자료 등을 토대로 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식算式을 공개할 수 있느냐는 더스쿠프 취재진의 물음에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공개도 할 수 없는 산식으로 ‘과학적 추계’를 했다는 건데, 이는 ‘깜깜이 추계’란 오해를 부추기기 충분하다.

이정우 인제대(사회복지학) 교수는 “향후 이와 비슷한 손실보상을 해야 할 때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기준을 잡을 때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소통과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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