섈 위 아트 | 호랑이는 살아있다 Tiger Lives

김기창, 신비로운 동방의 샛별, 88×66, 종이에 석판화, 1988, 코리아나미술관 소장
김기창, 신비로운 동방의 샛별, 88×66, 종이에 석판화, 1988, 코리아나미술관 소장

2022년 검은 호랑이의 해. 강인함과 용맹함의 상징인 호랑이를 모티브로 삼은 미술작품을 코리아나미술관과 안산 김홍도미술관이 공동으로 전시한다. 5월 22일까지 열리는 ‘호랑이는 살아있다 Tiger Lives’전을 통해서다.

전시 장소는 김홍도미술관 1관이다.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는 황종하를 비롯한 10명이다. 코리아나미술관의 소장작품도 함께 전시한다. 이번 전시는 2020년 코리아나미술관에서 개최해 호평을 받은 ‘호랑이는 살아있다’전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김홍도미술관 측은 “‘송하맹호도’ ‘죽하맹호도’의 기개를 그린 단원 김홍도의 정신을 계승하는 작가들의 호랑이 그림과 동시대 작품을 함께 만날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코리아나미술관의 소장작품과 현대미술을 두 섹션으로 구성했다. 전시의 도입부에선 코리아나미술관 소장품 11점을 통해 우리나라의 전통적 맥락 속 호랑이가 상징하는 정신과 그 계승의 양상을 살펴본다. 

우리나라의 근대 호화虎畵를 대표하는 우석 황종하의 ‘맹호도’는 역동적으로 포효하는 호랑이의 위엄을 강한 필력으로 표현한다. 노당 서정묵의 ‘설호도’는 설산에 앉아 정면을 응시하는 호랑이와 눈이 쌓인 매화를 통해 군자가 지녀야 할 지조, 절개, 충성의 덕목을 강조한다. 

오윤, 무호도, 38×29.3, 광목에 목판화, 1986, 코리아나미술관 소장
오윤, 무호도, 38×29.3, 광목에 목판화, 1986, 코리아나미술관 소장

40여년 동안 호랑이 작품에 몰두한 동양화가인 소재 유삼규의 ‘군호도 8폭 병풍’은 원형의 구도 속에 다양한 호랑이의 모습을 표현했다. 민중미술의 중추였던 ‘현실과 발언’의 창립 멤버인 오윤이 1986년에 제작한 ‘무호도’는 목판화의 굵직한 칼선을 통해 춤추는 호랑이를 역동적으로 표현한다. 이 그림은 민초의 애환과 한을 신명으로 풀고자 했던 오윤의 작품세계를 잘 보여준다. 

운보 김기창의 ‘신비로운 동방의 샛별’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념해 제작된 석판화다. 조선시대부터 가장 빈번하게 그려졌던 대중적 주제인 ‘까치호랑이’를 모티브로 익살스러운 모습의 호랑이를 보여준다.

현대미술 섹션에선 국내외 동시대 작가들의 영상·설치·회화작품을 통해 현대 사회 속 호랑이가 의미하는 점을 살펴보면서 전통의 재해석에서 나아가 생태계와 비인간의 문제를 다룬다. 필립 워널의 ‘할렘의 밍’ 시리즈는 호랑이를 둘러싼 사건을 통해 인간과 동물의 관계, 신체와 현실 세계의 다양한 환경을 탐구한다. 

제시카 세갈의 ‘(낯선) 친밀감’은 호랑이와 작가의 접촉이 일어나는 초현실적이고 생경한 장면을 통해 생태계 보전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미국의 현실을 비판한다. 

제시카 세갈, (낯선)친밀감, 단채널 비디오(7분 45초), 2018, 작가 소장
제시카 세갈, (낯선)친밀감, 단채널 비디오(7분 45초), 2018, 작가 소장

전통적인 한국화 기법과 재료로 호랑이를 표현한 이은실의 회화는 일상적 삶의 이면 혹은 배후에서 작동하고 있는 욕망, 에너지, 사회적 금기와 억압 등의 주제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한주예슬은 스킬자수를 활용해 과거부터 벽사僻邪(귀신을 물리침)의 목적으로 호랑이 그림을 집안에 걸어뒀던 전통 풍습을 근현대적 기법으로 계승하고, 과거와 현재를 결합한다. 

이영주는 근대적 서사와 역사의 흔적이 남아있는 공간에서 자신이 듣고 목격했던 이야기들, 가령 호랑이가 실재한다고 믿는 사람이나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고 믿는 군인들의 이야기를 이미지로 형상화하고 상징적 서사를 만들어 낸다. 

이처럼 이번 전시에선 호랑이란 하나의 주제를 통해 현대와 과거의 화가들이 각자의 관점을 작품으로 풀어낸다. 영물 호랑이 그림에서 영감이나 기개를 보고 싶은 이들에겐 추천할 만한 전시다. 

김선곤 더스쿠프 미술전문기자
sungon-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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