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탐구생활-붉은 점
새 대통령과 원전의 함수
남은 시간은 없다

2021년 발간된 유엔 산하 기관 IPCC 보고서는 이렇게 경고하고 있습니다. “2030년까지 산업화 시기 대비 온도 상승을 1.5도로 제한해야 합니다.” 산업화 시기인 1880년대 지구 온도는 13.8도였습니다. 지금은 1.1도 상승한 14.9도이니, 앞으로 0.4도만 오르면 기후 위기는 심각한 재앙이 될지 모릅니다. 2030년까지 남은 시간은 8년, 그중 5년은 윤석열 정부의 몫입니다. 윤 정부는 과연 0.4도란 ‘선’을 지켜낼 수 있을까요? 

지구 온도가 지금처럼 빠르게 오르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힘들다.[사진=청소년기후행동].jpg
지구 온도가 지금처럼 빠르게 오르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힘들다.[사진=청소년기후행동].jpg

지난 5월 2일 사회적 거리두기와 실외 마스크 착용 규제가 해제됐습니다. 코로나19가 우리나라에 불어닥친 게 2020년 2월이니까 2년 만의 해제입니다. 여기서 기인하는 영향은 경제 분야에서 먼저 파악할 수 있습니다. 

5월 첫째주 어린이날(5월 5일)부터 부처님 오신 날(5월 8일)까지 이어지는 연휴 기간 김포공항에서 제주도로 가는 항공기표 값은 평소보다 2~3배 비쌌습니다. 항공기 삯이 오른다는 건 항공기 수요가 그만큼 커졌다는 뜻일 겁니다. 여행업계도, 관광업계도, 한발 더 나아가 거시경제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다만, 이 지점에서 우리가 짚어봐야 할 게 있습니다. 기후 위기입니다. 항공기가 많이 뜰수록 지구는 뜨거워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항공기가 승객 1명을 태우고 1㎞ 날아갈 때 배출하는 탄소량이 171g에 달하기 때문입니다(영국 런던정경대ㆍ2019년 대한항공 기준).

역설적이지만, 제주로 여행가는 관람객을 태운 항공기가 많을수록 제주 해수면이 상승할 것이란 얘기입니다. 참고로 국립해양조사원의 바다누리 해양정보 서비스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8년까지 제주도 해수면은 37.7㎜ 상승했습니다. 

물론 항공기 1대의 사례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제주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해수면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 ge) 5차 보고서를 기반으로 진행한 국립해양조사원 조사 자료를 보면, 탄소저감조치가 상당한 수준으로 이뤄진다고 가정해도 우리나라 평균 해수면은 2006년부터 2100년까지 51.3㎝ 상승합니다. 

이 때문에 기후운동단체인 ‘청소년기후행동(청기행)’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더 신속하고 확실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래서 지난 3월 25일 다른 시민단체와 함께 청기행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찾아가 ‘기후 위기를 국정과제 1순위로 채택해 달라’는 내용의 요구서를 전달했습니다. 

요구서의 핵심 내용은 이렇습니다. “하나, 현재는 2017년 대비 40% 이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70% 이상(유엔환경계획 권고치)으로 설정해 달라. 둘, 불확실한 원자력 발전 대신 ‘확실한 기후 위기 대응 정책’을 펼쳐달라.” 이 요구서의 답은 새 대통령이 취임하는 날까지 오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김서경 청기행 활동가는 희망을 놓진 않았습니다. “대선 기간에 윤석열 대통령에게 정책 질의서를 보냈는데 당시 윤 대통령도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로 제한하자’는 데 동의했어요. 윤 대통령이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모른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김서경 활동가의 말대로 윤 대통령은 탄소 배출량을 줄일 정책을 준비했습니다. 다만 핵심은 원자력입니다.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면 재생에너지 등 모든 방식을 동원해야 한다’고 말하는 청기행과 시민단체와 달리, 윤 대통령은 “여태까지 탄소감축 정책에서 산업계의 의견이 배제돼 왔다”는 이유로 원자력 중심의 탄소감축 플랜에 초점을 맞췄습니다.[※참고: 5월 3일 인수위는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으로 판단해 ‘녹색분류체계’에 넣었습니다.]

틀린 방향은 아닙니다. 윤 대통령의 생각대로 원전을 더 많이 돌리면 탄소 배출량이 줄어들긴 할 겁니다. 석탄 화력 발전이 아니니까요. 문제는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2021년 발간된 IPCC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는 2030년까지 산업화 시기(13.8도ㆍ1880년대) 대비 온도 상승을 1.5도로 제한해야 합니다. 현재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시기와 비교했을 때 1.1도 더 오른 상태입니다.

앞으로 0.4도만 오르면 기후 위기로 인한 폭염, 해수면 상승 등이 문제를 일으킬 겁니다. 온도가 오를수록 기후 위기가 가속화하기 때문입니다. 2030년까지 남은 시간은 8년, 남은 온도는 0.4도입니다. 그 8년 중 5년은 윤석열 정부의 몫입니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은 임기 내에 탄소 감축을 이뤄낼 수 있을까요? 글쎄요,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당장 원전을 건설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주택개발 사업을 하더라도 ▲사업지 선정 ▲환경영향평가 ▲토지보상 ▲시공 ▲입주 등의 절차가 필요합니다.

원전도 마찬가지입니다. 거주지 주변에 원전이 들어서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윤석열 정부가 임기 내에 원전을 얼마나 준공할 수 있을진 알 수 없습니다. 신한울 1호기만 봐도 그렇습니다. 2011년 건설 허가를 받았지만 운영 허가는 2021년에야 받았으니까요. 

윤 대통령의 또다른 원전정책인 소형모듈원전(Small Modular ReactorㆍSMR)도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SMR은 배관이 필요 없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배치해 규모가 훨씬 작습니다. 당연히 평균 공사 기간이 일반 원전(50개월)보다 14개월 짧은 36개월에 불과합니다.

이를 두고 한편에선 ‘SMR은 3년 만에 건설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지역 주민과의 조율이나 환경영향평가 등의 절차를 감안하면 훨씬 더 많은 공기工期가 필요할 겁니다. 

윤석열 정부는 원전을 탄소 감축의 중요한 축으로 삼았다.[사진=뉴시스]
윤석열 정부는 원전을 탄소 감축의 중요한 축으로 삼았다.[사진=뉴시스]

김서경 활동가의 말을 들어보시죠. “윤석열 정부 측은 SMR로 원전 발전량을 늘리면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하지만 아직 시장성이 확보되지 않았어요. 2030년 안에 감축해야 하는 우리나라 탄소 배출 저감 목표치는 2018년 대비 40%죠. SMR 상용화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탄소 배출 저감 수단으로 원자력에만 기대기에는 위험한 부분이 있어요.” 

물론 재생에너지도 완벽하진 않습니다. 그렇다고 원자력 발전이 만병통치약인 것도 아닙니다. 윤석열 정부가 탄소 배출량 저감을 위해 원전을 앞세우긴 했지만, 재생에너지의 발전 효율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도 함께 꾀해야 합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를 육성하는 건 시민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결국 인프라를 조성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청기행이 더 많은 사람과 기후 위기를 공유하기 위해 ‘캠페인’을 준비하는 건 이 때문입니다. 정부의 결단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김보림 활동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정부 정책은 너무 흩어져 있어요. 기후 위기를 알고 싶어 하는 시민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정보를 아카이빙하고 탄소를 배출하는 기업의 책임을 명확히 설명하는 게 우리의 단기적 목표예요.” 

이 캠페인은 늦어도 6월께 시작할 겁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될 청기행 캠페인엔 어떤 내용이 담길까요?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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