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가격 폭락하는 이유
가치 결정하는 4가지 기준 존재
상징성 훼손된 최초의 트윗

NFT 업계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습니다. “NFT에 거품이 껴 있다”는 지적이 점점 강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매에서 수백만 달러에 팔렸던 ‘잭 도시 최초 트윗’ NFT의 가격이 1년 새 헐값에 다시 팔린 일은 ‘NFT 거품론’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그럼 ‘최초 트윗’ NFT의 가격이 폭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NFT의 문제일까요, ‘최초 트윗’의 문제일까요? 더스쿠프(The SCOOP)가 이 경매를 다시 한번 면밀하게 살펴봤습니다.

잭 도시 트윗의 NFT 가격이 1년 새 700분의 1로 떨어지자 NFT 거품론이 일었다.[사진=뉴시스]
잭 도시 트윗의 NFT 가격이 1년 새 700분의 1로 떨어지자 NFT 거품론이 일었다.[사진=뉴시스]

‘내 트위터 설정 중(just setting up my twttr).’ 2006년 3월 21일, 잭 도시 트위터 CEO가 트위터에 처음으로 쓴 트윗(게시물)입니다. ‘트위터 최초 트윗’이란 상징성 때문인지 이 짧은 트윗은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아왔습니다.

이런 관심이 느닷없이 열광으로 탈바꿈한 건 지난해 3월, 트윗을 사고파는 온라인 매매장터 밸류어블스(Valuables)의 경매에서 이 트윗이 무려 290만 달러(35억8730만원)에 낙찰되면서입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 트윗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NFT(대체불가능한 토큰·Non Fungible Token)가 팔린 게 열광의 이유였습니다.

잭 도시는 경매 중간에 “판매금액 전부를 비트코인으로 바꿔 아프리카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는데, 경매 후 곧바로 실천에 옮겼습니다.[※참고: NFT는 블록체인 기술로 만든 디지털 인증서로, 디지털 사진·게임아이템·캐릭터 등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수단으로 쓰입니다. NFT마다 고윳값을 갖고 있어 거래 내역을 위변조하거나 해킹하는 게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암호화폐로 값을 지불하는 특성상 NFT의 거래는 대부분 경매를 통해 이뤄집니다.]

그로부터 1년이 흐른 지난 3월, 잭 도시 트윗이 다시 경매소에 등장했습니다. 지난 3월 NFT 거래소 오픈시(OpenSea)에서 ‘최초 트윗’ 판매자는 NFT의 희망가격을 무려 4800만 달러(593억원)로 기재하고 경매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최초 트윗’이 받은 최고 응찰가(제안가)는 겨우 6800달러(840만원)였습니다. 1년 전 가격의 7000분의 1도 되지 않는 금액이었죠. 1년 만에 NFT 가격이 폭락한 이 사건은 세간의 이슈가 됐습니다. 자연스럽게 NFT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늘어났죠. ‘NFT는 거품이다’ ‘가격 폭락에 안전장치가 없다’는 주장을 ‘최초 트윗’ 폭락 사태가 입증한 셈이 됐던 겁니다.

다른 한편에선 NFT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은 결과란 분석도 내놓습니다. 3월 13일 기준으로 지난 30일간 오픈시의 NFT 거래량은 26억4000만 달러(3조2828억원)로 전월 동기 대비 67.2% 줄었습니다(가상화폐 시장조사업체 댑레이더). 이처럼 NFT는 복제·해킹 등에 취약한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을 증명해주는 획기적인 방법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거품 논란’이 일면서 조금씩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듯합니다.

그럼 NFT는 정말 거품일까요? 이를 알아보기 위해 경매가 진행됐던 때로 다시 돌아가겠습니다. ‘잭 도시 첫 트윗’의 첫번째 판매와 두번째 판매가 진행될 때, 매물(첫 트윗)엔 아무런 변화가 없었습니다. 해킹을 당한 적도, 불법판매가 된 적도 없었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두번째 판매 때 응찰가가 급락한 이유를 배운철 한국NFT콘텐츠협회 위원장(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 겸임교수)은 NFT의 가치를 결정하는 4가지 기준을 제시하면서 설명했습니다.

그가 말하는 4가지 기준은 이렇습니다. ▲희소성: 디지털 자산의 수가 소수 혹은 유일하게 존재 ▲상징성: 역사적 가치 또는 흥미로운 스토리 존재 ▲소유욕망: 소유욕을 불러일으키는 정도 ▲불변성: 훼손 가능 여부 등입니다.

배 위원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먼저 첫번째 판매부터 보자. 트위터 최초의 게시물을 소유한다는 점에서 희소성은 충분했다. 해킹을 제외하면 물리적으로 훼손되지 않는 디지털 파일이므로 불변성도 갖췄다.
무엇보다 이 트윗이 엄청난 가격에 팔릴 수 있었던 건 상징성 덕분인데, 우선 트위터 CE O이자 글 작성자가 직접 판매했다는 점에서 판매 과정 자체에 큰 상징성이 부여됐다. 또 지불한 금액의 전부가 자선단체에 기부되는 것도 구매자에겐 뜻깊은 일이었을 거다. 이것이 경매 참여자들의 소유욕망을 끌어올리면서 수십억원의 낙찰가를 형성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두번째 경매의 상황은 첫 경매 때와 크게 달랐습니다. 무엇보다 희소성이 희석됐습니다. 잭 도시 트윗이 단 1년 만에 경매에 다시 나타났기 때문이었죠. 판매자가 잭 도시가 아니라는 점은 상징성을 깎아내렸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언급했듯 판매자는 4800만 달러에 이르는 비싼 값을 판매 가격으로 제시했습니다. 그 역시 수익의 절반을 자선 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밝히긴 했지만, 누가 봐도 공공의 이익보다는 수익 창출에 중점을 둔 경매임을 알 수 있습니다. 상징성이 훼손된 거죠.

이런 이유로 두번째 경매에 나온 잭 도시 트윗은 구매욕을 자극하는 데 실패했고, 이 트윗의 소유권을 담은 NFT 또한 ‘헐값’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게 배 위원장의 설명입니다.

마찬가지로 경매로 진행되는 미술품 경매를 생각해 보면 이 현상을 이해하기 쉽습니다. 미술품 경매에선 출품작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김현화 숙명여대(회화과) 교수는 “작품을 만든 사람의 명성, 작품에 담긴 시대정신, 역사적 중요도 등에서 뛰어난 가치를 지닌 작품이 높은 가격에 낙찰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교수는 “그렇지만 이런 기준들도 구매자의 취향이나 구매 의도 등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면서 “미술 경매에서 작품의 가격이 철저히 구매자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도 덧붙였습니다.

NFT는 구매자의 의향에 따라 가치가 급변한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NFT는 구매자의 의향에 따라 가치가 급변한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미술품 경매의 시장원리를 다시 NFT에 대입해보겠습니다. NFT는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수단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몇몇 NFT에 비싼 값이 매겨지는 건 그 NFT가 보증하는 디지털 자산이 상징성·희소성·구매욕구·불변성 등 구매자들이 원하는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작정 NFT를 적용한다고 값이 오르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구매 욕구를 자극하지 못하는 NFT에 과한 값을 매기면 ‘거품’으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질문을 던져보죠. NFT는 정말 거품일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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