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취업을 위한 준비와 전략

올해로 60살이 된 필자는 최근 재취업에 성공했습니다. 지난해 ‘금융컨설턴트의 은퇴편지’를 쓰기 전부터 재취업 시장의 문을 두드렸으니, 2년이나 걸린 셈이네요. 그만큼 50~60대의 재취업이 쉽지 않다는 얘기일 겁니다. 그래서 부끄럽지만, 필자의 ‘재취업 성공기’를 공유할까 합니다. 60대에 접어든 저도 재취업의 문을 뚫었으니, 누구든 할 수 있을 겁니다.

은퇴 후 재취업에도 준비와 전략이 필요하다.[사진=뉴시스]
은퇴 후 재취업에도 준비와 전략이 필요하다.[사진=뉴시스]

은퇴 후 삶은 세번째 인생, 이른바 ‘서드 라이프(third Life)’를 준비하는 과정입니다. 자산가가 아니라면 누구나 거쳐야 할 기간일 겁니다. 필자 역시 ‘서드 라이프’를 준비하고 다듬는 기간을 거쳤습니다. 하나씩 공유해 볼까요? 

가장 먼저 필자의 성향이 어떤지 살펴봤습니다. 사실 필자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성격입니다. 무료함을 병적으로 싫어해 몸을 계속 움직이지 않으면 속에서 천불이 나곤 하죠.

그래서 ‘시골살이’를 선택할 때 별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자연을 벗 삼아 텃밭을 가꾸면서 바쁘게 움직이는 게 제 성향과 맞아떨어질 것으로 확신했기 때문이죠. 다만, 한가지 걸리는 게 있었습니다. 남은 20~30년의 삶을 경제적으로 어떻게 버티느냐였습니다. 

처음에는 농사일을 선택지에 올렸습니다. 시골살이와 가장 어울리는 직업이라 여겼습니다. 조금만 부지런히 움직이면 가능하다는 생각에서였죠. 나름대로 준비도 했습니다.

지난 5년간 경북 상주, 강원도 정선, 충북 충주 등 몇몇 지역에서 농사를 짓는 지인을 찾아가 일을 도우며 농사일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농사일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육체적으로 힘든 것도 문제지만 농사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전 최저임금을 받더라도 안정적으로 돈을 버는 재취업이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아마 직장 생활이 몸에 익숙했던 탓도 있었을 겁니다. 

문제는 재취업의 길이 멀고도 험했다는 점입니다. 경험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적지 않은 나이에 재취업을 하는 건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이를 입증하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55~74세에 퇴사한 중·장년층 중 1년 이내에 정규직으로 재취업한 사람의 비중은 9.0%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23.8%는 비정규직으로 취업했죠. 비정규직이라도 취업에 성공하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5년 내 재취업에 실패한 55~74세의 비중은 32.4%에 달했습니다. 

높은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을 감안하면 재취업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사진=뉴시스]
높은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을 감안하면 재취업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사진=뉴시스]

은퇴를 앞둔 많은 직장인이 두려움에 떠는 것도 이 때문이겠죠. 필자는 재취업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나름의 전략을 세웠습니다. 다름 아닌 ‘자격증 따기’였습니다. 먼저 2019년에 버스와 화물트럭을 운전할 수 있는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시골버스 기사로 일하면 앞으로 10~15년은 무난하게 버틸 수 있을 것이란 계산에서였죠.

이듬해엔 지게차와 굴삭기 자격증을 땄습니다. 시골생활에서 중장비를 사용할 일이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자격증이 있으면 여유를 즐기며 소일거리라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자격증이 있어도 필자를 찾는 곳은 없었습니다. 필자가 대형면허를 들고, 각종 취업박람회를 찾아가 이력서를 제출하고 다닌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경력이 전무한 필자에게 재취업의 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취업은커녕 면접을 보러 오라는 얘기조차 듣지 못했죠. 2030대도 취업이 어려운 시대에 5060세대가 취업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걸 몸소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행복한 은퇴 위한 재취업

그렇다고 실망만 할 순 없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전략을 세웠습니다. 남들이 꺼리는 근무시간대를 노려보기로 한 것이죠. 그 과정에서 찾아낸 게 ‘주주야야휴휴’란 근무 패턴이었습니다. 이틀은 주간, 다음 이틀은 야간에 일하고 나머지 이틀은 쉬는 근무형태입니다. 

6일 단위의 순환근무제로 주말을 쉬지 못한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었지만 은퇴자인 저에게 큰 문제가 되진 않았습니다. 문제는 이런 패턴으로 일하는 직업의 유형이 너무 협소했다는 점입니다. 경비나 청소 외엔 찾기 힘들 정도였죠. 이 역시 ‘나쁜 일자리’가 아니지만, 이제 막 60세가 된 필자가 뛰어들기엔 약간 이른 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 템포 쉰다는 생각으로 전기기능사 자격증을 하나 더 땄습니다. 한번의 실패 끝에 어렵게 딴 자격증입니다. 이후 재취업의 문을 재차 두드렸죠. 준비하는 자에겐 기회가 온다고 했나요?

얼마 전 이력서를 제출한 여러 회사 가운데 집 근처 물류센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물류센터의 전기시설을 관리하는 부서에서 일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었고, 전 감사하게 받아들였습니다. 뜻밖에도 ‘정규직’ 취업이었으니, 저에겐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 셈이었죠. 어렵게 취득한 전기기능사 경력을 쌓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습니다. 

출근해보니 함께 일하는 팀원 10명이 모두 필자와 비슷한 연령대였습니다. 그중 몇몇은 필자처럼 재취업에 성공한 경우였죠. 아직 재취업한 지 한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넓은 물류센터를 이리저리 누비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갑니다. 몇번의 실패 후에 얻은 일자리라 그런지 더 소중하게 여겨집니다. 

저의 재취업 소식에 지인들의 축하가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축하받을 일인가 싶다가도 우리나라의 높은 노인 빈곤율을 생각하면 ‘고맙게 받아들여야겠구나’란 생각이 듭니다.[※참고: 2020년 기준 우리나라 70~74세 인구의 고용률은 37.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인 15.8%를 두배 이상 웃돌고 있습니다. 이는 OECD 38개국 가운데 1위입니다.] 

나이 들수록 높아지는 빈곤율

필자의 부끄러운 취업 성공기를 굳이 소개하는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닙니다. 나름대로 준비하고 전략을 세우면 정규직으로 재취업할 수 있다는 걸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그 과정이 생각만큼 쉽진 않았습니다. 늦은 나이에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공부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력서를 제출할 때마다 번번이 외면당하는 현실은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제가 얻어낸 결과는 무척 만족스럽습니다. 매일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사실이 심리적으로 큰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50~60대 중·장년층에게 ‘좌절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얘기하는 이유입니다. 

특히 필자가 취업에 성공한 전기시설과 소방 안전관리 부문은 자격증이 있으면 재취업하는 게 훨씬 수월합니다. 시설물 관리 기준이 엄격해지면서 법적으로 적정 수준의 인력을 채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5060대도 재취업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올해 60세가 된 필자도 이렇게 재취업의 문을 뚫었으니, 이 글을 읽는 분들도 할 수 있을 겁니다. 

글 = 조경만 금융컨설턴트(엉클조 대표)
iunclejo@naver.com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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