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와 재산세 통합하면
허약한 지방재정 흔들리고
서울 강남구로만 세수 모일 듯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이 펼쳐지던 당시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종부세를 재산세인 지방세와 통합하겠다는 거였다. 하지만 여기엔 상당한 문제가 있다. 종부세로 마련된 재원을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의 재원(부동산교부세)으로 사용하고 있어서다. 무슨 말일까. 나라살림연구소와 더스쿠프가 종부세 폐지에 숨은 문제점을 분석해 봤다. 

부동산교부세 의존도가 높은 지자체들은 종부세가 폐지되면 재정에 큰 타격을 입는다.[사진=뉴시스]
부동산교부세 의존도가 높은 지자체들은 종부세가 폐지되면 재정에 큰 타격을 입는다.[사진=뉴시스]

“장기적으로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재산세와 통합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건 부동산 세제 공약의 일부다. 종부세는 공시가격 기준 11억원 이상의 1주택 보유자나 소유 부동산 합계가 6억원을 초과하는 다주택자에게 부과하는 세금이다.

부동산 매매를 통한 불로소득을 잡아내 양극화를 완화하겠다는 취지에서 지방세인 재산세의 일부를 국세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에 도입됐다. 이후 종부세 부과 기준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상향조정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윤 대통령의 공약은 당초 재산세에서 떨어져 나온 종부세를 다시 재산세와 통합하겠다는 것이니 17년 만에 종부세를 폐지하겠다는 얘기와 같다. 종부세는 주택보유 수에 따라 세율을 차등 적용하는데, 그게 ‘징벌적 과세’라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현재 국세인 종부세가 지역 간 재정불균형을 조정하기 위한 재원인 부동산교부세의 재원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고액의 부동산을 가진 이들로부터 거둬들인 세금을 각 지자체에 나눠줌으로써 부동산 시장의 가격 안정을 도모하고, 지방의 균형발전을 꾀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는 거다. 종부세가 다시 지방세인 재산세로 통합될 경우 부동산교부세의 재원 마련이 어려워지고,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들의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높다는 얘기다.

이 우려는 과연 기우일까. 나라살림연구소가 2020년 지방재정연감을 토대로 어떤 영향이 있을지를 실증해봤다.

[※참고: 종부세는 전액 228개 지자체(226개 기초지자체+2개 특별자치시ㆍ도)의 일반재원인 부동산교부세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배분 기준은 재정여건, 사회복지, 지역교육, 보유세규모 등 4가지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재정여건의 산정지표는 ‘재정력지수’다. 재정력이 낙후되고, 사회복지 수요가 많을수록 더 많은 재원이 배분된다. 수평적 재정불균형을 조정하는 기능을 수행한다는 의미다.]

■실증❶ 지역 재정불균형과 종부세 = 먼저 부동산교부세의 규모와 배분 현황을 따져 보자. 2020년 전국의 228개 지자체에 배분된 부동산교부세 총액은 3조3790억여원이다.

재정력지수 등의 기준에 따라 부동산교부세를 가장 많이 받은 지자체는 제주특별자치도(598억원), 전남 장흥군(298억원), 전남 함평군(290억원), 인천 강화군(283억원), 전남 나주시(260억원), 경기 연천군(238억원), 부산 영도구(194억원), 대구 남구(193억원), 대전 동구(188억원) 순이다.

[※참고: 재정력지수는 지자체의 기준재정수요액 대비 기준재정수입액으로, 1 미만은 자체 수입으로 행정수요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재정력지수는 지자체의 재정보전금과 자치구의 재원조정교부금, 부동산교부세 등을 산정하는 데 주요 지표로 활용된다.] 

눈여겨볼 점은 부동산교부세 수입액이 많은 지자체 상당수는 부동산교부세 수입액이 각 지자체의 지방세 수입액과 맞먹는 수준이라는 점이다. 부산 영도구의 부동산교부세 수입액은 지방세 수입액의 87.0% 수준이었다. 인천 강화군은 65.1%, 대구 남구는 62.5%, 경기 연천군은 56.1%, 대전 동구는 41.7%에 달했다. 

개중에는 지방세 수입액보다 부동산교부세 수입액이 더 많은 지자체도 있었다. 이런 지자체는 총 7곳으로 경북 울릉군(200.6%), 경북 영양군(153.0%), 전남 함평군(123.6%), 전남 장흥군(118.6%), 강원 양구군(117.0%), 강원 화천군(106.3%), 전북 진안군(100.3%)이다. 바꿔 말하면 세수 재원이 부족한 일부 지자체의 경우, 부동산교부세가 사라지면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체 지자체의 10%에 이르는 23개 지자체에서는 부동산교부세 수입이 총 세수의 3% 이상을 차지했다. 부산 중구(5.7%), 전남 함평군(5.2%), 전남 장흥군(4.7%), 인천 동구(4.6%), 부산 동구(4.3 %), 충북 증평군(4.0%), 경북 울릉군(4.0%), 부산 영도구(3.9%), 부산 서구(3.7%), 경북 영양군(3.7%) 등이다. 

■실증❷ 재정자립도와 종부세 = 그럼 1인당 부동산교부세 수입액은 어땠을까. 1인당 부동산교부세 수입이 가장 많은 곳은 경북 울릉군(135만4000원), 경북 영양군(98만7000원), 전남 함평군(89만5000원), 전남 장흥군(78만2000원), 전북 장수군(71만2000원) 순이었다. 주로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들이 1인당 부동산교부세 수입이 많았다.

2020년 서울 강남구의 순세계잉여금은 3451억원이었다.[사진=뉴시스]
2020년 서울 강남구의 순세계잉여금은 3451억원이었다.[사진=뉴시스]

반면 1인당 부동산교부세액이 가장 적은 곳은 경기 수원시(1만원), 경기 화성시(1만1000원), 경기 용인시(1만2000원), 경기 성남시(1만2000원), 경남 창원시(1만5000원) 등으로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자체들이었다. 재정자립도가 낮을수록 총 수입액 중 부동산교부세 비중이 높고, 1인당 부동산교부세액도 많았다는 거다. 

■실증❸ 종부세+재산세 통합하면 = 이런 상황에서 종부세를 지방세인 재산세와 통합하면 어떻게 될까. 나라살림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서울시 전체 기초지자체의 세수 총액은 약 2조원이 증가한다. 반면 전남과 경북, 강원의 전체 기초지자체 세수 총액은 각각 3259억원, 2342억원, 2274억원 감소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종부세가 값비싼 부동산이나 기준치를 초과하는 부동산을 둘 이상 갖고 있는 이들에게 부과하는 세금이고, 서울에 종부세 부과 대상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종부세를 재산세에 통합하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재정력 격차가 커질 공산이 매우 크다. 

사례를 보자. 서울 강남구의 2020년 종부세 결정액은 8721억원이다. 이는 2020년 강남구 세입액 1조6814억원의 절반(51.9%)이 넘는 금액이다. 강남구는 당시에도 세수입이 너무 많아서 2020년 순세계잉여금이 3451억원(전체 세출 대비 27.5%)에 달했다. 이는 재정의 비효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종부세를 재산세와 통합해 지방세로 전환하면 서울로 부가 쏠리게 만들고, 다른 지역의 재정력을 악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종부세의 수평적 재정불균형 조정 기능을 고려하지 않고 종부세 폐지를 서둘러선 안 되는 이유다.

글 =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rsmtax@gmail.com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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